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제나
조앤 바우어 지음, 이순영 옮김 / 꽃삽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청소년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괜찮다는 책들은 왠만하면 읽어 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좋은 책을 읽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읽어 본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완득이'라는 책입니다. 일종의 성장소설이자 다문화 가정에 관한 가족소설로써 감동과 재미가 잘 어우러져 있는 책입니다. 얼마 전에 영화로 만들어져 다음달(2011.10) 중에 개봉한다고 하는데 영화도 정말 기대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갑자기 '완득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 책도 그 책처럼 성장소설이면서 가족소설이라서 그런지 두 책 사이에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완득이'보다, 또는 '완득이'만큼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 쓴 책과 미국 사람이 쓴 책이라는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정서적으로 웃음 코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도 상당히 재미있게 쓰여진 책이기는 합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완득이'처럼 극적인 웃음이나 극적인 감동을 주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이어지는 재미와 감동이 있습니다. 특히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와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가족을 버리고 떠도는 아버지에 대해 주인공이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이라던가, 글래드스톤 신발 매장에서 일하는 가운데 주인공이 보여주는 정직하고 성실한 태도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며, 자녀들이 꼭 본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인데,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제나의 아빠는 알코올 중독자로서 엄마와 이혼한 다음 여러 곳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술에 취해 집 생각이 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제나를 찾거나 또는 술취한 상태에서 제나가 일하는 매장에 찾아와 제나를 힘들게 합니다. 그런데도 제나는 아빠에게 아빠의 그런 행동이 얼마나 자기를 힘들게 하는지 한 마디도 제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제나의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계시는데 제나는 할머니를 자주 찾아뵙는 착한 손녀이기도 합니다.

제나는 시카고에 있는 글래드스톤이라는 신발회사의 한 매장에서 거의 일년 가까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글래드스톤의 창업자인 매들린 회장이 시카고에 와서 이 매장에 들렀다가 제나를 눈여겨 보게 됩니다. 제나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이기는 했지만 타고난 장사꾼이었고, 그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제나는 그 매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매들린 회장은 제나에게 방학기간 동안 자신의 운전기사가 되어 달라고 부탁을 히게 되고, 엄마의 허락을 받은 제나는 매들린 회장을 모시고 시카고에서 텍사스까지 6주 동안의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게 됩니다. 심지어 매들린 회장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매들린 회장의 아들에 맞서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나가 깨닫게 된 것은 "진실 만큼 강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나는 이 깨달음을 얻은 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아버지의 문제 행동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아마 앞으로 제나와 아버지 사이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이 책은 '성장소설'이면서 동시에 알코올 중독자의 가정 문제를 다룬 '가족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나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사업철학이라던가, 매들린 회장이 강조하는 사업철학에 관한 교훈들을 읽다 보면, 이 책이 마치 자기계발서의 일종이거나, 기업소설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실제적 교훈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들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저자가 제나나 제나의 아버지, 매들린 회장의 입을 통해 가르쳐주는 교훈들 모두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은근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 그리고 자연스럽게 와닿는 교훈적인 내용들이 잘 어우러져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청소년들이 읽으면 많은 감동과 유익을 얻게 될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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