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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부리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어른을 위한 동화
김세라 지음 / 하다(HadA) / 2019년 7월
평점 :
세상을 바꾼 오리 이야기
상상해보자, ‘백조’의 틈에서 자란 오리의 처지를. 우아함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백조, 귀엽지만 백조만큼의 우아함을 가지지 못한 오리,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백조 무리 속에 오리의 삶을 평탄치 않았을 것이다.
버려졌던 오리 포포를 백조 부부가 키우는 소설 <황금부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명명되었다. 동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여 어른이 되면 잘 읽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동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동심이 사라지고 어른의 삭막함만이 남아있다. ‘오리’와 ‘백조’라는 친근한 소재로 동심을 찾아 떠난 여행은 즐거웠다.
백조부부의 손에서 어쩌다보니 키워졌지만 무료로 밥을 주기 때문에 백조라면 반드시 가야하는 발레학교에 가게 된 포포, 당연하게도 학교의 부적응자가 된다. 이때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악한 백조부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포포보다는 책에 더 관심이 많았던 이 부부는 자신들이 거두지 않는다면 새끼 오리가 죽을 것을 알고 키우지만 사랑과 열정을 다해 보호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들은 선한가 악한가? 사실 포포처럼 용감한 오리가 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생긴 것이 다르기 때문에, 해야 할 것을 잘 하지 못해서 무리를 이루어 배척하는게 오히려 보통 사람들 아니겠는가?
어느 날 얻게 된 ‘신비부츠’는 포포의 삶을 바꾼다. 긴 여행을 떠나 백조들이 목숨처럼 집착하는 ‘발레’와 ‘토슈즈’의 비밀을 하나하나 파헤친다. 그 누구보다 토슈즈에 집착하는 발레선생 ‘바바선생’이 토슈즈 장사꾼 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토슈즈 공장에 숨은 비밀을 찾아나서는 여정은 더 흥미 진지해진다.
왜 백조들은 우아함에 집착하며, 발레 연습에만 몰입했을까? 왜 이 기이한 현상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까? 못생겼다고 구박받던 포포의 부리는 그 무엇보다도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백조를 구원하는 오리 이야기! 잠시 동심에 퐁당 빠져 즐겁게 읽어볼 수 있다. 꼭 만화를 보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