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살아갈 행복한 사회 - 복지국가를 생각한다
이상이 외 지음 / 한권의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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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보육비 지원을 받아 유치원에 보내면서도 그것이 복지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감사하게 생각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지원이 없었더라도 유치원에 보냈을 것이고,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었던 터라 제가 목회자라는 이유로 원비를 50%나 할인받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 녀석의 급식비가 무료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에는 그 때보다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액수로 따지면 그 때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지만, 학원비니 뭐니 해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던 차에 매월 5-6만원 정도의 금액이 덜 지출된다는 것은 개척교회 목사인 저에게는 상당히 의미있는 도움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부교역자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국민연금보험료도 내지 않았고, 국민건강보험료도 그리 많이 내지 않았었는데, 막상 교회를 개척하고 세무서에 법인으로 보는 단체 등록을 하고 사례비 액수를 신고했더니 국민연금보험료와 국민건강보험료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만만치 않게 많아지더군요. 교회 부담이 절반, 제 부담이 절반인데 둘을 합치면 개척교회로서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정도의 금액이 됩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한편으로는 괜히 등록을 했나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고, 다른 대다수의 목회자들처럼 사례비를 받지 않는 것으로 신고할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이 책은 복지에 관해서라면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전문가 두 분의 대담 형식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복지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놓고 두 분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심층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복지에 관한 다양한 측면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복지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분들이 읽기에도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OECD에 가입한 여러 나라들의 조세부담률과 복지비용 지출비율에 관한 통계 자료를 비롯해서, 국내 복지에 관한 통계 및 정책 변화의 추이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제시되어 있고, 또 다른 나라의 복지 정책의 기원이나 변천에 관한 자료들도 제시되어 있어 깊이있는 공부도 가능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이 바로 독일과 영국의 복지 변천 과정이었는데, 스웨덴이나 미국의 복지에 비해 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게 되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특히 영국의 NHS라는 의료복지제도를 보면서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목디스크가 생겨 한방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는데 정말 기본적인 치료였는데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에서도 지원이 안 되고 실손보험에서도 지원이 안 되었던 터라 거금 몇 십만원을 지출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부럽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여러 정권들이 복지에 관해 각각 어떠한 정책들을 추진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시작해서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복지 제도 변천 과정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식 복지는 실패한 복지이기 때문에 절대로 따라갈 만한 것이 못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대선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는 정부는 미국에서 공부한 경제학자들을 배제하고 내각을 구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복지 문제는 경제 문제와 분리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경제와 복지 모두를 실패한 나라에서 경제를 공부하고 돌아와 이 나라도 그 나라처럼 변화시키려는 이들에게 경제를 맡긴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더 널리 형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한 자들만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더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공적보험을 민간보험으로 전환할 때에 얼마나 많은 추가 비용이 요구되는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민영화가 얼마나 무서운 재앙을 가지고 올 것인지에 대해, 또 건강보험료를 조금만 더 내면 실손보험 따위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국민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꼭 읽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어떤 정책이든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고, 또 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으면 그 잘못된 정책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나라 국민들이 복지에 대해 점차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변화의 물결이 점점 더 커짐으로써 이 나라 국민들이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내려 놓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자녀들에게만큼은 북유럽의 복지국가와 같은 나라를 물려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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