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몬스터 라임 어린이 문학 5
사스키아 훌라 지음, 전은경 옮김, 마리아 슈탈더 그림 / 라임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화장실 몬스터

​사스키아 훌라 지음

마리아 슈탈더 그림

전은경 옮김

라임 펴냄


아이들에겐 매우 흥미를 끌만한 제목이다 싶었어요. 표지를 보니 검정 구두를 신고 화장실에 나타난 몬스터에 관한 얘기 같았구요. 지은이인 사스키아 훌라는 오스트리아 빈에 사시는 선생님이자 동화작가이신 분이더라구요. 외국작가의 동화는 읽기 전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더 궁금해지곤 합니다. 오스트리아 빈이면 독일어를 사용하나봐요. 옮긴이가 독일어전문번역가이신걸 보니..^^


몬스터가 나타났어!


​오, 생각보다 초반부터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진행되네요. 표지에서 짐작했던대로 화장실에 검정양복을 입고 검정구두를 신은 누군가가 나타났어요. 속닥속닥 소문은 일파만파. 현장을 가본 아이들이 바닥에서 피까지 보았다는 것까지 보태져서 더욱 무시무시한 소문이 되어버렸죠. 아이들은 두세 명씩 무리지어 화장실을 가야만했고, '절대로 죽고 싶지 않은 현명한 친구들'은 학교 옆에 있는 작은 카페를 몰래 이용하기도 했죠.


학교 화장실 VS 카페 화장실


언제나 퀴퀴한 냄새가 나고 바랑이 숭숭 들어와서 몸이 달달 떨리는 / 누런 물 웅덩이에 발이 쑥 빠지고, 운이 나쁘면 양말까지 쫄딱 젖기도 하는 / 변기에 물 내리는 것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는 / 손 씻는 물은 늘 얼음처럼 차가운 / 손 닦을 거라고는 지저분한 수건 뿐인 학.교.화.장.실 (p. 21)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 문에 귀여운 고양이 달력이 걸려 있는 / 세면대 옆에는 예쁜 서랍장이 있고 그 위에 말린 꽃다발이 놓여 있는 / 거울은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하고 물은 엄마손처럼 따뜻한 / 수건은 한없이 보드랍고 꽃모양 비누에서는 장미향이 나는 카.페.화.장.실 (p. 22)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학교 화장실은 거의 다를게 없나봅니다. 가고 싶은 화장실이 아닌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화장실. 카페 화장실에 한번 다녀온 반디는 보드랍고 따뜻한 카페 화장실에 반하여 앞으로도 종종 남 몰래 카페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올해 전학을 간 딸아이는 전학 간 학교의 화장실이 양변기라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고 말을 하더군요. 전학오길 정말 잘했다는 말까지 하는 걸 봤어요. 저의 경우도 학창시절의 화장실을 생각해보면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게 사실이구요. 이 이야기 속의 반디의 생각처럼 학교의 화장실도 보드랍고 따뜻해질 순 없는건가요?

 

 

 

몬스터 퇴치 대작전


화장실에서 본 검정구두의 주인공은 급기야 그 존재가 몬스터인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페데리카와 반디를 중심으로 몬스터 몽타주 삼백 장을 그리게 됩니다. 안경을 썼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턱수염이 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머리가 대머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삼백 장을 어떻게 그리냐구요? 아이들이 검정양복 바지단과 검정구두를 그린 미완성의 몽타주를 삼백 장 복사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거죠. 각자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몽타주를 그릴 수 있도록. 아이들은 지혜를 모아서 자기들만의 사건해결을 위한 노력을 펼칩니다!


자, 이제 복도와 교실 문에는 몽타주가 좌르륵 걸렸습니다. 그 다음 아이들의 행보가 궁금해지더군요. 선생님들은 화장실이 안전하다고 아이들을 설득하시지만 선생님은 사건의 진상을 모르실 뿐더러 선생님의 말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체육관에 전교생이 모여서 그들만의 회의를 합니다. 아이들이 내 놓은 의견 하나하나가 어쩜 그리도 리얼하고 그럴듯하던지요! 이 중대한 사안을 앞에 두고 아이들은 가지고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됩니다.^^ 제가 너무나 웃겼던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사나운 개를 풀어서 쫓아내요!"

작전은 여기서 그치치 않습니다. 내놓은 의견들마다 '모둠'을 만들어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세부안을 짜드는데 까지 이어진다는 것!


사건의 훈훈한 마무리


​사실 반다는 전에 장학사님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어요. 화장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들보들하고 쾌적하게 만들어 달라고. 이 외에도 편지를 보낸 적이 많지만 답장이 없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요. 그리하여 장학사님에게 보낸 편지는 학교 화장실의 실태 점검 차 학교에 오신, 검정구두를 신은 화장실 몬스터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눈치 채셨겠죠?^^ 장학사님은 최신식 설비를 갖춘 깔끔한 화장실로 고쳐주겠다고 약속을 해주셨습니다. 보들보들한 화장실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미 몬스터 퇴치를 위한 모둠활동으로 그 조직력이 검증된 학생들이 있으니 걱정이 없을 것 같네요!


 

 

반다의 불쾌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화장실에 대한 문제인식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해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어 장학사님에게 편지를 썼고 그 결실을 맺은 것이죠. 몬스터를 퇴치하고자 아이들 스스로 계획하고 의견을 모아 실행에 옮긴 이야기 용감하고도 역동적으로 느껴져서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소신껏 사건의 해결을 위해 밀고 나간 점은 어른들에게도 배울만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느낀 아이들에게 깔끔하고 보들보들한 화장실을 유지하는 것 쯤은 이제 일도 아니겠지요! 정말 우리 아이들의 학교 화장실도 이렇게 보들보들하고 깨끗한, 가고 싶은 화장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디네 학교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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