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6 - 환상 속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성을 파헤치는 장르문학의 거장 6인 닮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wannabe series 2
마르셀 파이게 외 지음, 이상희 옮김 / 위즈덤피플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장르소설 단편모음집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소제목을 보니 소설책이 아니라 장르문학 분야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여섯 명의 작가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장르문학이라는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만화책을 즐겨 읽었고, 커서는 무협지를 즐겨 읽었고, 신앙을 갖게 되면서는 신앙 도서를 주로 읽었기 때문에 순수문학이나 장르문학에 속한 책들은 별로 읽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장르문학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장르문학의 수혜를 받아 왔던 터라 이 책에 소개된 저자들의 작품들이 그렇게 생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섯 명의 작가들은 각각 서로 다른 필자들에 의해 소개되고 있는데, 전체적인 흐름이 마치 한 저자에 의해 쓰여진 것처럼 매끄럽게 잘 다듬어져 있어서 읽는 데 어색하거나 불편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원서 편집자의 공인지 번역자의 공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어쨌거나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는 순서는 현대로부터 과거로 거슬러 내려가는데, 현존하는 최고의 장르 소설 작가인 스티븐 킹으로부터 시작해서, 블레이드 러너의 작가 필립 K. 딕, 솔라리스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반제의 제왕의 작가 J.R.R. 톨킨, 드라큘라의 작가 브램 스토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셀리의 순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여섯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단 한 권도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그 모든 작품들을 다 영화를 통해서 만나 보았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그와 같은 영화의 원작을 글로 써 내었는가 하는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책에 소개된 작가를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는 가운데 어떤 공통점 같은 것을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관심 분야들이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들의 삶에 다양한 굴곡이 있었고, 그러한 굴곡을 통해 그들이 경험한 고통과 외로움 같은 것들이 그들의 작품에 녹아들었따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뿐입니다. 스티븐 킹이나 필립 K. 딕의 경우는 오랜 시간을 약물에 중독되어 지냈을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이 컸던 사람들이었고, 브램 스토커의 경우는 자신이 존경하던 인물에게 자신을 스스로 옭아 매고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며 지냈던 사람이었고, 메리 셀리는 자유 연애를 부르짖는 유부남과의 연애로 인해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나마 스타니스와프 렘과 J.R.R. 톨킨 정도가 정상적인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작품들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자신들의 작품 속에 녹여 넣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인식, 그리고 미래 사회에 대한 놀라운 전망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여섯 명의 저자들이 남긴 작품들 가운데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작품들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한 권씩 찾아 읽어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작품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들에 대한 작가 자신의 평과 세간의 평이 어떠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블레이드 러너는 어떤 편집본으로 보는 것이 좋은지, 솔라리스는 어떤 감독의 작품이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그리고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은 영화들의 내용과 원작의 내용 사이에 얼마나 커다란 차이점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그리고 시대에 따라 어떤 변천 과정을 겪어 왔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들의 작품과 관련된 영화들을 찾아 보게 될 때 이러한 정보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르문학에 있어서는 초보자라 할 수 있는 저였음에도 읽어가는 동안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책이었기에, 장르문학에 대해 매니아라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왜 거장으로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 자신에 대해 장르문학 매니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이 정도는 읽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이 장르문학 매니아들의 필독서가 된 것처럼, 이 책 또한 그들의 필독서로 읽혀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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