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장판교에서 고함 소리만으로 조조 대군을 진군을 막은 유비의 결의 형제.
아마도 장판교에서의 고함을 치던 장비가, 가장 빛나던 때의 장비가 아닐까 한다. 사실 동탁 토벌전 때 여포와 겨루다가 승부를 못낸것 빼고, 장비가 이름난 장수와 싸운적은 별로 없다. 예를 들면 바로 위의 형인 관우의 경우 ,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벤 일화, '안량 문추의 목을 벤 관우' 같은 타이틀이 있는데, 장비 같은 경우는 좀 애매하다. 전해 내려오는 이름에 비해 뚜렷한 성과가 없는 캐릭터다. 묻어가는 캐릭터의 느낌이 좀 강하다. 예전에 관우가 잠시 조조네 회사에 취직했을 당시 '제 아우 장비는 저보다 더 셉니다' 라고 한 말 때문에 우리는 장비가 무지 셀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장비의 성공비결은 '완벽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오너가 하기 껄끄러운 일들을 대신 처리 해준것'에 있다. 유비가 근엄하게 폼잡을수 있는 것도 장비가 하고 싶은 말 대신해주고, 때려주고 싶은 놈 대신 때려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옛날 깡패형들이 2인 1조로 한놈은 어르고, 한놈은 달래서 초등학생 삥뜯는 분위기를 유비, 장비 형제가 자주 연출한다. 삼국지 안에서 '장비가 불같이 화내고, 유비는 말리고, 관우는 침묵을 지키는 장면'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유비,관우,장비 삼형제는 마치 '슈퍼 에고, 에고, 이드' 같은 역할 분담을 통해 삼위일체로' 움직이며, 상대방을 어르고 달래면서 난세에 대업을 이룰 수 있던 것이다.
동네형들 잘만나서, 함께 고생도 하고, 잘나가기도 했던 장비의 치명적 약점은 부하를 함부로 대함과 나쁜 술버릇에 있었다. 술에 취해 부하를 때려서 여포에게 서주성을 빼앗긴 전력은 유명하다. 관우 죽음이후 오나라와 복수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비는 부하들에게 단기간에 관우를 애도하는 흰군복을 마련하라고 무리한 명령을 내린다. 결국 술에 취해 잠든 사이 부하들에 의해 목이 잘려 목숨을 잃게 된다. 허무하고 비참한 죽음이다.
오너에 대해 충성심은 삼국지를 통틀어 장비를 따라갈 자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펼쳐봐도 유비를 배신하는 장비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의 한계였으니, 관우를 탐내는 제후는 많았어도 장비를 탐내는 제후는 아무도 없었다. 또한 해바라기형 임원이었던 장비는 아래사람을 너무 막대했고, 결국 그로 인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것은 조직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또한 나쁜 술버릇을 지닌 사람은 반드시 주의해서 써야 한다는 교훈을 장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