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고 싶다
김종일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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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울어 보았습니다. 그것도 청소년들을 위해 쓰여진 책을 읽다가 울다니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재혼과 더불어 시작된 고모네 집에서의 힘겨운 생활, 그리고 가출. 70년대 경에 가출한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을 터, 구두닦이 생활은 그나마 해 볼 만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래도 거친 형들 밑에서 쥐어박히며 살아가는 것은 종수에게도 힘든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터에 우연히 만나게 된 혜련이 누나는 종수에게 누나이자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습니다. 종수를 위해 검정고시 학원에 다닐 기회도 마련해 주고, 마치 친누나와 같이 종수를 위해 이런 저런 신경을 써 주던 혜련이 누나의 죽음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나게 되는데, 그 죽음에 이르기까지 혜련이 누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거친 구두닦이 형들의 마음에 숨겨져 있던 따뜻한 면모를 끌어내었던 것도, 또 구두닦이 형들 중의 왕초인 독사 형으로 하여금 그 거친 세계를 떠날 마음을 갖게 해 주었던 것도 바로 혜련이 누나였습니다.

솔직히 저로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종수가 아닌 혜련이 누나라고 생각되었을 정도로, 혜련이 누나가 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습니다. 종수를 위해, 그리고 자신과 같이 몸파는 일을 하며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 할 곳이 없었던 누나들을 위해 끝없이 헌신하던 혜련이 누나의 모습 속에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일을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자존감을 지키고자 노력하였던 그 모슥 속에서 과연 세상에 이런 삶도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안타까워 하던 혜련이 누나의 죽음을 보며 내 삶의 마지막에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와 같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누나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가는 종수에게 전해진 누나의 편지와 통장은 종수를 향한 누나의 진실된 사랑을 드러내 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종수와 같은 또래의 동생을 잃어버린 과거라도 있는 것인지, 어째서 친동생도 아닌 종수에게 그와 같이 헌신하였던 것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그렇게 사랑하고 의지하며 지낼 수 있다면 힘겨운 이 세상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수의 나이를 열 여섯살로 설정해 놓았던 점은 이 소설의 내용 속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데에 약간의 방해가 되었습니다. 열 여섯살의 나이면 중학교 3학년 정도 되는 나이이고, 그 정도 나이에 그와 같은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 남자애가 어디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정도 나이라면 더 힘든 일을 시키지 겨우 찍새(구두닦이 무리에서 손님들의 신발을 모아 오는 일을 하던 사람) 일 정도 밖에 안 시켰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해 저 역시 그렇게 깊이 알 수 없었기에 아예 틀렸다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목에 대해서도 살짝 아쉬움이 느껴지는데, 왜냐하면 이 소설에서 언제나 주도적인 위치에 서 있는 것은 혜련이 누나이기 때문입니다. 종수는 결코 스스로 '나는 날고 싶다' 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혜련이 누나가 '너는 날아야 한다'라고 했기에, 종수도 '그렇다면 나도 날아 볼까'라고 생각하고 따랐을 뿐입니다. '작가의 말'을 읽다 보면 저자가 자신의 소설을 청소년 소설이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이런 저런 해설을 덧붙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약간은 억지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스스로도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은 종수가 맞지만, 그러나 혜련이 누나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모성애와 같은 따뜻한 느낌이 이 소설을 참으로 의미있게 만들어 주고 있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혜련이 누나의 모습을 보면서 참 천사같은 여자다 라는 생각을 했고, 그 누나의 죽음을 확인한 병실에서 종수가 참을 수 없는 슬픔에 사로잡혀 오열하기 시작했을 때, 제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참 따뜻하게 느껴졌던 소설이었습니다. 이런 소설이 그리웠는데 참 잘 만났다 하는 생각에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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