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부리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어른을 위한 동화
김세라 지음 / 하다(HadA)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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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오리 이야기

 

상상해보자, ‘백조의 틈에서 자란 오리의 처지를. 우아함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백조, 귀엽지만 백조만큼의 우아함을 가지지 못한 오리,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백조 무리 속에 오리의 삶을 평탄치 않았을 것이다.

 

버려졌던 오리 포포를 백조 부부가 키우는 소설 <황금부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명명되었다. 동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여 어른이 되면 잘 읽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동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동심이 사라지고 어른의 삭막함만이 남아있다. ‘오리백조라는 친근한 소재로 동심을 찾아 떠난 여행은 즐거웠다.

 

백조부부의 손에서 어쩌다보니 키워졌지만 무료로 밥을 주기 때문에 백조라면 반드시 가야하는 발레학교에 가게 된 포포, 당연하게도 학교의 부적응자가 된다. 이때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악한 백조부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포포보다는 책에 더 관심이 많았던 이 부부는 자신들이 거두지 않는다면 새끼 오리가 죽을 것을 알고 키우지만 사랑과 열정을 다해 보호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들은 선한가 악한가? 사실 포포처럼 용감한 오리가 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생긴 것이 다르기 때문에, 해야 할 것을 잘 하지 못해서 무리를 이루어 배척하는게 오히려 보통 사람들 아니겠는가?

 

어느 날 얻게 된 신비부츠는 포포의 삶을 바꾼다. 긴 여행을 떠나 백조들이 목숨처럼 집착하는 발레토슈즈의 비밀을 하나하나 파헤친다. 그 누구보다 토슈즈에 집착하는 발레선생 바바선생이 토슈즈 장사꾼 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토슈즈 공장에 숨은 비밀을 찾아나서는 여정은 더 흥미 진지해진다.

 

왜 백조들은 우아함에 집착하며, 발레 연습에만 몰입했을까? 왜 이 기이한 현상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까? 못생겼다고 구박받던 포포의 부리는 그 무엇보다도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백조를 구원하는 오리 이야기! 잠시 동심에 퐁당 빠져 즐겁게 읽어볼 수 있다. 꼭 만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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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 - 열여덟 살 자퇴생의 어른 입문학 (入文學)
제준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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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자퇴생의 용기 있는 결단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성인이 되면 생각보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많은 보통 사람들이 주류의 길을 가려고 아등바등 노력하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그건 세상의 풍지풍파에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지 누가 알려주진 않았다. 부모 된 입장에서 내 자식만큼은 보통의 정해진 길을 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8살에 자퇴를 생각한다는 의미는 대학의 자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의 저자 제준이 그렇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을 내 또래가 썼다면 애당초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생, 그 누구보다도 억압받는 시기에 을 찾아 떠난 그의 용기가 가상해 궁금증이 생겼다.

 

평범 그 이하의 학생이 1도 차이 나는 선택을 했다(p54).

 

긴 인생을 살아오진 않았지만 보통 사람처럼 사는 건 참 힘든 일이다. 남들은 다 평범하게 잘 사는데,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왜 나는 그럴 수 없을까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런데 저자는 자발적인 의지로 아주 작은 선택을 했다. 자퇴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아직 가시진 않았지만 그는 학교 교육에서보다 교외에서의 경험을 무기로 이 세상을 살아가려 한다. 처음에는 그리 크지 않다 생각한 각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지고 이에 따른 차별적 시선은 오로지 그의 몫이 되었다. 꽃길만 펼쳐질 것 같은 이후의 계획은 소속감의 결여로 공허를 부르고 공황장애에 이른다.

 

살다보면 내가 원치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남들과 다른 길로 떠밀릴 때가 있다. 고등학생이라면 고등학생만의 소속감과 그때만이 가질 수 있는 풋풋함이 있는데 이 모든 걸 박차고 스스로 비주류를 자처하는 그의 선택이 안타까우면서도 그 용기가 부럽다. 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감정을 글로 녹아냈다. 그리고 세상에 말한다. 자퇴를 했다 고해서 꼭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져야 하는 건 아니라고.

 

멋있는 게 어른이라면, 세상엔 어른이 아닌 어른이 너무 많다. 멋있기만 한 게 어른이라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p171).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치열한 고민은 나이만은 어른인 나를 부끄럽게 한다. 어른은 멋있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느는 건 적당한 체념과 현실 타협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꿈을 가지고 20207,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그의 원대한 포부를 응원하게 된다. 어떤 식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두 권의 책 출간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어른답지 않은 어른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을 생각해보게 한다.

 

나에게 참 무관심했고 꿈이란 사치라 여겼다. 아니, 꿈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루지 못한 목표에 집착하며 정작 다른 좋아하는 것을 만들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내 꿈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취향에 대해 생각하며 메모를 했다. 원래도 단조로운 성격이기에 그리 대단한 걸 생각해내진 못했다. 가짓수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성장통을 보며 과거의 나를 생각해보게 된다. 나도 꿈이 있었지. 지금과는 조금 다른, 그런 꿈이.

 

참 애늙은이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앞으로 세상을 바꿀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에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꿈을 찾아 헤매는 인간의 반짝임이 그리울 때 읽어보면 좋겠다. 10년 후, 그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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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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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하는 같은 처지의 다른 말단 검사들처럼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없는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p40).

 

법조계의 고질적인 문제, 라고 해야할까나. 훤칠한 얼굴에 수려한 말빨, 타고난 워커홀릭. 그렇지만 소위 엘리트라인에 낄 수 없는 비주류 검사 윤진하는 국민참여재판 전담검사로 활약하고 있다. 호소력 짙은 그의 외침은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언젠가는 인지부서로의 입성을 꿈꾸지만 윤진하 자신도 불가능한 꿈이라는 걸 얼핏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발버둥 친다. 여느 때처럼 사건을 준비하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명단을 살펴보는데, 어딘지 익숙한 이름에 그의 시선이 멈췄다.

 

장석주, 62, 남자, 무직, 화양도 영원시

 

인권 변호사출신 전직대통령 장석주도 국민의 의무인 배심원 소환을 피해갈 순 없었다. 소박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로 인기가 높은 장석주의 배심원 소환 통보는 전 국민적 이슈가 되고 모든 언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인다. 노숙자가 가출청소년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나 그 의도성은 찾아 볼 수 없는 과실치사로 기소된 사건인 만큼 윤진하는 장석주의 배심원 선정을 기피하려 했지만 유독 검사 측에 불리하게 선정되는 배심원들을 기피하다보니 결국 장석주를 배제하지 못한다.

 

전직 대통령을 이긴 검사라……, 타이틀 괜찮네. 괜찮아 (p72).

 

장석주의 배심원 선정은 막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전국구 스타로 이름을 알려 중수부입성을 꿈꾸는 윤진하. 피고 강윤호의 범행이 명명백백한 만큼 승기를 자신했다. 변시 출신 꼬꼬마 변호사 김수민의 어설픔으로는 이미 자백까지 한 마당에 전세를 뒤집기 어렵다 판단했지만 ‘7번 배심원으로 불리는 장석주의 개입으로 쉽게 끝날 사건은 현장검증에 이르고, 강윤호는 범죄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

 

변호사가 피고인을 못 믿으면 설령 무죄여도 유죄가 되는 겁니다. 아시겠죠, 김 변호사님? (p145).

 

노숙자들 사이에서도 소위 깡패라 불릴 만큼 악명 높은 강윤호의 범행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질이라는 평이 대세였다. 그렇기에 범행의 의도성을 가지고 다퉜던 사건은 강윤호의 자백에 경찰에서의 강압성이 확인 된 만큼 전면 백지화되지만, 검찰 측은 이를 이용해 수사권 조정이라는 카드를 쓴다.

 

 

사건이 심화되면서 경험이 일천한 국선변호사 김수민에게도 든든한 조력자가 생긴다. 로스쿨시절 은사였던 민철기의 개입으로 변호사다워진 김수민은 자신의 피고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점점 성장해간다.

 

7번 배심원 장석주의 활약으로 명명백백했던 강윤호 사건은 전세를 달리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방해공작으로 오히려 장석주를 옭아매는데.....

 

평범했던 이 사건은 7번 배심원 장석주로 인해 전 국민의 시선을 한 눈에 받는 핫한 사건이 됐다. 하지만 이는 장석주 조차 알지 못한 계략이 판치는 전초전으로 이용된다. 장석주의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은 다시 혼돈에 빠지고 결국 그는 배심원을 사퇴하는데...... 청렴결백하고 서민적인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의 뇌물수수 혐의는 지지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기는데, 장석주를 향해 칼날을 겨눈 검찰과 이를 저지하는 머리싸움은 놓칠 수 없는 묘미다.

 

언제나처럼 가늘고 길게, 그렇게 검사로서 늙어서 검사로서 정년퇴임하는 것. 그게 바로 검사 윤진하의 여전하면서도 일관된 목표다 (p372).

 

책의 제목은 <일곱번째 배심원>, 책의 줄거리 요약은 장석주의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장석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가 마지막에 말했듯 그는 윤진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가에게 있어 이 책의 주인공은 윤진하였다. 사실 나도 윤진하에게 더 많이 공감했고 그의 승리를 바랐다.

 

그가 특별하게 선하고 정의감이 있어서는 아니다. 적당한 상명하복, 자신에게 불이익이 갈 법한 일은 알아도 못 들은 척, 두 눈과 귀를 막는다. 조금이라도 실세 라인에 가까워지기 위해 자존심을 내던지고 잘못된 걸 알아도 굳이 바로잡기보단 스리슬쩍 묻어가길 바라는. 이보다 더 보통사람같은 소설 속 주인공이 몇이나 있을까. 그 역시 강윤호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짐작하지만 내부 고발자가 될 만큼의 용기는 없었다. 평탄하게 검사로 살고 싶은 욕망과 범인의 결백을 알고도 무시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의 고민은 그만의 고민이 아닌 우리의 고민이자 작가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사 윤진하는 그의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 ‘부끄러움을 알기에 그가 처음 목표했던 만큼 높은 자리에 갈 수 있는 위인이 아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대단히 정의롭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수치심을 모르진 않는다. 윤진하 만큼의 윤리적 기준이라도 가진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직시하게 한다.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이 상황이라면?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모두의 행동이 이해되는 씁쓸한 소설이다. 결국 부패의 근원은 영영 제거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450페이지의 소설이지만 순식간에 읽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장면은 작가가 의도한 걸까 아니면 별 의미가 없는 걸까. 고작 소설이지만 나 역시 언론의 여론전에 갈대처럼 마음이 흔들리며 선동되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 장석주의 캐릭터가 너무 비현실적이라 아쉬웠다. 현실에서의 장석주는 조금 더 영악하고 실리적인 사람이지 않을까. 소설이지만 더 없이 현실 같은 법정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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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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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33년 대장정의 막이 오른다.

 

1986, 대학생이었던 가가 교이치로는 2019년 니혼바시서 경부보에 근무 중이다. 주인공의 시간만큼이나 독자의 시간도 흘렀다. 33년의 긴 시간동안 독자와 동고동락했던 가가 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기도의 막이 내릴 때>, 풀리지 않았던 그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일평생 잊지 못 할 그 이름

 

어머니, 본청에서 근무하던 그가 일말의 사건으로 좌천되고 니혼바시서로 자리를 옮긴 건 어머니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바쁜 아버지가 힘겨워 집을 떠났던 어머니 유리코가 센다이에서 병사하고 그녀의 유품을 수집할 때 알게 된 어머니의 애인 와타베씨, 그에 대해 알고 싶었다.

 

사건은 불쑥 찾아온다. 생각지도 못한 긴 인연의 사슬이 풀리는 건 우연이 아닌 필연일까. 도쿄 변두리에서 한 여성이 살해됐다. 오시타니 미치코라는 여인은 선하면 선했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리가 없는 평범한 여성, 그녀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현재 메이지 극장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아사이 히로미로 두 사람은 중학교 동창 사이였다.

 

가가 교이치로의 사촌 마쓰미야 슈헤이가 해당 사건을 담당하면서 평생의 숙원은 필연처럼 풀린다. 마쓰미야는 전혀 다른 두 사건, 오시타니 미치코의 살인사건과 오두막에서 불이 나 죽은 노숙자의 사건이 어떻게든 연관되어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가가의 조언을 받아 미궁에 쌓인 사건에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두 사건의 연관성은 심증이 아닌 확증이 되고 달력에서 발견 된 니혼바시의 12개의 다리 이름이 가가 어머니의 집에서도 있었단 것이 확인되면서 사건은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굴곡 많은 여인의 기구한 삶

 

아사이 히로미는 평범한 소녀였다. 어머니가 빚을 지고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그럭저럭,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가출을 하고 그녀의 보금자리에 사채업자가 쫓아다니며 더 이상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한 아버지는 끝끝내 자살하고 만다. 그녀는 보호시설에 보내져 연극을 통해 위로받고 꿈을 갖는다. 연극배우로도 잠시 활동하지만 자신의 길은 연출이란 걸 깨닫고 권위 있는 메이지 극장에서 극을 올리기까지 얼마나 힘든 길을 걸었을까. 마침내 일평생 바라던 일이 이뤄지지만 경찰에서는 이 사건의 가해자로 그녀를 지목해 수사망을 좁혀나간다.

 

가가 교이치로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며

 

벌써 10번째 작품이다. 그에게 어머니는 늘 마음의 빚이었고 그녀에 대해 알고 싶었다. 고독하게 죽어갔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버지와의 갈등은 청산되지 않았다. 형사가 되고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을 해결했지만 그는 언제나 어머니의 그늘 아래 있었다. 필연처럼 다가온 우연을 통해 지금껏 그를 짓눌렀던 진실이 밝혀지고 30대 후반의 그에게 새로운 인연이 다가온다.

 

가가 형사를 떠나보낸다니, 아쉽다. 중학교 때 한창 추리 소설에 빠져있었을 때 만났던 그, 그때가 언제였던가. 톡톡 튀는 매력의 사나이는 나이를 먹고 해묵은 한을 씻어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은 죄 짓고는 못살겠구나다. 끈질긴 탐문수사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보자니 혹여라도 죄를 짓는다면 빨리 자수해서 광명을 찾는 게 심신의 안정에 좋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언제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건드린다. 일본인들에게 가장 큰 숨기고 싶은 치부, 후쿠시마 원전 피해자를 등장시키며 그 유해성을 널리 알린다. 위험하고 힘든 일 이기에 원전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먹고 산다는 원전의 문제를 꼬집으며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센다이의 보통 사람들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생 연작,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그 마지막 대장정을 함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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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 예술을 부정한 예술가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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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

 

내게 있어 마르셀 뒤샹은 괴짜 예술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교양으로 현대예술론을 들으며 그에 대해 탐구해 본적이 있다. 교수님께선 기존의 개념을 뒤흔드는 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를 추켜세웠지만 작품이라 부르기 민망한 것에 의미만 담으면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었다.

 

김광우 작가의 <마르셀 뒤샹>은 나처럼 얕게 뒤샹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에게 그의 예술이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 둔 ‘샘’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준다. 샘의 탄생 이전과 이후, 그는 언제나 예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기존의 관념에 순응하기 보단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의도가 아니었을지라도 후세의 사람들은 그를 “미래 미술의 조상, 다다의 아버지, 팝아트의 아버지, 포스트 모니더즘의 선구자(p318)”라고 부른다.

 

1887년 프랑스 루앙 근교의 블랭빌-크레봉에서 육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마르셀 뒤샹은 형들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예술가의 길을 꿈꾼다. 그의 초기 예술은 세잔과 야수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1911년 입체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계단을 내려가는 누드’는 예술가에게 환영받지 못한 채 전시가 거부되기도 한다. ‘기차를 탄 슬픈 청년’, ‘처녀로부터 신부에 이르는 길’, ‘자전거 바퀴’등 새로움을 갈망했던 화단의 이단아는 보금자리였던 파리를 떠나 삶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뉴욕에 가는 것이 아니라 파리를 떠나는 것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빅토르 위고의 손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영국의 젊은이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손자들이라 생각한다. …(중략)… 그들은 자신들의 창의력을 산출하려고 하더라도 파괴할 수 없는 전통주의가 나타나게 된다. 이런 점이 미국에는 없다(p94).

 

1915년 6월 15일, 파리의 예술가는 무한한 가능성의 도시 뉴욕으로 떠났다. 미국의 철물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에게는 처음 본 형태의 ‘눈삽’을 구매하고 물감으로 <부러진 팔에 앞서>란 제목을 붙여준 그는 특이하게도 ‘from Marcel Duchamp 1915’라고 서명한다. 이는 뒤샹의 상징과도 같은 레디메이드의 최초의 인식이다. 기성품에 서명을 한다고 그것이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는가? 이 논쟁은 현대 미술사에 해묵은 논쟁으로 남아있다. 1917년, 독립예술가협회 전시장에 기이한 물건이 도착했다. 흰 도기로 된 남성용 소변기 가장자리에 붓으로 R.Mutt라고 새겨진 오브제 소변기는 집행부에 혼돈을 일으켰고 훗날 ‘샘’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결국 전시가 거부된다.

 

 

 

1918년, ‘너는 나를’이란 작품을 마지막으로 그는 전통적인 그림 그리기를 멈춘다. 그는 왜 그림을 그리지 않냐는 질문을 숫하게 받아왔는데 “마음만 먹으면 오늘 밤이라도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p262)”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왜 그는 예술의 개념을 탈피하고 과연 이것이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논란이 될 작품들을 만들었을까? ‘큰 유리’, ‘휴대용 미술관’, 주어진 것‘와 같은 그의 작품은 파란을 불렀고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도 점점 많아졌다. “어떤 것도 미술이 될 수 있고, 누구라도 미술을 행위 할 수 있다(p321)”는 미학을 가능케 한 그의 시도는 사람들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란 원초적인 질문을 물었다.

 

체스 덕후의 권태로움

 

그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체스에 할애했다. 대회에 나가 입상할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지녔다보니 그와 친분을 쌓고 싶은 예술가들은 체스를 빙자해 접근하기도 했다. 그의 여자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며 비합법적인 관계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보며 예술가의 권태로움을 느꼈다. 형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소년은 독특해야 했고, 그의 창의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 사람의 일생을 고작 한 권의 책으로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결핍과 권태로움이 뒤샹이란 예술가를 탄생시킨 게 아닐까 싶었다. 예술가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외로워보였다. 그 외로움이 성적인 집착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보통의 사람들은 집착하지 않는 것에 그가 남다른 통찰력과 관찰력을 지닐 수 있었던 건 그의 천재성 컸겠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만족되지 않는 내면의 결핍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뉴욕을 예술의 도시로 만든 그는 ‘더구나 그건 항상 죽어가는 그 밖의 사람들이다(p312)’는 비문과 함께 고향 인근에 묻혔다.

 

어디까지 예술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아직도 ‘샘’을 예술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작 해봤자 소변기에 이름을 새기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게 예술이라면, 나도 할 수 있을텐데! 라는 오만한 생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뒤샹과 교류가 깊던 존 케이지의 4분33초를 음악으로 볼 수 없듯이 나의 얄팍한 편견은 내 시야를 가린다. 하지만 뒤샹이 하루아침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샘’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는 걸 인정한다. <마르셀 뒤샹>을 읽으면서 그의 삶은 철저하게 예술로 시작해 예술로 끝났으며,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예술가의 작품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마르셀 뒤샹>을 읽으며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재정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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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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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그림 삽입으로 뒤샹의 이해도 상승,

고퀄리티 재질의 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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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내용의 반복

등장인물이 많아 헷갈림

 

마르셀 뒤샹의 작품이 왜 유명한지 궁금한 사람에게 읽어보길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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