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예수 - 어떻게 우리는 2천 년 전 인물을 지금 만날 수 있는가
루크 티머시 존슨 지음, 손혜숙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역사적 예수 논쟁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신학적인 깊이가 매우 깊은 변증서 계열의 책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책의 전체 내용 중에서 절반 정도는 변증적인 내용에 해당하는 것 같았고, 그 깊이도 낮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나머지 절반은 영성 훈련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의 전작인 '누가 예수를 부인하는가'야말로 제가 상상했던 신학적이고 논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고, 이 책은 그 책에서 내린 결론을 어떻게 신앙생활에 적용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성격을 변증서와 영성서 중 한 가지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하기는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보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였다고 보이는데, 나름대로 성공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앞 부분에서 역사적으로 재구성한 예수는 실재했던 예수가 아니라 역사가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예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고 있습니다. 성경이 소개하고 있는 예수님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과 더불어 교제하면서 알게(배우게) 된 예수님인데, 제자들마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예수님과 교제했기 때문에 각각의 시각으로 본 다양한 모습의 예수님이 각각의 복음서에 기록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다양한 시각으로 기록된 여러 복음서에서, 하나로 통일된 시각을 인위적으로 추출해 내려는 것은 오만하면서도 어리석은 태도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예수님을 여전히 살아 계신 예수님으로 본다면, 교회의 전통 속에서 신앙의 선배들이 교제해 온 예수님에 관한 증언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고, 현재에도 살아계신 예수님과의 교제를 통해 그분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예수님을 과거에 돌아가신 어떤 분으로만 생각한다면 예수님을 제대로 알 수(배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성경에 기록된 다양한 관점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단지 그분에 대한 성경의 기록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만나 그분과 인격적으로 교제하는 가운데 그분을 알아가야(배워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복음서의 기록자들인 예수님의 제자들도 예수님을 배워가는 과정 속에서 복음서를 기록했기 때문에 복음서를 통해 예수님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따라서 살아계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 그분을 배워가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제가 성경을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저로서는 성경 자체를 하나님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이나, 또는 성경을 일반 문학 작품처럼 취급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저자의 시각이 올바르다고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역사적 예수에 관한 논쟁을 다루고 있는 1부는 일반 성도들이 보기에는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2부는 목회자들은 물론 일반 성도들에게 커다란 통찰력을 갖게 해 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부에서 저자는 네 개의 복음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예수님에 대한 각각의 시각에 대해 깊이 있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 대해서도 각각의 복음서가 어떻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소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었는데, 평소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이라 무척이나 신선하고 유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예수님을 부르는 호칭에서도 각각의 복음서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을 토라의 화신으로 그리고 있다는 지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믿지 않는 자들만이 예수님을 선생이라 부르고, 제자들이나 다른 믿는 자들은 예수님을 주님이라 불렀다는 지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자가 베네딕트 수도원 수사 출신의 감리교 목회자라는 점 때문인지 저자가 권면하는 '예수 배우기'라는 개념에서 카톨릭적인 영성훈련의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방법론적인 면에서 볼 때 침묵과 묵상을 넘어서는 신비주의적인 방법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예수 배우기'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겸손한 태도와 지속성입니다. 예수님을 다 알 수 없고, 또 예수님이 계속해서 일하고 계신 이상, 우리의 배움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는 예수님을 어떤 고정된 틀에 가두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그분의 역동적인 활동에 동참함으로써(제자도의 실천을 통해) 예수님을 계속해서 배워가고, 닮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영성서들이 신비주의적인 방식의 영성훈련을 강조하면서 방법론에 치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이론적인 면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벼운 느낌이 들지 않아 좋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사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에 대해 공부하기를 원하는 분들이나, 영성훈련에 관한 책 중에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기다려 왔던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