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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힘 - 꿈, 유령 혹은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
캐슬린 스튜어트 지음, 신해경 옮김 / 밤의책 / 2022년 1월
평점 :
Ordinary Affects
이 책은 서점의 매대가 아닌 서가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서 구매한 책이다. 예쁜 디자인과 <투명한 힘>이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아무 정보도 없이 구매를 결정해버린 책은 오랜만인데, 버터색 커버 위 하늘빛 띠지에 군더더기 없이 적힌 '시인을 위한 인류학'이라고 적혀있는 이 책이 궁금하지 않을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캐슬린 스튜어트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겪거나 포착하는 장면들에 집중한다. 여러 사회 현상들을 학문적으로 기술하기보다는 우리가 '일상'이라고 여기는 순간순간들이 그 자체로 사건이자 어떠한 힘이라고 보는 방식. 저자에게도 이것은 일종의 실험이므로 내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빠져들었다.
일상이란 밀려드는 감정, 부딪치거나 가까스로 모면한 충격들에 맞추며 살아낸 삶이다. 일상은 강도强度를 기록한다. 자주, 되풀이해서, 다급하게, 또는 살짝 진저리를 치면서. 어떤 이들에게 일상은 간간이 사건을 만났다 돌아오며 꾸준히 이어가는 지속 과정이다. 어떤 이들에게 일상은 잘못된 선택 한 번이면 끝장나는 것이다. p.28 / 일상적인 시간으로 흘러들기 中
우리가 흔히 '소소하다'라고 표현하는 일상은 큰 행복이나 큰 불행 없이 이 정도면 살만하다는 느낌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그런 일상조차도 쉽게 얻을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가 아마도 내가 '일상'이라는 단어를 감각적으로 인지하게 된 시작이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큰 사고 속에 놓여있는 순간에 누군가는 지루하리만치 사소한 일상 속에 있는 그 얄궂음에 대해 생각하다 모든 일상은 결국 어떠한 형태 ㅡ 아무리 단조로운 ㅡ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사건이자 사고라는 생각에 미쳤을 때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커다란 힘이 작용한 결과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저자가 이 책에서 시도한 방식이 흥미로울 수밖에. 쉬운 것만은 아니었음이 분명한데도 중독적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일상은 꿈으로 불쑥 튀어나온다. 아니면 탈선의 한가운데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아니면 그냥 잠시 멈춘 순간에서나. 일상은 공상의 날개를 타고 날아오르거나, 지지부진해지고, 질리고, 일시 중지될 수 있다. 일상은 정체성과 욕망이라는 작은 세상들 안에 고일 수 있다. 일상은 위험을 끌어들일 수 있다. 또는 우리를 세워둔 채 흩어져버릴 수도 있다. p.35 / 주파수 고정 中
책에서 저자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많은 장면들을 기록하고 있다. 꿈이나 기억, 지루한 것들에서부터 폭력과 범죄, 사회현상, 슬픔, 상실 그리고 크나큰 사고까지. 우리가 목격하는 순간들 또는 목격하지 못한 채 흘러버릴 순간들을 조각조각 그러니까 저자의 말대로 누더기처럼 기워낸 '투명한 힘'의 목격이자 인류학적 기록이다. 그것이 학술적이기보다는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적인 형태임이 너무도 새로웠다. 일상에 대한 어떤 표현들은 너무도 감각적인 데다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면 누구라도 동의할 수밖에 없어서 자주 멈칫거렸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우리가 일상이라는 것을 너무 단순하게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순간이든 결정적인 순간이든 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투명한 힘들을 더 소중히 목격하고 싶다.
아침서가 - @morning.bookstore
일상은 꿈으로 불쑥 튀어나온다. 아니면 탈선의 한가운데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아니면 그냥 잠시 멈춘 순간에서나. 일상은 공상의 날개를 타고 날아오르거나, 지지부진해지고, 질리고, 일시 중지될 수 있다. 일상은 정체성과 욕망이라는 작은 세상들 안에 고일 수 있다. 일상은 위험을 끌어들일 수 있다. 또는 우리를 세워둔 채 흩어져버릴 수도 있다. - P35
일상이란 밀려드는 감정, 부딪치거나 가까스로 모면한 충격들에 맞추며 살아낸 삶이다. 일상은 강도强度를 기록한다. 자주, 되풀이해서, 다급하게, 또는 살짝 진저리를 치면서. 어떤 이들에게 일상은 간간이 사건을 만났다 돌아오며 꾸준히 이어가는 지속 과정이다. 어떤 이들에게 일상은 잘못된 선택 한 번이면 끝장나는 것이다. - P28
모든 장면이 내가 간신히 그려볼 수 있거나 아니면 잘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에 잇닿아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실험적이고 강렬하고 압도적이고 살아 있다. 좋고 나쁘고의 일이 아니다. 세상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게 아니라, 세상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 결국 삶이라는 건 여전히 하나의 문제이고 결론 없는 질문이다. 호기심의 대상이다. - P278
일상이 덤벼드는 수가 있다. 습관에, 자만에, 매일 마주치는 좋거나 나쁜 사회적 접촉에 둥지를 튼 일상은 우리를 뭔가 나쁜 일에 휘말리게 할 수 있다. 아니면 좋은 일에. 일상은 이것으로 시작했다가 완전히 다른 저것으로 홱 바뀔 수 있다. 하나가 다른 하나로 이어진다. 기대는 꺾이거나 아니면 충족된다. 부유하던 평범한 상황이 나빠지거나 아니면 놀랍고 훌륭한 것으로 비상한다. 어느 쪽이든, 상황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판명 난다. p.235 / 일상이 덤벼드는 수가 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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