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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2 - 금권천하 ㅣ 화폐전쟁 2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쑹홍빙의 이 책은 '화폐전쟁'에 이어 출간되었다. 나는 단 하나의 '장'만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으로 치면, '재벌'가의 총수에 해당하는 사람이 한 일 때문이었다.
화폐전쟁 1, 2는 왜 '로스차일드' 가문에 화살을 겨눈 것처렴 여겨지는가. 그만큼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이 약화되었다는 의미일까. '링컨' 시절의 이야기부터가 그러했다. 그리고 '링컨' 시절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전개중이다. 화폐 발행권을 누가 갖는가의 문제 말이다.
역사는 증언한다. '국가'에 의해 화폐 발행권이 있던 경우 글자 그대로 방약무도한 '황제'나 '군주'가 들어서는 경우, '국가' 자체를 망조가 들게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화폐 발행권이 '민간'에게 가야하는 것일까?
쑹홍빈의 책은 그래서 기묘한 모순을 많이 내포한다. 그 모순이란, 화폐발행권을 가령, 링컨처럼, '은행가'들의 고이율 전비대출 제안을 물리치고 스스로 '그린벡'을 발행하여 전비로 사용하는, '정직한 군주'의 경우, 글자 그대로 국가 화폐란 공적 성격을 띠면서 생산활동을 촉진하는 매개 역할로 멈춘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쏭홍빙이 '국가 화폐' 발행을 전적으로 찬성하는가 하면 그러하지도 않다. 가령 한국과 중국은 중앙은행 설계의 초반부터 '국립 은행'으로 세워졌다. 한국의 화폐는 링컨이 발행했던 그린벡과 동일한 국가화폐이며, 녹색평론에서 최근 관심을 갖기 시작한, '국민 기본 소득제'를 실현하기에 딱 알맞은 화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름깨나 날린다는 소위 '진보진영'의 경제학자란 사람들이,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심지어 '민영화'까지 입에 올린다는 것이다. 쏭홍빈의 주장에서 핵심은 뭔가.
국영이건 민영이건 사람이 하는 일이라 모순은 결국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국영화폐의 '단점'중 하나는, '관료'권력을 강화하면서, 이른 바 '관료에 의한 지대챙김'의 경제가 성립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부패'라고 간단히 요약된다. 물론 '국영화폐'에서 비롯되는 문제만은 아니다. 허나, 국영화폐로 2천년을 유지한 중국사에서 한 왕조의 '망조'는 언제나 부정부패와 연관되었다. 상공업 활동이 억제된 '댓가'는 관료에 의한 막대한 지대칭김의 경제가 성립한다는 것인데, 독립된 중앙은행 혹은 민영 중앙은행이란, 독립된 군사 참모본부와 마찬가지로, 요컨대, '상인'들에 의해서 완벽하게 통제되는 경제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런 경제의 '모순'이 어떻게 극대화되는지 쏭홍빙의 두 책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말하자면 비록 '배면'이라고는 해도, '금권'에 기초하여 정치권력까지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창출하기는 했지만, '이들'만의 독자적인 힘으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게 문제이다. 2008년의 금융붕괴 이후 미국에서 빚어진 사태들을 보라. 관료권력이 '백홈'하여, 금융위기를 수습했다. 국가화폐도 아닌 '연준'이 제공하는 '빚 화폐'를 투입하여 미국은 금융붕괴를 그럭저럭 해결해냈다. 바로 관료들이! 그런데 문제는 그 '관료'가 실상 상인계층에서 온통 충원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독립적 군사참모본부처럼, '독립적 경제 대본영'을 가진, 미국과 같은 나라의 맹점이 드러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맹점'의 심장부를 쏭홍빙의 책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예리하게 파고든다. 물론 팩션이라고 해도 그러하다. 바로, 빅터 로스차일드의 '이야기'에서 그러하다. 그는 영국 정보부에서 일종의 '감찰'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대단한 고위직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그는, 삼성가의 장남 이0용이나, 현대가의 정0준에 해당할 정도의 영국 로스차일드 재벌의 총수였던 것이다. 헌데 그는, 기업경영보다 '세계경영'이 더 알맞았나 보다. 영국 정보부에서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요컨데 세계지도를 그리는데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런 '지도 그리기'에서 핵심은, 미국과 소련을 어떻게 다루는가라 할 수 있다. 쏭홍빙의 책에서 그 '방법'은 아주 간단했는데,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시기에 급속도로 발전시킨 과학기술 정보를 소련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지성의 '대이주' 시점이기도 했다. 유럽의 유력한 과학자들이 전부 미국으로 옮겨갔다. 나중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있기는 했다. 허나 대부분 미국에 머물렀고 결국 미국이, 전후 세계최고의 과학기술 수준을 자랑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독일로부터 가져간 로켓기술 같은 것도 포함된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을 미국만 한게 아니다. 특히 독일의 동부를 점령한 소련은 공장을 통째로 뜯어가는 등의 일을 했다. 물론 로켓 기술을 미국과 더불어 반분하여 가져간 나라가 소련이었다. 결국 '미국과 소련'이 이념은 물론, 과학기술에서도 '경쟁'을 하는 구도가 성립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소련의 그것은 일종의 속빈 강정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소련의 전쟁수행 역량의 3분의 2는 미국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세계 제2차 대전시의 '거대한 연합'이란, 미국과 소련의 '동맹'을 축으로 한, 히틀러 찌부러뜨리기 구도를 갖췄기 때문이었다. 약아빠진 영국과 프랑스는 가급적 격렬한 전장에서 빠져보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소련의 전쟁은 미국에서 유립된 '보급'에 전적으로 기초하여 수행된 것이다. 이러했기에 소련이 미국의 과학기술을 따라 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역사는 '다른' 것을 웅변했다. 바로, 세계최초의 우주선 발사를 '소련'에서 성공시켰다는 것에 더불어, 미국이 '원폭'을 성공시키면 소련도 바로 '성공'시켰다는 이런 이야기였다.
쏭홍빙의 책은, 왜 그러했는지 '놀랍게' 밝혀준다. 빅터 로스차일드가 바로 그 일을 했다는 것이다. 최고급 과학기술 연구가 수행되는 실험실을 '감찰하면서, 그는 도면까지도 세밀하게 베껴' 내갈 정도의 치밀한 정성을 바탕으로, 기밀을 유출시켰다는 것이다. 글쎄, 빅터 로스차일드의 후손들이 생생히 살아 있다는데 이런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사실 빅터 로스차일드는 '이미' 소련 스파이 혐의를 받았었다고 한다. 나중에 무혐의로 확정되었다는 것인데, 쏭홍빙은 너무나도 자세하게 그의 '과학기술 연구 성과'를 유출하는 행위를 묘사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재벌가의 2세 총수가, 가령 '핵융합연구소'를 찾아가서 중요한 연구 설계도 같은 것을 빼내다가 중국이나 북한에 유출했다는 이런 이야기다! 매우 놀라운 이야기이기에, 이 책이 인기를 끄는것 같다. 하지만 '왜' 그러했는가 이런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나중 세계체제의 '결과'를 놓고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소련이 미국에 아무튼 '대당'으로 성립하는 '세계체제' 덕분에, 가령 중국의 국공내전이나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등 '아시아'지역에서의 '전쟁' 불똥이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양극 체제'가 성립하지 않았다면 앞의 전쟁들 모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바로 그런 전쟁들이 유럽이 아닌 아시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에 기반하여 유럽은 '자본주의 황금시대'라는 전성기를 구가한 것이다. 바로 이런 '결과'를 들여다 본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게를 대상으로 군대를 파견하는 '미국'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바로, 19세기 후반기 영국의 역할을 물림했기 때문이다. 1990년 소련이 사라질 시점까지는 미국과 소련이 그 역할을 반분했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영국은 이제 더 이상, 강대국 위상을 가지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적어도 자본주의 황금시대였던 1975년까지는 그럭 저럭 견딜 수 있었다. 빅터 로스차일드의 특히 핵개발 관련 과학기술 정보의 소련 유출은 이런 효과를 냈던 것이다. 두 강대국이 으르렁 거리는 틈새에서 유럽은 '평화'의 30년을 보낼 수 있었고, 심지어 베트남에 미군을 보내서 '황금시대'를 밑받침하는 '유효수요'의 끊임없는 창출을 위한 '전쟁'을 지속하도록 할 수 있었다.
요컨대 본질보다 실존이 우선이듯, 이념보다 국가의 생존이 우선이었던 셈이고 빅터 로스차일드와 그의 케임브리지 동료들이 이런 일을 해냈던 것이다. 탄복할 만한 일 아닌가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군사적 역할은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를 미국이 차지했다. 심지어 유럽 방위도 '미군'이 맡아 주었다. 마샬플랜으로 유럽에는 미국의 풍부한 물자들이 지원되었고 경제부흥이 가능했다. 이런 가운데 '황금시대'가 가능했고 사민주의 체제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게 다 빅터와 그의 친구들이 소련으로 정보를 유출한 덕분이라면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