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너의 존재감 르네상스 청소년 소설
박수현 지음 / 르네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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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이들 책을 보면서 꼭 내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아이들 학습에 필요한 책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나온 성장소설도 이 책 만큼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은 그리 쉽게 만날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난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엄마 아빠도 못 해준다는 100% 내편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고 나서는 이 책의 쿨샘 같은 분들이 전국의 학교에 자리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생겨 괜히 원인 모를 원망을 하기도 했다.


<<열 여덟 너의 존재감>>은 너무 튀어서 미친 존재감인 아이,있는 듯 없는 듯한 드러나지 않은 존재감이 없는 아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있는것 자체만으로도 무시 못할 포스를 풍기는 아이를 통해서 각기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내면의 아픔들을 끄집어 내는 이 시대의 우리 아이들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런 책이다.그래서 더욱더 책 속의 아이들이 가엾고 그 아픔들을 그 고민들을 마음일기로 잘 치유해주고 어루 만져주는 쿨샘이 고맙기까지 했다.
부임 첫날부터 아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바로 쿨샘이란 호칭까지 생긴 선생님.
행동과 입은 거칠다 못해 좀 걸지만 눈에 띄지 않는 아이들 까지 다 보듬어 안으며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쿨한 선생님..
나도 돌이켜 보니 말과 행동이 시원 시원했던 선생님을 좋아했었다. 뒤끝없고 그 자리에서 혼을 내면서도 앙금이 안 남게 잘 보듬어 주셨던 분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데 이 책 속의 쿨샘은 정말 멋진 샘이다.


"지금부터 우리 반 교실에선 무슨 짓을 해도 다 괜찮다. 니들 아침밥 안 먹지? 안 먹어서 몽땡이 아프면 본인만 손해여. 그러니까 집에서 못 먹고 오면 학교에서라도 먹어. 그래도 괜찮아." p.8
잠이 부족해 아침밥을 포기하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먹을 시간이 없어 굶고 오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라도 먹으라는 선생님을 보며 아이들은 신기해 한다. 그럴수밖에 아침부터 교실에서 밥을 먹으면 냄새 때문에 보통 선생님들은 못 먹게 하는데 이 쿨샘은 반대로 먹으라니 신기해 할 수 밖에..


"하이고! 언제부터 이년이 욕이셨어요? 내숭 떨기는. 시끄러,이년아!" p.8
쿨샘은 입만 열면 튀어 나오는 '이년아' 그렇지~~ 요즘 아이들에 비하면 이년은 아주 젊잖은 편에 속하니 선생님 말 마따나 이게 무슨 욕 수준에 끼겠는가.. 이 처럼 쿨샘은 걸죽한 사투리를 무장해 이년아~~를 외치며 그리 평범하지 않은 반을 '마음일기'로 모든 아이들을 끌어 안는다..
아프다 아프다 온 몸으로 말을 하는 아이들에게 마음일기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아픔을 고통을 쓰다듬게 하면서도 눈에 띄는 아이 띄지 않는 아이 구분 하지 않고 쿨샘은 대수롭지 않게 '힘들었구나!! , 수학은 이해가 안되서 힘들다는 일기에는 '네 머리가 그렇게 돌은 아녀! 그냥 수학에 장애가 좀 있을 뿐이지. 괜찮아. 그 정도 머리면 세상 사는데 아무 지장 없어.' 이 처럼 가볍게 툭 던지는 말 속에 응원을 하고 있는 듯한 선생님의 댓글은 그 동안 움츠려 들었던 아이들 가슴에 선생님과 소통하는 느낌 이젠 혼자가 아닌 내 얘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내 편이 생겼다는 안도감이 들게 한다.
이 처럼 아이들 하나 하나 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을 아끼지 않은 쿨샘 정말 멋지지 않는가..
이런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이 오히려 더 부럽기 까지 하다. 도 한편으로는 이런 선생님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미친 존재감이란 말도 있듯이 여기엔 존재감 때문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
가만히 있어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눈이 부실 정도로 포스 작렬인 순정이. 그러나 외모와는 반대로 집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딸은 안중에도 없는 엄마 밑에서 커서 가슴에 상처가 너무나 두터운 아이다. 반면에 순정이와 반대로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자리수 채워주면 된다고 믿는 아이. 본인 스스로가 눈에 띄려고 오도방정을 다 떨며 오지랖 넓은 강이지.
이 세 아이는 이 시대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이 책이 가슴에 와 닿았는지 모른다.


"마음이란 건 그래. 변덕스럽기 짝이 없지. 그런데 그게 안전장치이기도 해. 어떤 마음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 말이야. 슬픔도 기쁨도 단지 그 순간일 뿐이야. 어제 화났던 일도 오늘 생각하면 별일 아닐 때 있잖아. 그런 거야. 아무것도 영원한 건 없어. 너무 슬퍼도 렛 잇 비. 너무 힘들어도 렛 잇 비..... 흘러가게 가만히 내버려 둬.당장은 괴로워서 죽어 버릴 것 같은 마음도 다 지나갈 거야." p.88


이렇게 쿨샘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지나가듯 무심하게 툭 던져 주는 뼈 있는 말 한마디 해 주는 선생님들이 전국의 학교에 많다면 우리 아이들 가슴에 뻥 뚫리도록 찬 바람 불지 않고 혹독한 사춘기를 겪게 되지 않을까...
일선에서 우리 아이들과 호흡하는 선생님들이 이 쿨샘같은 그런 분들이 많아지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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