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흔적을 찾아서
바바라 해거티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영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다양한 영적 체험의 사례들에 관한 흥미로운 조사 연구 결과

 

책 제목이 말하고 있는 대로 저자가 신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로 얻어낸 성과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인터뷰와 과학적 연구 조사를 통해 신을 경험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사례들을 수집했고, 그 중 대표적인 사례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러한 사례들을 각각 약물을 통한 경험, 뇌 이상(측두엽 간질)에 의한 경험, 종교적 수행에 의한 경험, 유체이탈이나 임사체험을 통한 경험등으로 구분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례들에는 다양한 차이점들도 존재하지만 공통점도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공통점은 그러한 체험 이후에 삶의 전 영역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첫째, 뇌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 되며, 둘째, 내적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이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신은 기독교의 신과는 다른 신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크리스챤 사이언스라는 기독교의 한 종파(정통 교단에서는 이단으로 보고 있는 종파입니다. 톰 크루즈가 이 종파의 열성신도로 유명합니다)에서 벗어나게 된 사건을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이 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10여년 정도가 지나 다시 크리스챤 사이언스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 책을 마무리 합니다. 그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새들백 교회에서 복음주의적인 기독교를 경험하기도 했고, 또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인터뷰와 과학적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저자가 이르게 된 것은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입니다. 저자는 영적인 체험을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변화 가운데 한 가지로 '기존에 인정하지 않던 다양한 종교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적 체험을 한 후에 자신이 섬기는 신만이 진정한 신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그들이 목격한 신은 똑같은 신이며, 단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신을 보았을 뿐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55쪽).

 

그리고 종교적 수행을 통해 영적인 체험을 하는 이들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수행자들이나 카톨릭의 수녀들이 깊은 명상이나 향심기도를 통해 초월적인 순간을 경험할 때의 뇌파의 상태나 뇌의 활성화 부위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입니다(218쪽). 그런데 카톨릭 수녀들이 보여 준 이러한 상태는 오순절 교인들이 방언을 할 때의 상태와는 정반대의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저자는 이들의 믿음에는 예수를 신의 아들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들의 영적 수행방식은 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활동에서나 뇌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서나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저로서는 이러한 결과물을 보면서 수많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향심기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향심(관상)기도는 타종교의 명상과 같은 방식으로 뇌기능을 유도함으로써 신비체험을 하게 만들 뿐이지 실제로 인격적인 하나님과 교통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이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톨해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로서는 저자가 이러한 사실을 가볍게 취급하면서 기독교의 영적체험과 다른 종교 및 유체이탈 경험자들이나 임사체험 경험자들의 체험을 동일한 것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자기가 만나 본 신비 체험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점(여성은 전부, 남성은 일부, 60쪽)과, 자기가 믿었던 종교를 떠나는 경햠이 있다는 점(222쪽)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는데, 술과 마약을 끊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요소(93쪽)와는 달리 이러한 측면들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영적 체험이 결코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적 체험과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일반적인 기독교인이라기보다는 영적 체험을 추구하는 구도자일 뿐이며,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영적 순례를 자랑하는 한편, 크리스챤 사이언스를 홍보하고자 하는 부차적인 목적을 가지고 쓰여진 저서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영적 체험이 실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며, 그러한 경험들이 실로 다양한 변화와 결과를 불러 올 수 있음을 이 책이 알려 주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영적 체험만 할 수 있다면 방법은 별로 중요치 않다고 말하는 듯한 저자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영적 체험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데에 크게 기여하는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 주고 있다는 점에서(영적 체험의 중요성과 가치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기독교인인 저에게 영적 체험(성령 체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가 크게 강조하지 않고, 오히려 별로 대단치 않은 것처럼 취급하기는 했지만, 타종교의 수행방법(명상)과 기독교의 기도(오순절교인들의 방언기도와 스캇 맥더모트 목사의 일반기도)가 서로 대척점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해 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인식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결과는 타종교와 기독교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거듭남'과 유사한 삶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는 다양한 사람들(종교인이든 종교인이 아니든)의 영적 체험 사례들을 보면서, '회심'과 '거듭남'을 강조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의 변화없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변화'는 기독교 교리에 대한 열심있는 '학습'이 아니라, 깊은 기도를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경험함으로써만 이루어지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아울러 관상기도나 기타 기독교 신비주의의 수행방식이 결코 기독교의 고유한(한 마디로 정리해서 '성경적인') 수행방식이 아니며, 단지 영적 체험이라 분류되는 신비 체험을 불러 일으키는 수단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그와 같은 영적 수련 방식을 통한 체험이 귀신과의 '접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아닌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영성 수련 방식이 기독교인으로서 거부하고 멀리해야만 할 위험한 방식이라고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수행의 결과로 이혼을 하게 되거나 종교다원주의적 태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면 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 신비주의 수행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거나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