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걸 배드 걸 스토리콜렉터 106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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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보텀의 새로운 시리즈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믿고 보는 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됐다. 골드 대거상 수상으로 화려하게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나는 작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산산이 부서진 남자>로 입문해서 국내 번역된 작품은 전부 읽어봤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더 안 나오나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다니! 너무 궁금해서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The other wife>는 왜 국내 번역이 안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엔 '사이러스 헤이븐'이라는 인물을 내세운다. 그런데 좀 의아했다. '조 올로클린'도 심리학자였는데 새로운 시리즈에서도 심리학자를 내세운다는 것이 말이다. '조 올로클린'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데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짠함을 불러일으켰다면 '사이러스 헤이븐'은 과거 정신 질환이 있는 형으로 인해 온 가족이 살해되는 아주 비극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비 코맥'이라는 소녀가 있다. 이 소녀에게도 아무도 모르는 비밀, 끔찍한 과거가 있다. 소녀는 6년 전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현장의 밀실에서 발견되었는데 오랫동안 학대받아온 소녀는 부패해가는 시체와 한 곳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발견되었다는 거다. 이후 '이비 코맥'이라는 이름으로 아무에게도 사건의 진상이나 자신의 진짜 이름과 나이 등을 알리지 않은 채로 소년원에서 지내고 있는 고슴도치 같은 소녀다. 소년원에서 벗어나기 위해 후견인이 필요한 상태다. 소녀에게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능력이 있는데 상대의 얼굴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는 거다. 사이러스는 이 비밀스러운 소녀에게 이끌려 후견인을 자처하고 집으로 데려오게 되고 유사 가족물의 형태로 드라마가 시작된다.


한편 사이러스의 집 근처 오솔길에서는 '조디'라는 소녀가 살해당한 채 유기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피겨 스케이트 유망주로 꽤나 이름과 얼굴을 알린 소녀다. 심리학자 사이러스는 과거 연을 맺었던 경찰에 협조하며 조금씩 사건의 비밀에 다가간다. 이 소녀의 죽음에 관한 비밀에 다가가는 동안 티격태격, 계속 어긋나기만 하는 사이러스와 이비의 관계, 아슬아슬 불안한 이비의 상태, 알쏭달쏭 밝혀질 듯 말 듯 한 조디 사건의 전말까지 첫 시리즈인 만큼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이 시리즈에서 사이러스 헤이븐뿐 아니라 이비 코맥도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듯하다. 결국 이비 코맥의 과거에 대한 비밀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났고 아마 앞으로 출간될 후속편에서 조금씩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전 시리즈의 '조 올로클린'이 사이러스의 대학 스승이라는 게 살짝 언급되고 있고 역자의 말에서 보면 이후 출간된 후속편에서 그들이 조우하는 것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심리학자를 주요 인물로 내세우는 만큼 역시 심리적인 묘사는 깔끔하고도 탁월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이미 후속작이 두 편 더 나와있는데 국내엔 언제 출간될지 너무 궁금하다. 2편까지 동시 출간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보니 해결해야 하는 주요 사건뿐 아니라 주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기보다는 흥미를 유발하는데 그친 감이 있어 2편까지 바로 이어 볼 수 있었다면 좀 더 빠르게 새로운 시리즈에 정을 붙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아직 밝혀진 게 많지 않아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크다. 빨리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ㅠㅠ 그나저나 박찬욱 감독은 작가의 <라이프 오어 데스>를 영화화 준비 중에 있다고 하는데 이놈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시 읽어봐야 될까.


/ 어차피 그게 인생 아니던가. 답답할 만큼 질질 끄는 자살. p.29


/ 악은 상태가 아니다. 일종의 '자산'이다. 인간이 충분한 '자산'을 소유했을 때, 그것들은 종종 분명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p.55


/ 마크 트웨인식으로 표현하자면, 우리를 난처하게 만드는 건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아니라 그렇지 않다고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들이다. p.153


/ 언젠가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올려다본 기억이 난다. 그 때 난 별들이 전부 떨어져버린 줄로만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발 빠르게 소원을 빌어버리는 바람에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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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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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042

나는 이 책이 12권짜리 시리즈라고 해도 전부 다 읽을 것이다. 신간이며 리뷰할 책들이며 다 미루고 그것부터 읽을 것이다.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제목만 보고 그냥 넘겨버렸던 과거의 나를 한대 쥐어박고 싶다. 맨날 서점에 새로 등록된 책 훑으면서 소개 글 열심히 읽으면 뭐 하냐고. 언제쯤이면 좋은 책을 놓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중에 빠르게 <초급 한국어> 준비해두었다.

자서전은 백만장자 CEO나 유명 정치인, 특별하고 대단하고 빛나는 삶을 살았던 사람만이 쓰는 그런 글이 아닙니다. 어떤 글이든 우리가 쓰는 글들은 일종의 수정된 자서전이에요.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p.12

이 책은 현실의 문지혁처럼 소설을 쓰고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문지혁'의 이야기다. 책 속의 문지혁은 두어 권 책을 출간했지만 등단은 하지 못한 채로 계속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고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시간강사로 글쓰기를 가르친다. 동시에 문지혁은 남편이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아빠가 되기도 한다. 글쓰기 수업과 문지혁의 일상이 자연스레 교차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우리는 문지혁의 글쓰기 수업을 함께 듣고 생각에 잠기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어지는 문지혁의 일상은 비웃기라도 하듯이 뒤엎어버린다. 수업하는 문지혁과 일상을 살아가는 문지혁의 이야기를 읽으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고 자주 빵 터져서 웃었다. 그리고 조금 눈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왜 이렇게 모든 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대부분의 한국문학을 읽을 때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서 새롭고 좋았다. 이런 표현 이해가 될지 모르겠지만 난 한국문학을 읽을 때마다 마음을 불끈 쥐어야만 읽을 맘을 먹을 수 있다. 이 책에는 글쓰기에 대한 것과 고민, 일상의 다정한 순간이나 감동 그리고 웃음까지 모두 있다. 그래서 좋았나보다.

어떤 내용이 허구이고 어떤 내용이 현실일까 생각하며 읽었다. 검색을 하며(이놈의 광기) 읽었다. 저자의 출간 리스트들을 검색해 보고 책에서는 제목을 살짝 바꾸었다는 걸 알게 됐다. 저자의 계정도 살펴보다가 난 지금 책을 읽는 것이다... 스토킹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다잡았다. 충격의 100자 평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읽는 순간에는 좀 웃었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었다. 공개된 곳에 책의 후기를 남기는 사람으로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신중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신경 쓰는 건 저자가 받을 충격 같은 게 아니다. 그보다 내가 쓴 후기가 누군가에게 그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거를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게 참 싫다. 그래서 좋지 않은 걸 좋았다고, 재밌었다고,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되 그 속에서 내가 느꼈던 빛나는 것들과 좋았던 것들을 잘 써야지 하고 맘먹게되었다.(하지만 적나라한 후기를 보고 대리만족하는 모순적인 인간이 또 바로 나다)

글쓰기 수업의 내용도 참 좋았다. 줄도 많이 그었다. 수업 시간에 소개하는 문학 작품들도 모두 좋아서 따로 목록을 체크해두었다. 카프카, 체호프, 커트 보니것, 셰익스피어 등 많은 작품들이 언급되는데 그중에서도 내 전자 책장에 있는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와 서점 장바구니에서 수년을 묵히고 있는 <애도 일기>를 이젠 읽어봐야겠구나 생각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은 당장 읽어보고 싶을 정도지만 <초급 한국어>를 먼저 읽을 거다. 특히 은채가 너무 귀여웠고 은채 덕분에 진짜 많이 웃었다. 그래서 <상급 한국어> 언제 나오나요? 하나도 애매하지 않은데. 나 완전히 문며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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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장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5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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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PIN 045

나의 이야기는 K의 죽음에서 시작되었으며 K의 죽음으로 끝난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 누구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p.9

과연 저 문장은 무슨 뜻일까. 가만 읽어보면 참 궁금한 문장이다. 한 여자가 있다. 하는 일마다 적응을 못하고 집에서는 눈치 먹어가며 살고 있는 한 여자. 기차를 탔던 어느 날 옆자리에 노신사가 와서 앉았고 잠깐 여자의 전화를 빌려 쓴다. 얼마 후 여자는 뉴스를 보다 유명한 소설가 K가 화재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것은 자살이었다. 충격적인 건 K는 얼마 전에 기차에서 자신의 전화를 빌려 쓴 그 신사였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건 K가 얼마 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의 인생을 훔친다면 그것은 제법 공정한 거래이지 않겠습니까? p.39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는 이 여자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은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고 얼굴과 이름을 빌려주면 그로 인해 얻을 부와 명예는 당신이 모두 가져도 좋다고. 당신의 인생을 바꿔주겠다고. 그렇게 여자는 '전희정' 이라는 소설가가 되었고 K와 여자는 서로의 인생을 맞바꾼 채 한 공간에서 철저히 개인적인 삶을 살게 된다. 15년 후 K는 진짜 죽음을 맞이하고 모든 것이 미리 계획된 듯 구차하고 골치 아픈 일련의 과정 없이 죽음은 정리된다. 이야기는 그렇게 K의 진짜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한편 K의 딸은 K의 딸이라는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그림자 속에서 소설가가 되었고 교수도 하고 있다. 어느 날 누군가가 K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잔뜩 적힌 종이 뭉치를 가져다 놓았고 CCTV로 확인한 순간 그게 소설가 '전희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그렇게 K의 딸 '손승미'와 '전희정'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줄거리를 굉장히 많이 말했지만 이건 초반에 이미 다 오픈되는 스토리다. 굉장히 흥미로운 사람 K, 그리고 그의 죽음은 몰입할 수밖에 없다. 특히 먼지처럼 치워지는 그의 준비된 장례는 이 소설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다. 너무도 감정이 결여된 의식이어서 으스스할 정도지만 오히려 이런 사후 처리 방식이 굉장히 깔끔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 누구도 하지 않나?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냐 하지만 너무도 준비되지 않은 내 죽음 이후에 따라오는 구차한 현실은 생각도 하기 싫다. K의 딸로 살아가야 하는 '손승미'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았다. 가족이 있음에도 홀로 예술의 길을 걸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어쩌면 너무 사랑해서일지도 모른다. K의 딸이라는 세간의 선입견에 반발할수록, 아버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하면 할수록 더욱더 끈질기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 같은 것들. 그런데 나는 이 이야기들을 좀 더 들려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K의 이야기나, K가 그런 일들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에 대해서, 또 전희정과 손승미의 일들 말이다. K의 죽음으로 준비되지 않은 자유를 누리게 된 '전희정'이 홀로 감당해야 할 삶도 많이 궁금했다. 더 긴 장편이었어도 충분히 늘어지지 않고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흥미로웠던만큼 아쉬움도 큰 것 같다. 내가 더 듣고 싶어서. 작가님이 또 장편을 써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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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2023-03-20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책 있는데..아직 안 읽었는데..
아침서가님 덕분에 저두 오늘부터 읽어봐야겠네요~고맙습니다.항상!
 
심연 속의 나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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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최근에 읽은 추미스 장르 소설 중에 가장 재밌었다. 역시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도나토 카리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고 추미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섬세한 문장들 때문에 인물들한테 과몰입해버렸다. 심연 속에서 온 '청소하는 남자'는 특히 너무 안타까워서 추미스 읽으면서 이렇게 마음 아파보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책은 '청소하는 남자'의 어린 시절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엄마와 소풍을 가는 어린아이는 설레기만 하면 될 텐데 어째선지 많이 불안한 느낌이다. 너무 궁금해서 벌써 몰입된다. 수영을 가르쳐 준다던 엄마는 아이를 어느 폐수영장에 밀어 넣는다. 살려고 허우적대는 아이를 두고 허리를 흔들며 유유히 엄마는 사라진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완벽히 단절된 채 청소부 일을 하며 살아가는, 폐수영장에서 살아남은 아이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책에는 다양한 학대를 보여준다. 엄마와 미키의 관계, 또 엄마가 '청소하는 남자'에게 하는 아동학대, 연인 관계에서의 폭력과 성착취. 엄마의 학대로 자라난 '청소하는 남자'가 학대의 표면이자 상징이었던 '미키'를 또 하나의 인격으로 만들어 이중생활을 하는 것이나 (이 부분은 나중에 반전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의외로 초반부터 밝혀지는 부분이라 좀 놀랐다) 같은 학교 남자아이에게 성을 착취당한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어두운 과거를 안고 연인에게 폭력을 당하는 여자들을 구해주며 살아가는 '사냥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얽혀 결말을 향해간다. 각자의 이야기와 사연이 인간관계 속 착취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끌고 가는 힘 또한 좋았다. '사냥하는 여자'가 '청소하는 남자'의 사건에 촉만으로 너무 빨리 연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은 조금 있었지만 인물의 감정들이 충분히 전해지는 설득력 있는 문장들 때문에 흠뻑 빠져 읽었다.



그는 어쩌다 실수로 태어나 쓰레기처럼 버려진 신세였다. p.308


책을 읽다 보면 '청소하는 남자'는 '프랑켄슈타인'에서 창조된 괴물을 연상하게 하는데 그 책을 읽었을 때처럼 너무 마음이 아팠다. '청소하는 남자'의 이중인격이 너무 초반에 밝혀지길래 나중엔 어떤 충격을 안겨줄까 궁금했다. 이야기는 '청소하는 남자'를 학대하던 엄마와 미키의 관계, 그리고 '사냥하는 여자'가 누구였는지 밝혀지면서 끝난다. 그래도 뒤통수 한대 안 치면 아쉽지,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자극만으로 재밌는 추미스는 많지만 도토 카리시는... 그냥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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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일기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짓다
박성희 지음 / 책사람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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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리뷰 제안을 받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언젠가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이 보여 준 영상이 기억났다. 내가 '집'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그랬을 거다. 영상은 <EBS 건축 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짓고 사는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나왔던 영상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했던 이유는 하얀 들꽃이 가득한 언덕의 집이 예쁘기도 했고 내부도 간소한 아름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의 제본작업실은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70대인 노부부는 은퇴 후 평생의 소원이었던 집을 짓고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즐기며 살고 있다. 계절에 맞는 씨앗을 심어 정성을 들여 가꾸고 직접 기른 것들로 간소한 음식을 해먹는다. 저자가 쓴 집의 일기를 읽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도심에서 하루하루 발발거리면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 먼 삶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그럴 수 없어도 언젠가는, 나도 내 삶의 어느 부분에서는 내려둘 것을 내려둘 줄 알고 필요한 것만 가지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려면 벌써부터 느긋하면 안되는 거지,라는 생각도 해봤다. 저자도 처음부터 느긋하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일하지 않으면 불안한 생활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영상을 찾아봤다. 영상을 보면서 책을 읽을 때 이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하얗게 샌 머리카락 말고는 70대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디 하나 굽은 데도 없어 보였고 너무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표정도 그랬다. 밝고 편안한 인상이 만들어 준 주름이 딱 보기 좋게 아름다웠다. 부부가 열심히 몸을 움직여 텃밭을 돌보는 모습, 건강하게 챙겨 먹는 한 끼, 소음 생각 없이 언제든 작업할 수 있는 제본작업실까지 멋졌다. 내가 보기에도 젊었던 한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부러워할 만한 이유가 없어 보였다. 아 그리고 이 책의 만듦새는 저자의 책과 꼭 닮았다.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이 제 자리에 있는, 딱 그런 책. 어쩐지 보기만 해도 조금은 비워지는 듯한 느낌.


아침서가 - @morning.bookstore


평생을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 기억하지도 못할 숱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이제 이 나이가 되어 마음과 느낌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한다. - P115

기억도 마찬가지다. 가끔씩 정리가 필요하다. 잊어도 될 것까지 데리고 가느라 쩔쩔맬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 모든 걸 간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저장할 공간도 여유도 없다. 잊히는 것들에 대해 애틋해하지 않기로 한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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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2023-03-2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침서가님_
궁금..책을 고르실때..어떤 기준에서 책을 고르시나요?이제 친해져서 물어보고 싶은게 많아지네요~
저두 요책 집에서 읽고 있어요~
지금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읽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