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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3 : 물질을 이루는 원소는 어디서 왔을까? - 원소와 물질의 생성, 우주.생명.인류 문명, 그 모든 것의 역사 ㅣ 빅 히스토리 Big History 3
김의성.김이슬 지음, 홍승우 그림 / 와이스쿨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빅히스토리 - 우주 - 물질을 이루는 원소는 어디서 왔을까?
김의성·김이슬 글
홍승우 그림
와이스쿨 펴냄
학생이 아닌 학부모로서 빅히스토리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과학은 수학과 함께 나와 멀기만한 분야였기에 과학에 대한 기사나 뉴스 등에 대해서는 '아, 그런가보다..'하며 지나쳐 오기만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리뷰하게 되기가 쉽지 않았음을 얘기해주는 대목. 가까이 두고 포스트잇으로 표시도 하고 줄도 쳐가며 읽었으나, 역시 단숨에 쭉 읽어나가기엔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읽어나가다가 다시 한번 앞으로 넘어오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해가 되기도 하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불균형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완전할 수는 없지만 지식적인 측면에서 여러 분야에 어느 정도 균형감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한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신앙적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나 아이를 교육하는데 있어서나 타인을 대하는 마음,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 좀더 넓고 가치 있는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균형감 있는 지식 상태를 유지해야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 생각이다.
이 책의 제목인 '물질을 이루는 원소는 어디서 왔을까?'는 '물질을 이루는 원소', '물질의 기본 구조' 등의 딱 떨어지는 과학적인 제목과는 달리 독자에게 그 근원이 무엇인지 물음을 던진다. 그것은 이 시리즈가 'Big history', 즉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는 시리즈'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다. 물질을 이루는 근원에 대한 인간의 물음과 연구는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애플파이는 수소, 산소, 탄소 등으로 되어 있다. 만일 당신이 아무런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애플파이를 만들려고 생각한다면 먼저 우주를 발명해야만 한다." - 칼 세이건, 『 코스모스』 중에서
아무 생각 없던 내게 이 문구는 '물질에 대한 근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굉장히 일상적인 '애플파이'를 들어서 물질의 근원을, 더 나아가서 우주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137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하면서, 그리고 별들이 생겨나고 죽는 과정에서 생겨난 원소들. 그 원소들은 어떤 성질과 규칙들이 적용되어 물질이 되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호기심을 품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이러한 과학적 사실들을 입증해 낸 과학자들 덕분에 '우주의 생성 원리'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감사하다. 우주 만물이 무질서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성이 있고, 아직 밝혀내지 못한 탐구 영역을 과학, 철학, 인문학, 역사, 고고학, 신학 등의 모든 학문을 연구하여 고도의 지식의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은 신이 허락한 가장 높은 단계의 즐거움이 아닐까?
최근 교육부는 향후 시행될 문·이과 통합교육을 앞두고 2015 교육과정 개정 총론을 발표하고 공청회와 토론회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고(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는 올해 ‘빅 히스토리(Big History)’라는 과목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했다. 이 과목을 개발한 이효근 연구지원부장은 “우주 빅뱅(대폭발)부터 시작해 생명의 탄생과 소멸 등에 대한 과학적 지식, 인문학적 사고를 교류하는 게 수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구과학을 담당하는 이 교사가 1학기를, 지리를 전공한 김한승 교사가 2학기 수업을 담당한다. 김 교사는 “1학기에는 과학적 관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살피고, 2학기에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같은 시간에 일어난 전혀 다른 역사를 조망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나간다”고 얘기했다. - 2015/4/29 중앙일보 기사 내용
이 책은 '물질을 이루는 원소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철학이 담긴 주제 안에서 모든 물질의 기원 / 물질의 기본 구조 / 주기율표에 숨은 비밀 / 물질의 생성 / 화학적 진화로 살펴보는 생명의 탄생 등의 과학적인 지식의 내용을 펼쳐나간다. 문·이과 통합교육이 지향하는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인 사고의 교류'라는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학 교양서로서의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빅뱅 이후의 원소, 원자들의 복잡다단한 구조와 기호들 때문에 적응이 되지 않다가도 그림작가인 홍승우님의 재미난 일러스트 덕분에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두 가지 그림은 정말 소개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감동을 받았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신 분께서 과학적인 내용을 이렇게 재치있게 그리기 위해서는 이 내용을 완벽히 소화하셨다는 것 아닐까? 그 수고와 지혜에 감사했다.^^ 주기율표를 이렇게 보기 좋게 '시각적'으로 그려주시니, 이 책이 확실히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확신까지 들기도 했다.

'쿼크'와 '렙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듣게 된 용어. 이 책을 읽기엔 아직 어리지만 딸아이가 이 삽화를 보면 아마 박수를 치며 깔깔거릴 것이다! 이 그림을 보기까지 문맥 상으로 복잡한 내용을 차분히 이해하려고 했다면 이 그림을 보면서 방점을 찍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꽤 오랫동안 들고 있었기에 정도 많이 들었다. 다 읽고 내용을 처음부터 쭉 훑어보자니, 이 책은, 과학적인 지식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의 역사'라는 주제의 테두리 안에서 인문학이나 철학 등의 인접 학문과 연관이 되어 있어서 보다 폭 넓은 시각을 갖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과학적 사실만 놓고 보면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일텐데, 독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명화와 과학자들이 남긴 시 등을 인용하여 철학적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그림과 참고자료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독자로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이 : 우주에는 외계인이 있나요?
천문학자 : 좋은 질문이네요.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아이 : 잘 모르겠어요.
천문학자 : 그것도 훌륭한 대답입니다. 여러분이 의심을 한다면 자신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해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주는 굉장히 크다는 거에요. 그 어떤 것 보다도 크지요. 그런 곳에 만약 우리뿐이라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겠죠. 그렇게 생각되지 않나요?
영화 <콘택트>에 나오는 대화 내용이다. '궁금증을 품었다면 그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천문학자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지적인 호기심을 갖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알아나가는 과정은 소중하다는 얘기. 어린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말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주는 숙제 같은 것이 수록되어 있다. 바로 '더 읽어보기' 책 리스트인데, 나에게는 벌써 참고도서 내지는 독서 리스트가 되었다. 이미 우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아줌마가 된건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지않을까 생각한다. 그 동안 접어두었던 것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이라고 해야할까?
가족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끼리 생각보다 '의미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공통의 관심사를 놓고, 함께 책을 읽으며 토론하는 분위기는 소통의 차원을 넘어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수준 높은 가정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