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1월 30일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사과 공판장(중도매인 경매장)에 15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출하를 마친 날이기도 했다. 아래 보이는 하얀 개는 공판장 입구 첫번째 가게인 일신청과에서 돌보는 친구다.(아닐 수도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트럭(과일)을 구경하면서 컨테이너 박스나 파레트 같은 것들, 지게차를 운전하는 아저씨들만 보고 지낼텐데, 그래도 마냥 해맑고 순한 얼굴로 나를 반겨준다. 나(우리)로선 이제 모든 출하를 마친 셈이니 공판장 갈 일도 없다. 이름도 모르는 이 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시간이 이젠 없는 것이다.

어젠 남편의 생일이어서 몇달만에 외음(?)을 했다. 웬일로(웬일인지 왜 모르겠는가. 이게 다 눈치코치발치도 없는 울엄마-남펴에겐 장모-때문이라는 걸) 우린 싸우게 되었는데 삼겹살에 저녁을 먹으면서 함께 술을 마셨지만 웬일로 더 어색해져서 산책을 나가야만 했다. 난 몹시 우울했고 남편은 나의 세 배는 우울해보였다. 둘이 고작 소주 한병을 비우고 맥주 500을 한잔씩 겨우 마시고 나왔다. 추웠다. 술기운에 그의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란히 착착 발맞춰 걷는 것 같았지만 마음은 더 착 가라앉기만 했다. 그가 로또를 사겠다고 해서 함께 번호를 마킹했다.

오늘은 12월 1일(이었다. 어느새 자정을 넘긴 1시 24분)


오늘 12월의 첫날. 낮에는 햇빛이 따사로왔다. 어떤 나무 근처는 풀들이 아직 생생했다. 떨어진 사과들을 주웠고 상한 부분을 칼로 도려내는 작업을 했다. 잼공장에 갖다주면 컨테이너 한짝에 6000원을 쳐준다. 까치밥으로 남겨두기엔 너무 많이 매달아 둔 나무 몇 그루가 있어 사과를 땄다. 그리고 제비꽃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