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월 9일) 사과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한동안 사과(농사) 페이퍼를 등한시(?) 한 것도 있고, 모두들 힘들었던 혹서의 시간을 어찌어찌 보내고 이제 선선한 가을바람도 불고, '농사와 노동 그리고 삶이라는 조건,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라는 연구논문이 곧 출시(?) 된다는 소식도 왕왕 들려오고(왕왕 들은 것이므로 당연히 뻥입지요) 그리하여, 이 모든 걸 걸고 넘어지겠다는 객기를 안주로 삶아놓고 음주를 일삼는 등등의 둥가둥가 퇴폐적인(?) 나날을 보내던 차에, 사진을 좀 올려봅니다.
사과 사진을 올리던 중에 키보드 장애로 급조된 제목을 달았고,
수정 단계에서 황급히 비공개로 바꿨다.
마땅한 제목을 생각해보다가 '연분홍' 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었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가 생각났다.
이미자 버전으로 잠깐(첫소절 30초) 들어보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 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아직 1단계에 머물러 있는 너.
이제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너의 이름은 대체로 이러하다.
희끄무레.(으흠)
허여스름.(흠흠)
허여멀금.(응?)
밍숭맹숭.(으응?)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909/pimg_7214231401487564.jpg)
이제 2단계로 접어든 너.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어정쩡.
어중간.
어물쩍.
어리벙.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909/pimg_7214231401487565.jpg)
드디어 3단계에 이른 너.
이름을 불...러 본..다.
(아이고 컨디션아, 도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 거냐)
그래도 불러.. 본다..
연...
분홍..
치마..
(으.. 오글거린다는 게 이런거구나.ㅠㅠ)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909/pimg_7214231401487566.jpg)
찾아보니 8월 30일 찍은 사진도 하나 있네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909/pimg_7214231401487557.jpg)
마침 메뚜기가 앉아있길래 숨죽이며 찍은 건데,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색깔 차이가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하지만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억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군요.
시간이라는 것.
그 시간의 허락 뒤에 찾아오는 것들. 그 안에서 흘러가는 것들.
그 모든 자연스러운 것들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발 맞춰 간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또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