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012년 12월 우리가 뽑아야 할 12번째 대통령
고성국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대선이 이제 한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과연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시점입니다.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박근혜를 찍으려 할 것이지만, 안철수의 등장으로 인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많이 나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박근혜 주변에 있는 십상시들에 대한 염려가 그러한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보입니다. 진보적인 입장에서 서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민주통합당을 지지해 오던 사람들 중에도 문재인이 아닌 안철수에게 마음이 기울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렇게 대선 구도가 삼파전이 된 것도 참 오랜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렇게 셋이 붙었던 1987년 대선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 김영삼과 김대중의 단일화 협상이 깨지는 바람에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더랬습니다. 이번에도 어쩌면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협상이 깨지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겠지요. 그러면 그 다음에는 아마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것 같고, 그 다음에는 문재인이 뒤를 이을 것만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김영삼을 닮은 이가 안철수이고, 김대중을 닮은 이가 문재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국민 정서상, 진보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일수록 기회를 늦게 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든 이 나라의 장래가 밝아지려면, 정말 제대로 된 대톨령이 세워져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기대하기로는 브라질의 룰라 대톨령 같은 분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만, 지금으로써는 누가 그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만한 사람인지 분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저 막연하게 '나는 보수니까, 또는 나는 진보니까 이 사람을 찍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단순한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아 온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더 이상은 그런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대통령 후보를 찍을 것이냐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는 데에 있어서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가 진행을 맡아 보수 정치인 두 분(윤여준, 원희룡)과 진보 정치인 두 분(노회찬, 박영선)을 따로 만나 대담을 벌이고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 중에서 그래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분들을 만나 이번에 선출되어야 할 대통령은 과연 어떤 대통령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들어 본 것입니다. 그런데 고성국 박사가 보수 정치인 두 분과 진보 정치인 두 분에게 질문한 내용들이 서로 다릅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측에 똑같은 질문을 던졌어야 맞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생각해 보니 보수 정치인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진보 정치인들에게 던졌다면, 누구나 다 예측할 수 있을 만한, 너무나 뻔한 대답이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진행자가 양측에 대해 다른 질문을 준비한 것은 나름대로 고민해서 결정한,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잘 선택한 질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진행자가 보수 정치인들에게 질문했던 것은 과거의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두 분 정치인의 평가는 제가 보기에 상당히 객관적인 평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보수 입장의 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편들기를 하지 않았고, 공과의 비율에 대해서 내련 평가도 그다지 치우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는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평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찌되었든 두 분의 보수 정치인이 동일하게 말하고 있었던 대통령의 자격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잘 준비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귀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데, 윤여준씨는 '바람직한 국가통치능력이 있는 사람, 풍부한 이론적 지식과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식을 결합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였고, 원희룡씨는 '민주주의 리더십을 갖춘, 검증받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원희룡씨는 여기에 덧붙이기를 '인물도 인물이지만, 정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걸고 기대는 것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크게 잘못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는 말 같아 보였습니다. 

 

진행자가 진보 정치인들에게 질문했던 것은 조금 복잡하고 다양했는데, 진행자의 질문은 '진보가 뭐냐, 박근혜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냐, 민주통합당의 현재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주사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나꼼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두 분도 대선에 출마할꺼냐'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진보 정치인 두 분의 대답도 상당히 합리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으로는 진행자의 질문이 보수 정치인들과의 대담과 비교했을 때, 진보적 입장의 두 분이 느끼기에 조금은 아픈 곳을 찔러 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의 요즘 행보를 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진행자로서 어느 한편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을 보여 준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분의 진보 정치인이 동일하게 말하고 있었던 대통령의 자격은 '경제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노회찬씨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대답했고, 박영선씨는 '기회균등과 공정성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 헌법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제119조(경제 민주화 조항)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박영선씨는 여기에 덧붙여 '그 사람이 무엇을 해 온 사람인지를 보고 뽑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두 그룹의 답변을 비교해 보면 보수 정치인들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한 반면에, 진보 정치인들은 앞으로의 국정 운영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는 정치인들이 경제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진보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 때와 같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을 맡았다가 모피아들에게 휘둘리고, 삼성장학생들에게 휘둘리는 가운데 경제를 망치는 일이 다시금 반복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뽑아야 할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국정 운영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제가 볼 때에 대통령 후보 세 사람 가운데 단 한 사람만이 그 기준에 부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 사람도 준비되지 않았기는 마찬가지라고 평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 모두가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수준에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그런 분들 가운데에서 그나마 나은 인물을 찍어야 한다는 결론인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원희룡씨가 지적했던 것처런 또 다시 인물에 기대는 선택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만한 대선 후보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후보들을 앞에 두고 헛된 기대에 들떠 있는 분들을 보면 측은하기도 합니다. 누구를 뽑든 일 년이 못 되어 실망하고 욕하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라 경제가 전체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이 시점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욕을 먹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아마도 차기 대통령의 임기 중에는 계속해서 경제가 추락할 것이고, 차차기 대통령이나 그 다음 대통령 즈음에야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되는 분은 대단한 능력을 소유한 분이 아닌 이상 국민들의 욕을 먹으며 임기를 마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저로서는 제가 뽑고자 하는 그분이 차라리 이번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책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책에 대한 소감보다는 제 생각을 너무 많이 늘어 놓은 듯 싶습니다.. 저로서는 이 책을 통해 과거 역사에 대한 평가를 논리적으로 일관된 흐름 속에서 들어 볼 수 있었고, 또 현 시점에 있어서의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유익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진 분들이 보시기에는 너무 원론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의 내용이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하고 고민하는 분들이나,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해 점검해 보기를 원하는 분들이 읽어보면 다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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