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친구, 짜라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50
조란 드르벤카르 지음, 이두나 옮김, 마르틴 발차이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전도사 시절에 어린이 사역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아이들이 똥 이야기와 귀신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눈을 반짝거리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세대를 이어 내려가는 독특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무서운 친구 짜라 역시 그러한 이야기에 속하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귀신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저자는 이러한 무서운 이야기를 통해 매우 교훈적인 사실을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해 주고 있습니다. 바로 겸손에 대한 교훈, 존중에 대한 교훈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다섯 명의 여자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 네 명의 아이들은 항상 함께 어울려 다니는 패거리들인데, 그렇게 좋게 생각되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이 숲 속에 놀러가기로 하고 짜라도 함께 데려가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다섯 명의 아이들 중에 네 명의 패거리들은 숲 속에서 여러 가지 감짝 놀라는 일을 만날 때마다 짜라에게 겁을 줍니다. 저게 바로 어떤 귀신인데 그 귀신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지요. 그러나 사실은 그저 숲 속의 동물들을 보았던 것 뿐이었습니다.

이야기의 끝에 가서 저자는 그 네 명의 아이들이 말했던 귀신들이 바로 짜라의 집에 살고 있는 짜라의 친구들이라는 사실을 밝혀 줍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짜라를 겁주기 위해 지어낸 말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식의 말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또 짜라는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속으로 웃겼을까요. 결국 짜라는 그 네 명의 친구들보다 더 담력있는 아이로 밝혀집니다. 생각하기는 싫지만 어쩌면 짜라도 자기의 친구들처럼 귀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동화를 통해서 어린 독자들이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무시하는 어떤 아이가 실제로는 더 대단한 모습을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조그마한 지식을 가지고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떠벌리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린 독자들이 스스로 그 교훈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부모님들의 도움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제 딸은 이 책을 보고 난 뒤, 네 명의 친구들에 대해서는 재수없는 아이들이라고, 또 짜라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에는 통쾌했다고 하더군요. 또 한편으로는 더러운 느낌도 들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귀신들에 대한 느낌이 별로 좋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자라다 보니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부정적일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저로서도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귀신에 대해 기독교 신자들과 같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라면 또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의 완성도도 높고, 내용의 완성도 역시 뛰어나지만 기독교 신자로서의 관점에서 볼 때 좋은 평점을 주기는 어려운 책이라 느껴집니다. 하지만 교훈적인 내용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가혹한 평점을 주기도 어렵습니다. 별 넷 정도가 무난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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