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이 없다. 정말 없다. 완독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다. 언제나 그렇다. 심지어 영화도 그렇다. 엊그젠 `500일의 썸머`를 봤는데 주인공 남자의 극중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중반쯤 되었을때부터 졸음이 몰려왔고, 계속 졸다가 썸머와 조셉고든래빗이 벤치에 앉아 사랑에 대한 서로의 엇갈린 생각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완전히 잠이 깼다. 결국 이거였구나.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굳건한 아집과 얄팍한 믿음 위에서 집을 짓는지. 혹시 나에게 끝까지 남을 만한 신념이 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허상에 대해 잘 냉소할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정도? 마지막 장면은, 면접장에서 `가을`이라는 이름의 여자를 만나 잘 될 조짐을 보이면서 영화는 끝이 나는데, 사랑은 언제나 조짐으로 시작해서 조짐의 과정을 겪다가 결국 조짐으로 끝이 난다는...아침부터 뭔소리를 하자는 건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