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특성화중학교 1 - 열네 살의 위험한 방정식 수학특성화중학교
이윤원.김주희 지음, 녹시 그림 / 뜨인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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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특성화중학교

이윤원, 김주희 지음
녹시 그림
뜨인돌 펴냄

'수학특성화중학교'라는 제목으로 봐서 수학 스토리텔링 책인가보다 짐작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 스토리와 학습적인 내용이 잘 연계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이도저도 아니고 학습적인 부분이 스토리와 잘 어울리지 못해 따로국밥처럼 어정쩡하거나, 스토리가 너무 약해서 결국 '학습서'수준에 머물러 버린 경우인데, 이 책이 작가가 둘인 것은 그런 점들을 보완하여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계획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웹소설을 써온 스토리가 강한 작가와 스토리에 수학적인 개념을 녹여낼 카이스트 출신의 작가가 협업을 했다는 점이 반갑기도 하고, 신뢰감을 주기도 했다.

카툰 스타일의 일러스트가 눈길을 끈다. 다소 딱딱한 제목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만화책이나 웹툰처럼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10대 독자들에게 아주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고.. 올해 6학년이 된 딸아이도 그랬다. 보자마자 휙 집어들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별점 5점을 줄만큼 재밌다는 얘기에 나는 '믿고' 읽기 시작했다. 학교와 기숙사 생활을 통해 펼쳐지는 1학년 신입생들의 얘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바짝 다가서서 읽게 되더라(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고??^^). 신입생들이 펼치는 톡톡 튀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수학'특성화중학교 답게 모든 학교 생활은 수학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에게는 시시때때로 수학적인 미션이 주어지고 그것을 풀어야 학교 생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예를 들어서 처음 입학할 때 기숙사 방배정부터 자기 반을 찾아가는 것 까지... 아예 '수학특성화중학교'라는 제목에서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암시해준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 전개와 수학적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 그리고 그 풀이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필연적?으로 잘 엮여 있었다. 수학과 친하지 않았던 나에게도 수학적인 풀이가 딱딱하지 않고 감각 있고 재치있게 느껴졌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호기심있게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풀이 과정이 나온 부분은 굉장히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카이스트> 생각이 난다. 비슷한 느낌도 들고. <카이스트>는 대학생들 얘기고, <수학특성화중학교>는 중딩들 얘기이긴 하지만..

 

 

각 반의 특징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급훈. 중학교 수학에 어떤 개념들이 나오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소풍 일정표. 소풍의 코스를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자유시간이 얼마나 주어지는지를 풀어내야한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흥미롭다. 진노을과 허란희, 임파랑과 박태수. 진노을은 컴퓨터 영재다.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서 프로그래밍이나 심지어 해킹까지 가능한 친구다. 그래서 학교 서버에 접근을 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사고를 치기도도 한다. 진노을은 우연히 기숙사 방에서 오래된 USB 하나를 찾게 되고, PP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게 된다. PP는 사용자와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같은 프로그램인데, 주어진 미션에 스스로 자료를 찾기도 하고 스스로 성장이 가능한 아주 놀라운 프로그램이다. 진노을의 마음을 읽기도 하는 PP가 흥미로웠다. 진노을의 캐릭터는,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낯설지 않은 10대 독자들이 흥미를 갖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인 존재다. 그리고 학교 서버에 접근하면서 만나게 되는 gun007. 학교에 뭔가 미스테리한 존재가 드러나고 그 움직임을 따라가는 과정이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허란희와 진노을은 실과 바늘같은 존재인데, 늘 티격태격 하지만 왠지 오누이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둘이 같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임파랑과 박태수. 신입생 중 수석과 차석인 그들은 영원한 라이벌이다. 독보적으로 1등을 놓치지 않는 파랑의 그늘에는 2등인 박태수가 있다. 무엇에도 아쉬움이 없어보이는 있는 집 자식이지만 파랑이라는 넘기 힘든 벽이있다.

천재적인 임파랑은 매사에 무덤덤하다. 아무한테도 관심 없다는 듯한 그의 태도가 늘 박태수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결국 박태수의 패거리에 의해 야비하게도 임파랑의 아픈 사연이 공개되는데, 이 때 참을 수 없는 정의의 주먹 한 방을 날리는 진노을. 나는 이 대목에서 울컥했다! 아무 생각 없어보이는 중학생일지라도 그들에게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 우정이 있다는 것에 감동받았고, 천재 임파랑의 이면에 이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에 맘이 아팠다.(내 자식 또래의 이야기인지라 더더욱 실감이 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파랑과 노을의 대화.

잠 설쳤냐?
괜찮아.
그러게 왜 내 일에 나서서.
내가 좀 정의의 사도라서 그랬다, 왜.
고맙다....

어렵게 수학동아리 결성을 위한 미션을 풀어내고, 교내에 미스테리한 존재가 있을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아, 벌써 끝인거야??하는 아쉬움과 함께. 2편 언제 나와?라는 질문도 자연스레 나오게 마련. 정말 언제 나오나?? 수학 좀 하는 친구들이나 수학? 뭐 그게 어쨌는데, 하면서 심드렁한 친구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 한 권이 어떤 독자에게 어떤 계기를 줄 수 있을지는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은 꼭 읽혀져야 하고. 이 책이 아이들에게 뭔가 좋은 계기가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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