베스트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
딘 R.쿤츠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1월
평점 :
품절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 작가가 1945년 생이라는 것도 당연히 몰랐다. 그리고 이 책(No 이미지로 뜨네)의 국내 초판이 자그마치 1986년이라는 것도 당연히 처음 알았다. 그리고 나는 오늘에서야(자 2017년이다) 이 책을 읽었다. 내 독서습관에 맞지 않는 이례적인 속도로 말이다. 이 책을 읽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제목에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 이렇게 쓰란'다. 그래요? 그렇단 말이죠?.. 이렇게 싸구려스러운(?) 제목이라니. 19금도 아닌데 이렇게 낯뜨거운 효과를 주다니. 정말 자신감 쩌는군요. 어디 한번 낯짝이나 봅시다. 난 순전히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단언컨데 눈곱만큼의 후회도 없었다. 


하지만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뒤늦게 몰아치는 북풍한설처럼, 난 아주 희한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종국엔 시야를 가린다. 아, 물론 이게 한낱 과잉쇼에 불과하다는 걸 알만한 이들은 알테고. 그러니까 적어도 나의 이 감정이 후회와는 아주 별개의 차원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이른바 장르소설. 그게 대체 뭔데? 하던 시절이 (놀랍게도? 놀랍게도!) 나에겐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러니까 딱 오늘에야 그 실체를 알게 되었다.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난 이제 대단한 전환점에 서 있다. 장르소설의 위력을 실감하지도 못했고 그 실체를 느껴본 적도 없고 이 분야의 책도 읽은 게 10권이 채 안된다.(나도 설마설마 했다:) 이런 현실에, 이런 마당에, 당연히 신세한탄처럼 들리도록 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한탄만은 아니다. 왜냐면 난 지금 상당히 고무되어 있다. 낙관이 폐부를 찌르면서 파고든다. 아, 장르소설이라는 게 이런 거로구나. 세상의 작가들이여. 명성이 있건 없건, 무조건 돈을 좀(아니 왕창?) 만지려면 무조건 장르소설부터 만져요. 그게 장땡이래요. 그렇다면, 나의 낙관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이들에게 이런 격려 멘트를 날리다니 너무 대단해서? 그렇다. 그러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내가 아니다. 국내외 장르소설 작가 중에 베스트셀러로 성공한 작가가 누가 있나 알아보기 전에, 성공한 장르소설이라는 게 그야말로 대단한 살인극을 거점으로 하는 악마적 요소를 갖추지 않고서는(딘 쿤츠만 하더라도 작품의 90% 이상은 살인마를 다루고 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나처럼(나처럼? 나처럼!) 맑은 영혼의 소유자는 일단 이 진흙탕 같은 피비린내를 즐길 수 있는 멘탈부터 갖춰야겠구나. 어설프고 순진하고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고 속임수도 노림수도 없이, 아 어쩌면 이토록 게으르게 일관된 삶을 살았을까. 인생 경탄스러워. 그저 저 빛바랜 노트의 한귀퉁이에 볼펜똥으로 문드러지고 썩어가는 아주 오래된 글씨처럼. 그래, 그러자꾸나. 어느날 문득 모두 불살라 버리자꾸나.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아 그런 멘탈이 필요해. 그런 멘탈을 원해.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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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1-12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고 있는 작가인데 자꾸 읽기를 미루고 있었어요.^^ 장르쪽으로 유명한 작가이죠. 컨디션님 글을 읽으니 올해는 그의 책 한권이라도 읽어봐야겠네요. 이분도 워낙 다작이라 어떤책으로 시작할지 고민좀해봐야겠습니다. ^^

컨디션 2017-01-12 12:59   좋아요 0 | URL
딘 쿤츠 작품들 뭐가 있나 검색해보다가 보니, 스티븐 킹보다 두 살 많은 동시대 작가였네요. 스티븐 킹의 그늘을벗어나긴 힘들겠지만(일단 여기 국내에서의 인기도로 봤을 때) 딘 쿤츠랑 스티븐 킹이랑 스타일면에서 비교해서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고요.. 보슬비님 읽으시려는 책, 첫번째로 뭐가 당첨될까나, 제 예상은요, 남편? 살인예언자? 심장강탈자? 벨로 시티? 이방인? 아 제가 점쟁이는 아니라서 전혀 감이 안오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