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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ㅣ 문학동네 시인선 88
문성해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시가 쉬운 것이 아니다.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하고 있지만 지금 내 마음은 흥분으로 들끓는다. 시인 문성해는 대체로 조용하고 비교적 나긋하다. 어조가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 그 내면의 소용돌이와 감각은 고조와 강약이 너울을 넘듯 자유로와 보인다. 세상과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태도가 그리 낯설지 않음에도 절대 뻔한 시로 읽히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힘겨루기 하듯 하지 않는다. 대체로 글쟁이들임네 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한결같이 느껴지는 어떤 태도라는 것이 감지되는데 그게 시비거리가 되는 순간 악감정이 확 생긴다. 그 감정을 한마디로 말하면, **없다인데, 사실 일찌감치 인간이길 포기했거나 어쩌다 한번씩은 포기하지 않겠다거나 하는 그 놈의 변덕 하나로 책을 읽어온 내 주변머리가 언제부터 그런 악감정까지 갖게 되었는가, 라고 묻고 답하기까지 한다면, 못나고 못나서 내 이렇게 되었는 갑소 흐흐 가엾게 비웃어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태도라 할 수 있겠다. 얘기가 좀 샜는데, 그러니까 내 말인즉, 시인 문성해의 시에서는 그런 감정이 일지 않더라는 것이다. 비록 이 시인이, 그럴리가 없지만, 그러니까 꼭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어쨌든 아무데서나 치기어린 감정의 과잉을 쏟아내고, 안그런 척 하지만 여지없이 지성의 탈을 쓴 현학을 감추지 못하고, 아닌 척 시치미를 떼지만 또 여지없이 순수에 기댄 아집을 내보이고 기타등등을 다 보여준다 해도, 뭐 상관없지 않느냐, 그렇다고 한들 그건 내 오해에 불과하다는 것. 그 확신의 지점에 이르기까지 내가 읽은 페이지는 반의 반도 안되었다. 그러니 이런 내 마음의 신뢰가 있기까지 단 몇 편이면 충분했고 아직 읽어야할 나머지 시가 있으니 난 충분히 흥분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