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을 하러 나선 김에, 뭐라도 하나 건질 요량으로 내가 한 일은, 빗줄기였다. 마침 투명 비닐 우산이었다. 빗방울이 톡톡, 카톡처럼 떨어졌다, 라고.. 쓰고 마는데, 사실 난 카톡을 안한다. 아니 못한다.. 혹시라도 털릴까봐? 그건 아니지만 내 명의의 폰이 없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가 있겠지만 꼭 그건 아니고, 어쨌든 그렇다. 이 시점에서 난 갑자기 국민감시법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 단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이와 관련한 요근래 사안에 대해, 일어난 일에 대해, 감동과 실망과 무엇과 무엇과 다시 생겨나는 코드와 워딩, 이런 것들 앞에 난 무엇 하는 인간인가, 생각해본다. 결국 알라딘에서 놀고 있는 인간일 뿐이다. 그 뿐이다. 냉소? 맞다. 철저하지도 치열하지도 않은 그냥 쉬운 냉소. 이것인 것이다. 아,


다시 빗방울로 돌아가자.

톡톡.
카톡이나 두드리며 인생을 허비하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6-03-05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문장은 반어법이었다는 느낌..맞죠?

컨디션 2016-03-05 23:05   좋아요 2 | URL
반어법을 정조준 하듯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일면, 그렇기도 해요. 갠적인 사정으로 카톡 못하는 걸 한탄하는 건 절대 아니구요, 행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뭉뚱그려 인생 전반을 논하려 하는 저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해보았다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인생을 허비하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