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7
송미경 지음, 서영아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아이가>

 시공주니어 문고 레벨3
송미경 글

서영아 그림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상작

 

 

책 표지에 어떤 아이가 얼굴을 가리고 서있다. 

'늘 바라보던 세상에서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아주 기묘한 다섯가지 이야기'

'책장을 덮고 나면 더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할거야'라고 소개하는 이 책.

 

책을 받은 뒤 표지 사진도 찍고, 표지 소개글도 읽어보며 참 내용이 궁금했다.

가방 속에 몇 일 가지고 다니면서 조금씩 읽다가

오늘! 딸래미 독후록 쓰라고 한 후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와... 딸래미가 3학년인지라 고학년 대상 책은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단편집인 점도 그렇고,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은 동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확 든다.

거침없는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해야할까? '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이 없으면 언제나 우리는 빗속으로 힘차게 달려들었고, 그렇게 수없이 빗속을 온몸과 마음으로 뚫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구절구절 눈으로 밑줄을 쳐가며 빨려들어가듯 읽어내려갔다.

 

 

 

수록된 다섯 편...

 

어떤 아이가

어른 동생

없는 나

귀여웠던 로라는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

 

 

 

어떤 아이가 

'서로에게 관심 없던 가족들 사이에서 1년 동안 '함께' 살아도 '발견되지 않았던' 어떤 아이의 릴레이 쪽지'

 

 

'두드리지 마시오! 깨우지 마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언제나 문재는 형의 방문 앞에서 돌아서곤 했어요. 새벽까지 잠도 못자고 공부하는 형을 귀찮게 하면 안되거든요.

 

"너도 소시지부터 빼먹네?"

"형도 소시지만 먹는구나!"

 

"그럼 너 왕따야?"

"뭐, 그런 셈이야."

"무슨, 초등학교 2학년끼리 왕따를 시키고 그러냐. 요즘 애들은."

""형! 나 초등학교 4학년 된지 세 달 째거든! 무슨 형이 이래?"

 

"...수아는 가수인지 탤런트인지 돼보겠다고 집에 안 오지. ... 네 엄마는 수아 뒷바라지 한다고 빵집인지 떡집인지 하느라 집에는 코빼기도 안 내미는데."

"빵집요!"

"그래, 빵집. 그 결혼 20주년 기념 가족사진 찍던 날 둘이 떡하니 화장을 하고 나타난 거 보고, 나는 웬 지나가는 여자들인 줄 알았지 뭐냐. 내가 회사에서 가족사진 촬영권을 받아오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디 그렇게 모두 모일 수 있었겠냐? 사진 찍던 날도 밥 한 끼 안 먹고 모두 바쁘다고 5분만에 제각각 흩어졌지."

 

 

이런 가족들 사이에서라면 '어떤 아이가' 발견되지 않고 함께 사는 것이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서로들 바빠서 얼굴보기 힘든 가족들 사이에 작가는 '어떤 아이'를 보내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가족들은 '어떤 아이'가 남긴 집안 곳곳의 쪽지들을 통해 비로소 서로 대면하여 대화를 하게 된다...

 

 

 

 

 

 

** 가족들이 서로 소외된 현상에 대해서 엄마와 아이가 같은 독자로서 읽고 난 후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 보는 독후활동을 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 동생

어린 아이 같지만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서있는 뒷 모습엔 어른의 느낌이 여실히 묻어나온다.

맞다. 마루는 동생이지만 34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른 동생>은, 동생이 사실은 어른이라는 상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하루가 느꼈던 섬뜩함이 그대로 전해지던 이야기.

 

 

 

 

새벽에 열이 나고 아플 때 떨린 것보다 더, 온몸이 떨려 왔다. 손가락 끝에서 땀이 배어 나오고 갑자기 오줌이 마렵기 시작했다.

 

... 계속 심하게 심장이 쿵쿵거리고 손끝이 저려 왔다.

 

미루의 놀란 목소리가 내 방문 틈으로 뱀처럼 기어 들어왔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쫘악 끼쳤다.

 

그 순간 나는 심장이 터지고 눈동자가 눈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나는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동생이 어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하루의 심리가 리얼하게 표현되어 있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아이가 어리다고 아무 것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끔씩 자녀에게 윽박지르는 엄마들에게  경고를 하는 듯. 아이들은 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 <어른 동생>은 등장인물의 느낌을 묘사해 놓은 부분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잘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하루의 심리가 어땠을지 써 보거나 이야기하는 활동을 해보면, 소설 속 인물의 심리 파악에 대한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없는 나

역설적인 제목. 없지만 존재하는 나.  

영혼으로만 존재하며 가끔씩 주위 사물에 깃들어서 듣기도 보기도 하며 세상과 교감하는 나의 기묘한 이야기.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엄마와 사랑으로 교감하던 나는, 나 없이도 엄마가 혼자 살아갈 수 있을 시점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엄마의 사랑으로 '없는 나'는 존재하게 되었고, 엄마는 나의 존재를 통해  치유받게 된다.  

 

 

 

엄마와 내가 좋아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우리를 감쌌다.  

나는 나비의 날개를 빌려 내 영혼이 움직이는것을 보여주었고 엄마는 아주 편안한 얼굴로 나비에 깃든 내 영혼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아주 분명히 서로를 보고, 아주 분명히 서로의 목소리를 듣게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았다. 그것은 마치 노을이 진 뒤 어둠이 오고 어둠이 깊은 뒤 날이 밝아 올 것을 아는 것처럼 분명했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의 볼에 잠시 스친 뒤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급하고 강한 바람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당겼다. 

 

 

<없는 나>에서 엄마와 내가 이별하는 이 장면은 이야기의 절정이자 결말이다.  

그림과 함께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이 너무나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감동적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이런 표현을 읽어보는 경험을 거듭한다면 내면에 숨겨져 있던 감성이 살아나게 되지 않을까..

 

<없는 나>는 그냥 엄마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엄마 둘 사이의 따뜻한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귀여웠던 로라는

 

'엄마의 바램대로 자라지 않던 '귀여웠던 로라'의 땅을 박차고 힘껏 내달리는 성장 판타지'


인형같이 예쁘고 귀여운 로라는 쇼핑몰 모델.

키가 더 크면 아무리 예쁜 옷을 입어도 예뻐보이지 않기에 엄마는 로라가 키가 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앞니가 흔들려도 겨울 신상을 찍고 빼주면 되기에 상관 없다.

옷을 갈아입다 보면 재채기가 많이 나와 알레르기 약을 먹고, 약을 먹으면 졸려워지는 로라.

 

 

로라는 사진을 예쁘게 찍어야하기 때문에 늘 눈을 치켜뜨고 입꼬리를 올려야만 한다.

키가 커서도 안되고 앞니가 빠져서도 안된다.

열 살이나 되었지만...

 

 

 

 

로라가 평소에 좋아하던 토끼인형이 살아난다.

마치 토이스토리에서 장난감 주인이 사라지면 장난감들 만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처럼...

로라는 살아있는 토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로라도 토끼가 되어 카페 뒷골목을 지나 숲으로 간다.

그곳에서 인형이 도와주어 햄스터가 된 친구와 호랑이도 만난다.

 

우리는 깜짝 놀라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느새 눈앞에 숲이 보였다.

뒷다리에 힘을 주어 더 힘껏 땅을 박차며 달렸다.

풀을 스치는 바람이 내 털을 쓸어 넘겨 주었다.

 

로라는 달리고 싶었나보다. 아니 로라 만이 아니라 햄스터와 호랑이가 된 친구도 모두 달리고 싶어서 만난다.

엄마는 엄마의 생각대로 아이들이 자라주길 바라지만...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때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은 오늘도 힘차게 달리고 싶다!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

 

이 동네 아버지들은  모두 가방 속에 들어가 있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들어가 있는 가방을 신신당부하며 여행을 떠난다.

하루에 세 번 밥을 챙겨드려야 하며, 가방을 닦아주고 가습기까지 틀어 줄 것을 부탁한다.

 

 

 

아버지들은 정말 하루에 세 번만 밥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아이들은 아버지와 노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들어있는 가방'과 논다.

두드리기, 가방타고 미끄럼 타기, 가방 타고 놀기 등....

 

그렇다면 아버지는 언제 누구에 의해서 가방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혹 엄마들에 의해서??

가방관리는 지극 정성으로 해온 엄마들이지만 막상 아버지들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지내기엔

아버지들의 존재란 골칫덩어리일뿐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까...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음이 짠하다.

 

 

 

어느날 이 마을에 어떤 아이와 아버지가 놀러오게 된다.

아이들은 놀러온 이 아이와 아버지를 만나 함께 어울려 놀게 되면서

점점 '아버지의 존재'가 필요함을 느끼고 아버지에 대해 그리워 하는 마음이 생긴다.

 

급기야 아버지들을 가방에서 꺼내게 되지만 아버지들은 마치 가방에서 갓 태어난 아기 같을 뿐이다. 아버지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거나, 텐트를 쳐주거나 요리를 해준다거나 공놀이를 하게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아버지에 향한 꿈이 있기에 기꺼이 아빠를 달래고, 타이르고, 설명할 것이다.

가방 속에서 잠자고 계신 아버지들이여, 깨어나십시오!

 

 

 

사진을 찍자고 하니까 이런 포즈를 취해준다.

내가 어떤 아이일까? 하면서... ^^;;

 

 

 

 

책 내용에 대해서는 매우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하면서...

 

 

 

 

막상 독후록을 쓰려니, 녹록치가 않은 모양이다.-_-;;

 

 

 

 

제목은 <어떤 아이가 누구야?>

 

 

 

 

 

 

열 살인 딸아이가 이 책의 내용을 읽고 그 '기묘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나 보다. 궁금하면서도 신기한 느낌? 그 정도...^^

 

 

 

내가 읽기에도 참 적당한 동화였다 ^___^

일단 초등 고학년 이상 권장.

연령대별로 다른 느낌과 생각을 할 수 있기에, 부모님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아무쪼록 책을 통해 아이들과 부모 간의 소통이 보다 활발해지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