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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
서효인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평점 :
난 평생 야구장에 1번도 가본적이 없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본 야구 경기가 1번도 없으며, 이름을 아는 야구 선수가 10명도 안되는 사람이다. 그나마 그 선수와 소속팀을 매치시키지도 못한다. 애초에 이책은 내 관심권 밖의 책이며, 내가 읽을 수가 없었던 책이다. 솔직히 나는 야구에 관심도 없으며 관심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이 책을 읽게 된것은 기가 막힌 우연이 몇 개 겹쳤기 때문이다. 크레마 카르타 (최신 전자책 단말기 : 이게 있으면 외국에서 한국책을 사볼수 있다)가 내 눈안에 들어왔고, 때마침 한국에 사는 친구가 비행기를 타고 나를 방문하게 됬고, 그 시기에 우연히 두산과 삼성의 한국 시리즈 결승전이 있었다.
회사 회식이 있었는데, 한국 시리즈 결승전 두산과 삼성의 1차전이 있는 날이었다. 3명이 식사를 했는데 그중 2명이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중 1명은 나와 좀 어색한 상사. 그 분이 말을 하셨다. "나는 삼성팬은 아니지만 두산이 너무 싫습니다. 선수들이 재수가 없습니다. 삼성이 이기길 바랍니다. 어디 팬이야?" 갑작스럽게 나에게 질문이 던져졌다. 실제로 좋아하는 구단도 없고, 평소 같으면 '저는 야구 잘 모릅니다' 하고 끝냈을 일인데, "저는 서울이라 두산팬입니다"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일종의 사춘기적 반항이라고 해야할까. 그날 지고 있던 삼성이 역전승을 거뒀는데, 너무 분했다. 일단 그사람이 기뻐하는게 싫었다. 그리고 그 뒤로 두산이 4연승을 하고 우승을 거두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짜릿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전자책을 샀으며, 후르르륵 읽어버렸다. 야구에 대한 글쓴이의 애정을 느낄수 있었다. 무언가를 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은 그것 자체로 아름답다. 그는 야구를 통해 인생을 해석할 줄 알고, 야구를 통해 기쁠 수 있고, 절망하기도 하고, 야구를 통해 위로를 받는 사람이다. 유머가 있으며, 기억력이 좋고, 사람과 인생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다. 이 책을 보며 어떤이의 재미있는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었다.
작가가 위트가 있고 글재주가 있다. 읽는 중간중간 폭소를 터뜨리기도 한다. 문학인 야구단과 음악인 야구단의 대결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소재다.
재미있게 봤고, 무엇보다 덕분에 나도 야구를 좋아하게 됬다. 인생에서 좋아하는 것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 이대호가 한일전에서 역전 안타를 날려 온국민을 기쁘게 해줬다. 나도 오늘 점심자리에서 대화에 껴서 나름의 분석도 하고, 감독이 실수했다느니 갑론을박에 참여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인생을 바꾼 책'이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