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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아이들 : 봄 이야기 - 진달래 먹고 ㅣ 영산강 아이들
최신오 만화, 오영해 원작, 최금락 각색 / 거북이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한 편의 따스하면서도 괜히 코웃음이 절로 나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영산강 산골 마을의 풋풋하면서도 정이 가득 넘치는 우리네 시골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런 책을 만났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겐 민속 박물관이나 가면 볼수 있는 그런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런 만화책 이어서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의 입에선 "엄마 정말이예요? 정말 이랬어요?"라며 연신 물어보기 바쁩니다..
그 만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상이 아이들이 느끼기엔 옛날 옛날에 있었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 이어서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러니 책을 보면서도 재미있다는 말은 둘째요 옛날 엄마 아빠도 이렇게 컷냐고 확인 하는 작업이 먼저 인걸 보니 이 책이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정말 쇼킹 그 자체인 셈인가 봅니다..
"우리 아들은 나도 이렇게 놀아봤으면 정말 좋겠다." 라며 부럽다고 난리였습니다..
이 책 [영산강 아이들]은 40년전에 영산강 변의 산골 마을에서 자란 오영해님의 산문집을 아이들이 눈높이에 맞춰 최금락 선생님이 각색하고 최신오 선생님이 그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을 찾아오게 됐습니다.
온통 콘크리트에 둘러 싸인 요즘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나고 자란 고향의 향수를 이 만화로 나마 접하게 하고자 이 만화를 기획 했다는데 정말 이지 고마울 따름 입니다..
요즘 아이들 도시에서 살다 보니 자기 밖에 모르고 이기적은 기본이요 계산이 빠른 그런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이 책속의 아이들은 시골 아이들 답게 순박함에 천진난만 그 자체의 모습들인 대도 그렇게 이뻐 보일수가 없습니다..
영산강 아이들 - 봄 이야기(진달래 먹고), 여름 이야기(개헤엄 배우던 날), 가을 이야기(홍시가 좋아), 겨울 이야기(비료 포대 눈썰매) 까지 총 4권으로 구성이 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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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봄 이야기(진달래 먹고) 는 봄이면 온 천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진달래며 철쭉이 피어 장관이 일었던 그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진달래는 먹을게 귀했던 그 때엔 좋은 간식거리 였었지요.
진달래를 필두로 삐비,찔레 순,소나무 속 껍질 까지 겨우내 봄이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들로 산으로 아이들에겐 온 천지가 간식이 그득한 놀이터 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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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봄이면 빠질수 없는 벌들과의 사투도 여기선 정말 재미있게 그려져 있네요.. 우리 아들은 벌떼가 몰려들면 잽싸게 바닥에 엎드려야 한다고 하나 배웠답니다..ㅎㅎ
그리고 옛날엔 약이 귀했던 시절이라 민간요법들도 엿볼수 있네요.. 바로 벌에 쏘이면 온몸에 식초를 바르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에겐 정말 낯설은 풍경이 아닐까 싶어지네요..
그리고 또 하나 왜 옛날엔 꿈들이 하나 같이 똑 같았을 까요? ㅋㅋ
남자들은 대통령 여자들은 영부인 이 만화에도 어김없이 등장을 하네요..
그리고 제일 기억에 남는 광경은 지금은 상상조차도 힘든 정이 듬뿍 느껴지는 훈훈한 우리네 사람내음이 가득한 손님접대 네요.. 지금처럼 먹을게 풍족하지 않았던 때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더 부자였던 그런 옛 모습을 볼수 있어 참 흐뭇하네요..
지나가는 거지에게 까지 먹을것과 잠자리를 베푸는 할아버지를 보며 할아버지 최고!라고 외치고 싶어집니다..
그중 "배고픈 사람 밥 주고,갈 길 먼 사람 재워 주면 그 공이 어디로 간다냐? 언젠가 다 나한테 돌아오는법이여." p.74
돌이켜 보니 우리 할아버지도 지나가던 사람이 밥 때가 되어 우리집에 오면 밥을 고봉으로 퍼서 대접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예전엔 이게 우리네 정이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지금은 길 거리도 마음 놓고 다닐수가 없으니 아이들에게 죄스럽고 미안 하기만 하네요..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아이들이 제일 배꼽을 잡았던 영해의 엽기행각 입니다.. 지금 아이들 눈으로 보면 정말 엽기행각처럼 보이겠지만 그 땐 다 그렇게들 놀고 그렇게들 순진했었지요..
바로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랫소리에 이미자가 그 안에서 살고 있을거라는 그 용감한 생각에 동네에서 두대 밖에 없다는 라디오를 분해하고 이미자 집을 찾는 모습은 저도 보면서 웃음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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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의 모습이라지만 정말이지 우리 아이들에겐 드라마에서나 볼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만큼 생경할수도 있지만 이 책으로 예전의 우리네 모습들을 조금 이나마 소개를 해줄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찔래꽃 따먹고 동네 뒷산을 내집처럼 누비며 흙과 친구하자고 뒹굴었던 옛날 우리의 모습들이 우리 아이들에겐 머릿속에서나 상상으로 그칠수 있는 그런 그림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저 안타깝고 아이들에겐 미안할 뿐입니다.. 시골의 맑은 공기와 산과 들을 뛰어놀수 있는 그런 자연을 선물 해야 할텐데 버스로 인한 매연 가득한 텁텁한 공기를 선물 한것만 같아 가슴이 아프네요..
이 책은 우리들에겐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아련한 고향의 향수를, 우리 아이들에겐 윗 세대들의 따스한 정을 배울수 있는 그런 된장 뚝배기 같은 그런 구수한 우리의 고향을 선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머지 여름,가을,겨울도 챙겨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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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사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