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빈곤 다루기
에쉬바커 지음, 박경희 옮김 / 대장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자들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 가난한 자들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책임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책임인가 하는 것을, 그에 관련된 성경의 핵심 본문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말씀들을 차례로 살펴가다 보면, 가난한 자들을 섬겨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결코 선택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 들여야만 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진리가 오늘날의 교회들 속에서 얼마나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해 오는 가운데 가난한 자들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에 대해 설교하는 내용을 거의 접해 본 적이 없었던 제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마도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앙인들에게 비슷하고도 공통적인 경험이 이난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핵심적인 진리 중에서, 지금까지 지나칠 정도로 외면되어 왔다고 볼 수 있는 진리를 우리에게 뚜렷하게 상기시켜 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년 전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 가장 먼저 주일 설교 본문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누가복음이었습니다. 예수님과 그분이 전하신 복음에 대해 깊이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 누가의 서술적인 기록방식을 좋아했기 때문에 누가복음을 선택했었습니다. 그래서 개척한 그 날로부터 지금까지 2년 가까이를 매 주일마다 누가복음을 본문으로 설교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을 설교하면서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예수님께서 가난한 자들에 대해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고, 그들을 구제하는 일에 대해 자주 강조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부자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자기를 위해 재물을 쌓아두는 일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으로 말씀하셨는가 하는 것을 보면서 설교를 들은 성도들보다도 설교를 준비하는 동안 제 자신이 더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이미 저의 인식 가운데 들어와 있던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 다양한 시각들을 이 책을 통해 많이 접해 볼 수 있었습니다. 모세의 사역이 구속사적인 입장에서의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일 뿐만 아니라, 노예 상태에 있던 가난한 자들에 대한 구원이라는 관점은 예전부터 진보적인 교단의 주장이라 생각하여 거부감을 느껴온 바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태도였는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전부다 라고 하면 옳지 않지만, 그렇게 보는 관점도 의미가 있다라는 측면에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임을 깨달았습니다.  

또 욥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갑작스럽게 가난에 처하여진 사람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 역시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욥을 그저 연단의 과정 가운데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지, 그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처지에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난 중에 있던 욥을 가난한 자로 바라보면서 욥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예기치 못하게 가난의 굴레 속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저자의 가르침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도 그러한 위치에 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이처럼 실감나게 느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가난한 자들에 대한 책임은 청소년기에 성경을 여러 차례 통독하면서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바였습니다. 그래서 목회자가 되기 훨씬 전부터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일에 대한 교회적인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고, 그 결과 교회를 개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여러 구제 기관들을 후원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금액을 교회 재정의 30%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겠다는 목표를 향해 꾸준하게 노력해 왔습니다. 교회 재정의 30%를 구제에 사용해야겠다는 것은 성경에 기록된 ‘삼년 중 일년의 십일조를 지방 성소에 보관하면서 가난한 자들을 돌아보는 데 사용하라’는 율법의 가르침을 교회적으로 실천해야겠다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저 자신의 노력과 수고에 대해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그것으로도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교회적인 책임을 넘어선 개인적인 채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호주의 부유한 사람들 중 대다수가 자신이 부유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마음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마음이 갖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자의 지적에서 나는 과연 어떠한가 라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척 교회를 섬기는 목사로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의 목사들처럼 넉넉한 사례를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부유하지는 않다 라고 생각해 온 저에게 그래도 당신은 부유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 소개된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과 비교하면 저는 확실히 부유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 역시 가난한 자들에 대한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부유한 사람들을 향해 “그러니 이렇게 하십시오, 또는 저렇게 하십시오.”라고 말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너희는 너희 소유를 팔아서, 자선을 베풀어라”는 주님의 말씀을 우리에게 되새겨 주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이 말씀을 접하게 되니, 혼자서 성경을 읽으면서 이 말씀을 접했을 때와는 많이 다르게 들리더군요.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중요한 의미이자 가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통해 가난한 자들에 대해 성경이 가르치는 말씀의 의미를 실감하고, 성경이 강조하는 그대로의 중요성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신앙이라는 것을 내 한 몸 잘되고 편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읽어야만 할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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