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가 - 작은 정부가 답이다
존 스토셀 지음, 조정진.김태훈 옮김 / 글로세움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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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다가 이렇게 열받아 보기도 오랜만입니다. 저자의 의도적인 거짓말인지, 아니면 저자의 시야가 좁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이 눈에 뜨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자의 지적 가운데 옳은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대체로 무능하거나 틀렸고, 시장(또는 기업이나 개인)은 언제나 유능하고 또 옳다'라는 식의 단순한 도식화가 계속해서 눈에 거슬렸습니다.


저자는 자신도 처음에는 정부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기업의 비리를 밝히고 정부의 통제를 요구하는 일에 열심이었던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점차 정부의 무능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고, 시장의 기능을 점차 신뢰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정부에 대해 잘못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그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입장이 전형적인 자유시장주의자의 입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에서 읽었던 내용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족벌 자본주의를 지양하며,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망할 기업은 망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등의 주장이 서로 일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대체로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과 '현실적인 가르침'을 대조하면서 왜 전자가 틀렸는지에 대한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옳다고 말하는 '현실적인 가르침'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 더 옳다고 느껴졌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자의 주장 가운데 '정부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고 '정부는 개인보다 돈을 제대로 못 쓴다'는 생각이 옳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는 정부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정부는 뉴딜 정책을 통해 미국 경제를 다시 회복시켰습니다. 미국의 대공황이 자유주의 경제 상황 하에서 시작되었고, 또한 주식거래에 대한 규제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저자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파산을 선고받은 정부도 있지만 파산을 선고받은 수많은 개인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정부 역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모여 이룬 조직이라는 점 역시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방만한 기업은 방만한 개인들의 작품이며, 방만한 정부 또한 방만한 개인들의 작품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들이 모여 기업을 이루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이 모여 정부를 이루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옳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기업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여주는 반면 정부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주장 가운데 '장애인에게는 정부의 보호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은 틀렸고 '그러한 보호는 장애인에게 상처를 준다'는 생각이 옳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것도 그 보호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측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정부에서 장애인들에게 의족이나 전동휠체어 같은 것을 지원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또한 건축에 있어서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한 규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ADA(장애인 보호법)에 의해 야기되었던 한 가지 사건을 예로 들어 장애인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저급한 소송 남발 문화가 문제이지 ADA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이 시행되면 모두가 평등한 치료를 받는다'는 생각은 틀렸고 '모두 평등하게 이류 치료를 받는다'는 생각이 옳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 역시 일부 국가(영국가 캐나다)의 부정적인 사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아도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이 상당히 잘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저자는 아마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미국의 의료보험에 있어서 직원들의 의료보험을 (혜택을 보는 당사자인 개인이 아니라)기업이 전액 부담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저자의 주장은, 이러한 제도로 인해 환자들의 무분별한 치료 요구가 증가됨을 통해 재정낭비가 심화되고 있고, 그 결과 계속해서 의료보험료가 상승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에 본인부담금 제도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난치병의 경우에는 본인부담금의 비율을 어느 정도 이하로 제한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정말 열받게 했던 내용 한 가지는 '방사능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다'는 생각은 틀렸고 '방사능은 식품의 안전을 확보하는 수단이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저자는 방사선 처리를 식품 안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라는 책을 보면 카길사에서는 분쇄육을 암모니아로 살균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도축 과정에서 고기가 대장균에 오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암모니아 살균으로도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을 완벽하게 살균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오마하 스테이크사의 경우에는 분쇄육에 방사선 살균을 하기 때문에 세균도 없고 맛도 좋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대부분의 분쇄육이 더러운 환경 속에서 생산된다는 점입니다. 소들은 똥으로 범벅이 된 채 도살장에 도착하는데, 이런 더러운 소들을 도축하게 되면 그 고기가 대장균에 오염될 수밖에 없고, 또 아무리 깨끗하게 씻긴 소라 하더라도 그 내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장균에 오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사선 조사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똥에 방사선 조사를 해서 대장균들을 다 죽이면 그 똥은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저자의 주장 역시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도축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모든 유럽 국가에서는 전수검사를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광우병이 발생했던 영국에서 생산된 소고기보다 미국에서 생산된 소고기를 더 신뢰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가 지적한 내용 중에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 대한 저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예로 들었던 다양한 규제들 가운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까다롭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규제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총기규제에 대해서까지 문제삼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총기를 규제하지 않았다면 묻지마 살인에 의해 벌어진 잔혹스러운 살인의 희생자들이 얼마나 더 크게 늘어났을지 모릅니다. 왕따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이 총기를 학교에 가지고 가서 급우들을 살해하는 사건도 무수하게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저자는 그런 끔찍한 사건들이 총기소지가 허용된 나라들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듯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무자격 목사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그리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단기간의 속성 과정을 거쳐 목사가 된 다음 여신도들을 성적으로 농락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성도들이 스스로 검증해서 떠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나 교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저자의 관점(소비자는 똑똑하니 불량제품을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불량기업을 외면할 것이다. 그러니 규제는 필요없다. 시장에 맞겨 두면 된다.)에 따르면 '사람들은 똑똑하니 스스로 알아서들 무자격 목사를 분별해서 그들로부터 떠날 것이다'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종교사기꾼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몸까지 갖다 바칩니까? 그런 점에서 '개인은 신뢰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그저 뜬구름 잡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가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청교도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는 청교도들이 개척한 플리머스 식민지가 '공동생산 공동분배 제도'로 인해(그로 인한 게으름 때문에) 거의 굶어죽을 지경에 처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2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그 후에 거주민들에게 각자의 땅을 갖도록 허용하자마자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최초의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전형적인 증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말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그 정착자들이 처음에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추구했던 것은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경은 분명히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있고, 자발적인 나눔만을 장려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구약시대에는 각 가문, 각 가정 별로 나누어 받은 땅을 영원히 팔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유재산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사회안정망까지 구축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통해 제가 깨닫게 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참으로 문제가 심각한 나라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자의 글을 보면 미국정부는 필요한 규제보다는 불필요한 규제를 더 많이 만들어 국민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었고, 미국인들은 이기심에 사로잡혀 정부의 지원을 어떻게든 얻어내 날로 먹으려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사회는 이미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들었고 머지않아 대규모의 재정 붕괴를 통해 망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주장하는 대처 방법 역시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아야 할 나라로서 절대적으로 부적합하며, 차라리 북유럽 국가들을 모델로 삼는 것이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유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주장 대부분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에 별 한 개를 주기도 아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네 개를 준 것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보수주의자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주의자도 한 번 쯤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드시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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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sdnaka10 2020-07-10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