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리고 있는 조카들을 위해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이라는 기가 막힌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된 장발장. 출감했으나 비참할 대로 비참해진 장발장은 자신에게 기대조차 할 수 없는 미리엘 주교가 베풀어준 따뜻한 자비를 맛보았다. 이는, 비정함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자베르에 의해 목을 조여오듯 괴로운 자괴감과 불안감에 어쩔줄 모르는 그가, 모든 것을 넘어서서 새롭게 무릎을 세워 일으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향해 온정을 베풀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준다! 장발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런 승리를 만끽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더이상 비참할 수 없는 현실과 비정한 사회, 한줄기 빛을 찾기 어려웠던 당시의 암울함을 그를 통해 고치고 치유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읽으면서 가슴을 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동안.. 이 작품의 인물 군상들을 살펴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당시와 그리 다를 바 없이, 뉴스를 통해 매일 들려오는 비정할대로 비정한 소식들을 접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에, 그 안에 존재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약하나마 누구에겐가 작은 선과 자비를 베풀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간다는 자들 중에서 공약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들에게로 낮은 곳으로 임할 자세가 된 자들을 과연 찾을 수 있겠는가, 그들을 가려내는 안목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과연....
6학년이 되는 딸내미는 이 책을 반 정도 읽었는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두꺼워서 부담됐으려나. 아님 흥미진진했으려나. 때때로 증오심이, 때때로 가련함에 눈물도 흘렸으려나.. 잠시 짬을 내어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좋은 작품들은 아이들과 나눌 좋은 대화거리가 되어준다. 명작이 주는 선물 중 하나다. 많이 읽고 나누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바쁜 날들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