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소녀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2
이경화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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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을 보는 내내 가슴이 그렇게 먹먹하고 슬펐는지 모르겠다.. 가슴이 콱 막혀 책 속의 아이가 안타까워서 손이라도 내밀어 잡아주고 싶은데 그렇게 할수 없어 한장 한장 넘기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왜 우리 아이들은 이토록 입시에 공부에 목을 매고 살아야 하는지 이 책을 보며 더욱더 이 나라의 교육정책이 원망스러웠었다..
한창 예쁠 나이 열 일곱..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무거운 가방에 짖눌린 축 쳐진 어깨에는 입시의 중압감 + 성적고민+이성고민 등 너무나 힘든 짐을 짊어지게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싶었다.


왜 작가는 정 반대의 인물들을 내세워 그 토록 재희를 작고 초라하게 그리고 있는지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왕 그릴거면 그래도 조금 모자란 부족한 아이로 그릴 것이지 어쩜 한 아이를 인생 밑바닥만 쳐다보고 사는 아이로 그리고 있는지 정말 밉기까지 했다.
꼭 아줌마들이 막장 아침 드라마를 보면서 욕을 하면서 보는 것 마냥 내가 이 책을 그렇게 감정 이입을 하면서 보게 했다..
성인책이 아닌 아이들 책을 보면서 이렇게 까지 흥분하고 안타까워 그 새벽에 눈물을 빼게 했던 책..
주니어김영사에서 새롭게 선 보이는 청소년 문학 그 첫번째- 죽음과 소녀-
이젠 주니어김영사에서도 문학책을 만날수 있다는 반가움이 컸었는데 생각보다 무게감이 묵직한 그런 첫 번째 책이었다.


완벽한 가정을 그리는 엄마에겐 17살 재희는 혹이나 마찬가지다. 전국 상위 3%에 드는 오빠와는 반대로
일 년에 네 번 일제고사 때마다 정확한 숫자로 죄인에 낙인이 찍히듯이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하는 재희.. 이런 재희에게 엄마는 "네가 내 완벽한 가정을 이런 식으로 망가뜨리는구나." 라며 한 없이 작아지는 재희에게 대 못을 박는다..왜 이렇게 엄마가 딸에게 모질게 구는지 정말 이해할수 없다.


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의 소녀가 죽음을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재희도 종착역은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정해 놓고 하루 하루 죽음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는 모습은 너무나 슬프기만 하다.
재희는 자신과 너무나 흡사하기만 한 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와 슈베르트의 4중주 죽음과 소녀를 듣고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때면 죽음과 소녀를 따라서 그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재희..
공부는 너무 못해서 친구들에게 무시 당하며 소외 당하지만 너무나 빼어난 외모는 그런 재희를 더욱더 힘들게 한다.. 그냥 평범한 외모면 더 좋았을 것을 왜 그리 얼굴은 예뻐가지구...
너무나 착하고 여린 마음씨는 친구들에게 이용 당하기만 하여 재희는 긴 생머리를 고집 한다..
고개만 숙이면 머리가 내려와 친구들이 안보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주는 긴 생머리..
그런 재희에겐 "창문이 닫혀 보이지 않아도 태양은 언제나 환하게 떠 있단다. 알고 있지? 사랑하는 우리 딸, 재희가 자기만의 창을 발견하는 그때 아빠도 힘차게 같이 열어 주마."라고 말하며 재희를
그 나마 위로하는 아빠 덕에 하루 하루를 건뎌내는 힘을 얻는 열 일곱 가엾은 재희.


너무도 착해 어눌해 보이기 까지 하는 재희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자신만의 벽을 쌓아두고 그 벽에서 좀처럼 나오기를 꺼려한다. 자신만의 성을 두텁게 쌓아두고 다른 사람이 못 들어오도록 철벽방어를 한다.
튀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하는것도 싫고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은데 범상치 않은 외모와 풍기는 분위기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그런 재희가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고 힘들어 할때 집에서도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자상하기만 하던 아빠가 바람을 핀것이다.
엄마 아빠 분위기가 이상하더니 갑자기 이사를 가고 어쩔수 없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는데 그 곳에서도 재희는 온전한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다.
새로운 학교에서도 쭈뼛거리며 겉도는데 그런 재희에게 피자매 중 공필순이 선뜻 재희에게 재피가 되어 줄것을 원한다. 이젠 더 이상 친구는 사귀기 힘들줄 알았던 재희는 재피가 되어 피자매에 들어가지만 여기에서도 재희는 이용을 당하고 마는데..


공부와는 아예 담을 쌓았고 사회성은 물론 마음을 터놓고 속내를 드러낼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하는 재희에겐 남들보다 특별한 구석이 있다. 그나마 재희의 숨통을 틔워주는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그러나 유독 빨간 색을 무서워 하여 그나마 유일하게 잘 그리는 그림에 빨간 계통의 색은 쓰지 않아 궁금했는데 왜 그토록 빨간색을 무서워하고 경계했었는지 그 이유는 엄마에게 있었다.
재희가 어릴때 자살 시도를 한 엄마가 흘린 빨간피를 보고 충격을 받아 그로 인해 그토록 빨간색을 두려워 했음을..
결국 피자매들과도 거리가 멀어지고 하루 하루를 죽음과 소녀를 보고 들으면서 자신의 마지막 길을 정리하는 재희...
[이 세상은 나 같은 사람이 살기엔 너무 힘들어.
나는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어. 삶의 바람이 내어놓은 구멍에 삼켜지기 전에 말이야. 그건 너무 비참하고 끔찍해.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야. 벗어나고 있어. 벗어나고 있어. 나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삶에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베푸는 배려, 나의 고통을 헤아려 너무 원망은 말아 줘.]- p.142
나에게 베푸는 마지막 배려.. 아.. 이 구절을 읽으며 얼마나 울었었는지.. 자신의 고통을 그만 끝내려는 아이가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바라는게 자신을 너무 원망하지 말아달라는 거다. 과연 가족들은 재희의 그 고통을 이해할수 있을까? 죽고 나면 더 이상 고통도 아픔도 없어서 다들 그렇게 먼저 떠나려고들 하는 걸까?


얼마전에 딸 아이네 학교에서 옆 반 아이가 투신 자살을 했었다.. 그때 아이가 받은 충격으로 얼마나 까칠해 졌었는지 한 동안 딸의 감정기복과 행동 들에 눈을 뗄수가 없어 불안했었었다.
하필 우리 아이랑 친해지려던 그 시기에 아이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왔을 딸..딸에게 들은 이야기는 엄마와의 불화가 가장 큰 이유였었다는 것.. 좀더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달래 줬어야 했는데 그걸 못 했다고 한 동안 죄책감에 정말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어 이 책이 더욱더 피부에 와 닿았는지 모른다.
그 아이가 떠 오르게 했던 이 책..
요즘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고 말들은 많이 들었지만 막상 바로 옆에서 일어나니 이렇게 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내 몰게 만드는 원인은 우리 어른들, 이 사회가 아닌가 싶어 가슴이 너무 무겁기만 하다.
해 마다 바뀌는 듯한 교육정책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며 정작 거기에 따라가고 일선에서 피부로 느끼며 매달리게 되는 건 우리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우리 어른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 지나고 보면 중,고등 학교 때가 제일 좋은 시절이다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 아이들의 어깨는 너무나 무거운 대학이라는 무서운 놈이 누르고 있어 아이들이 시험이 끝난 그 날도 다음 시험을 대비하러 학원으로 종종 걸음을 하게 만든다.
아,, 정말 슬픈 현실이지 않는가..


그나마 다행인게 마지막 까지 죽음 하나만 보며 내달리던 재희가 그래도 희망이라는 불씨를 잡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는데 과연 이 책을 딸에게 보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내가 재희를 보며 먼저 떠나버린 딸 친구를 떠올리며 너 만은 제발 살아주라고 그토록 빌며 봤는데 우리 딸은 어떨지 .. 이제 겨우 그 아이를 지우는 것 같은데 다시 떠올리게 해서 힘들게 하면 어쩌나...
시간이 조금더 지난 다음에 보여 주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게 엄마 마음인지 모르겠다.


세상을 살다보면 성적이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은 알면서도 일류대를 위해 일렬로 줄 세우기를 바라며 끈임없이 우리 아이들을 채찍질을 해댄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게 아이를 가졌을 때는 딱 한가지만을 바랬다.. 아무쪼록 건강하게만 태어나라고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라고 빌다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우리 부모들은 확 바뀐다.. 그 놈의 성적이 뭔지.. 생각해보면 별 문제 없이 큰 사고없이 큰 아픔없이 이 만큼 자라준 것만도 우리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텐데 왜 이리 욕심만 부리는지 나 부터가 반성. 반성해야 겠다.
우리 아이들 서로 응원하며 예쁜 학창 시절 맘껏 누리며 지냈음 얼마나 좋을까..
이건 다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싶어진다....


첫 번째 책부터 묵직한 아이들의 자살이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사실 조금은 놀라웠다.
다음 2권은 과연 어떤 책이 나올지 기대해 본다..





<사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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