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그리스도인이다 규장 A. W. 토저 마이티 시리즈 16
A. W. 토저 지음, 이용복 옮김 / 규장(규장문화사)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저의 설교는 언제나 많은 깨달음과 도전을 줍니다. 강렬한 어투와 거침없는 선포에서 가슴이 시원해지다가도, 그 말씀이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임을 깨달으면서 갑자기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합니다. 한동안 토저의 설교에 빠져 지내다가 꽤 오랜 공백기를 거쳐 다시 토저의 설교로 돌아온 이유는 여러 설교자들의 설교집을 섭렵해 보았어도 토저의 설교만큼 가슴에 와 닿는 설교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채워 주는 설교는 많았지만 가슴을 치게 하는 설교는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씨름해 오던 저에게 이 책의 제목은 특별한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 앞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토저가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지, 아니 성경에서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지 토저의 음성을 통해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영문판 편집자인 제임스 스나이더의 서론에서부터 이 책은 제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았습니다. 그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 전체에 걸쳐서 토저는 자신의 독자가 진정으로 회심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전제하에서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회심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볼 때 회심은 끝이 아니라 믿음과 신뢰와 행함으로 충만한 삶의 시작이다."

   지금까지 '구원의 확신'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회심의 확신'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회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수없이 들어온 바 있었기에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원의 확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만약 '회심의 확신'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저 역시도 믿음의 선배들이 고백했던 '회심'이라는 그 놀라운 체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놀라운 회심 이야기'라던가, '아이들의 회심 이야기'와 같은 책에 소개되어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회심'을 경험한 사람들이 오늘날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해 보면, 자신의 회심을 확신하는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회심을 신앙의 시작점으로 본다면, 그 시작점조차 거치지 못한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그리스도인이라 말하는 것이 가당키는 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임스 스나이더는 토저가 히브리서 11장을 '믿음 장'이라기보다는 '행함 장'으로 본다는 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었는데, 책 소개에 인용된 그 내용을 보면서 저는 이 책이 히브리서 11장에 관한 설교집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서 11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 기록된 설교 중 단 한 편의 설교 중에서 잠시 다루고 있는 내용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히브리서 11장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 이 책을 읽어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이 책은 오히려 베드로전서와 유다서를 설교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저자는 베드로 사도가 자신의 서신에서 수신자들을 향해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 또 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베드로 사도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또한 예수님의 형제 유다가 수신자들을 향해 어떻게 살라고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분명하게 그려 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모르는 그리스도인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식으로 끝나지 않고 삶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마음이 그 진리에 설득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저자의 설교는 그 점에 있어서 상당히 탁월한 설득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전달하는 저자 특유의 방식은 뭔가 특별한 느낌을 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아무런 깊이도 없는 내용을 포장만 잘해서 내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설교에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점에서 그의 탁월함을 발견합니다.

  저자가 구약 시대 선지자들과 함께 일하셨던 성령님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 그 점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성령님과 관련된 구절들에 있어서 전치사의 의미를 중요하게 다루는 해석'에 관해 언급하면서, 구약 시대에는 성령이 선지자들의 '위'에만 계셨다는 잘못된 해석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전서 1장 11절('자기 속에 계신 그리스도의 영이')에 나오는 '속에'라는 전치사는 "구약의 선지자들과 성도들에게는 성령이 없었다. 성령은 오직 그들 '위에' 계셨을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어떤 사람들의 황당한 신학을 무너뜨린다.. 나는 성령께서 구약의 선지자들 위에, 또 그들 안에 계셨다고 믿는다. 나는 성령께서 신약의 그리스도인들 위에 임하셨고, 또 그들 안으로 들어오셨다고 믿는다. 나는 성령께서 구약의 선지자들 안에 계셨다고 믿는데 그것은 베드로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이러한 잘못된 해석이 난무하는 이유에 대해, 지적인 호기심에 사로잡혀 실천을 망각하거나 무리한 성경해석에 집착하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하기를 '가장 쉽고 평범한 해석이 옳은 해석이며, 하나님의 본 뜻과 아무 상관없는 기상천외한 의미를 성경 구절에서 끄집어내기 위한 현학적 연구에 몰두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이미 깨달은 성경 구절을 실천하는데 힘쓰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스나이더가 언급한 히브리서 11장에 대한 내용 역시 저자의 탁월함을 드러내 주고 있는 본문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자는 히브리서 11장에 언급된 믿음의 사람들이 왜 믿음의 사람으로 불리웠는가에 대해 상기시켜 주면서 그들의 행위, 곧 그들의 순종이 그들의 믿음을 드러내 주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노아가 방주를 만든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과 순종하고자 하는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며, 그것이 바로 믿음에 따른 행동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히브리서 11장에 기록된 모든 사람들은 "나는 믿는다"라고 말하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명하신 것들을 순종으로 행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저자는 성경의 진리가 모든 이들에게 자동적으로 진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을 만족시킨 이들에게만 진리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베드로전서 2:3절의 말씀(너희가 주의 인자하심을 맛보았으면 그리하라)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문장 앞에 붙어 있는 만일(if)라는 단어의 의미는 '너희가 그분이 인자하시다는 것을 맛보지 못했다면, 너희는 처음으로 돌아가 먼저 그분이 인자하시다는 것을 맛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전진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수준에 따라 먼저 해야 할 일과 다음에 생각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인데, 참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저자는 또한 '신앙을 전할 때에는 신앙에  따르는 고난도 함께 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절반의 기독교만을 이야기해주는 것은 상대방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저자의 지적은 오늘날 '절반의 복음'만을 전하고 있는 많은 목회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고난을 당할 때에 상대와 다투지 말고 도리어 침묵하라'는 저자의 권면에서는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을 해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기 때문에, 자신을 박해하는 사람에게 증오의 마음을 품지 말고, 악의를 키우지 말라'고 권면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선을 지키기만 하면 세상에 그 무엇도 자신을 해할 수 없다'는 저자의 설명에 커다란 도전을 받았습니다. 

  또 저자가 자신이 '보편구원론을 믿지 않는 이유'를 성경 말씀을 근거로 설명해 주고 있는 내용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지옥강하설'에 대한 저자의 설명 역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로서는 이 부분에 대해 뭐라고 말할 만한 수준이 못 되지만, 저자의 설명은 충분히 논리적이고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 저래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들로 풍성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토저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회자로 지내면서 다른 누군가의 설교를 듣거나 읽으면서 은혜를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와 같이 귀한 설교자의 설교를 왜 한동안 잊고 지냈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래간만에 감동과 도전을 주는 설교집을 읽은 기쁨이 큽니다. 추천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