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건져내랴 - 쉽게 풀어 쓴 로마서
조성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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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로마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은 책이겠거니 했습니다.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처럼 딱딱한 성경 원문을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로 풀어 놓은 새로운 번역 성경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소설가로서 뭔가 예전에 본 바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책을 썼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이 도착했을 때, 그러한 심정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소설책을 연상하게 하는 표지와 제본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 보니 예상과는 달리 아주 깊이 있는 성경 강해서였습니다. 야훼의 밤이라는 저자의 책을 읽어 본 바 있기 때문에 저자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평신도 설교자로 교회를 섬겨오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척이나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소설가가 설교집이라니, 무엇인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그 수준과 깊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왠만큼 설교를 잘한다고 하는 분들과 비교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저자의 설교를 읽어가면서 가장 먼저 받았던 느낌은 이재철 목사님의 설교와 조금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책을 읽어 온 다독가라서인지 본문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료들이나 예화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무슨 예화집에서 베낀 예화 같은 것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고, 또한 단어나 개념의 명확한 설명을 위해 사용한 자료 역시 자신의 지식 수준을 자랑하기 위해서 억지로 끌어다 붙힌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모든 논의의 전개가 억지스럽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습니다.

본문의 내용을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원어의 의미를 소개해 가며 설명하는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꼭 필요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만 소개하고 있었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좋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한문에도 능통하여서인지 중국 고전과 고사성어도 가끔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또한 과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연세가 많은 목사님들께서 설교 중에 지나칠 정도로 고전이나 고사성어를 끌어다 인용하시는 것으로 인해 많이 괴로웠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 일에 대해 약간은 민감한 편인데, 이 책의 경우는 무난한 정도라서 그리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느낀 것은 저자가 '부르심'이라는 개념과 '하나님의 의'라는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개념들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통해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개념 역시 저자가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지만, 저로서는 이미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던 부분이었기에 앞의 두 개념에 대한 설명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많은 사람들이 로마서 8:28절을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는 이 구절을,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일들이 잘 풀리지 않고 있지만 나중에는 다 잘 풀리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8절에 기록된 부르심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면 이 구절을 오해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28절에 기록된 부르심은 29절에 기록된 바와 같이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한 부르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지금의 고난이 마침내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게 하리라'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구절에 대한 설명을 책의 앞부분에서 한 번 다루고, 또 다시 책의 마지막 부분인 8장에 대한 설명에서 다시 한 번 다루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눈에 계속 들어오는 것이 제게 무슨 중요한 의미를 가르쳐 주려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또한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라는 구절을, '복음에는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길이 제시되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라야 하나님께 온전히 나아갈 수 있다'는 진리가 제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 역시 마음에 깊이 공감이 되는 데다가, 책의 여러 곳에서 몇 차례 반복해서 언급되고 있었기에 마음에 깊이 새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학교교육과 마찬가지로 설교 역시 중요한 내용은 여러 차례 반복해서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아쉬움 한 가지는 8장에 기록된 승리의 비결에 대한 설명이 여타 다른 설교자들의 설교와 다를 바 없이 약간은 막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로마서 7장에서 율법을 지키는 일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 스스로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여지없는 실패뿐입니다. 다시 결심을 하고 다짐을 하고 노력을 하지만 또 여지없이 실패하고 맙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율법의 요구를 친히 이루시도록 우리는 자신을 그리스도에게 드리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저자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이 대답이 약간은 뜬 구름 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 아쉬운 설명이 로마서 8장에 대한 설명에 와서 조금은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을 그리스도에게 드리는 일을 영을 따르는 삶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었고, 따라서 승리의 비결은 육신을 따르지 않고 영을 따라 사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을 따라 사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안에 계신 성령을 해방시켜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이러한 설명 역시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노력하는 것과, 자신을 그리스도에게 드리려고 노력하는 것, 영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것, 우리 안에 계신 성령을 해방시켜 드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저자 스스로도 '영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데에는 날마다 순간순간마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결국 모든 영역에 있어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야기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저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보려고 노력해 본 결과는, '우리 스스로 노력한다는 것은 어떤 죄의 문제를 지엽적인 측면에서 하나 하나 해결하려는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고, 자신을 그리스도에게 드리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내 삶의 총체적인 영역에서 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뿐 아니라 선을 행하는 일까지를 포함해서 모든 면에 있어서 성령께 순종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직접적인 정리가 없었기 때문에 저자가 실제로 이렇게 말하려고 했던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또,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율법은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지키라고 주신 것이고, 문제는 지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는데, 바울 사도가 자신에 대하여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을 보면 율법도 지키려고 노력하면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결국 '율법은 처음부터 구원얻는 조건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정독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로마서에 관한 여타 설교집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문제로서, 각각의 본문에 관한 설명과 로마서 전체를 관통하는 교리적 진술을 하나로 엮어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본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보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탁월한 면을 드러내고 있는 수준 높은 설교집이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저처럼 교리적인 문제에 관한 고민을 가지고 로마서에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많은 깨달음과 도전을 얻을 수 있는 귀한 설교집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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