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다. 조금 춥고 약간 떨리지만 배고프지는 않다. 이불을 덥기 보다는 다리에 감고 있으니 춥다고 하면 엄살이다. 오늘은 하루 세끼를 겨우 챙겼다. 이제 나에겐 간촐하게 남은 저녁 설거지를 미루는 일만 남았다. 누군가, 오늘 내내 먹은 것이라곤, 이러면서 출출거린다면 결코 못본 체 하진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내가 당당하게 짜증을 내비친 적이 한번쯤 있었겠지만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알아서 해결하라, 가 아닌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여기에 무척이나 기운 없고 다정한 말투는 덤이고.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데 눈앞에서 새가 날아갔다. 눈 깜짝할 새가 있다더니 그 새인 것 같다.
이제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