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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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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_ 에밀리 기핀 (문세원 옮김)


표지를 보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진다. 언뜻 추.미.스 장르처럼 보이기도 해서 재미를 기대하게 된다. 한 권의 책에 담고 싶은 많은 말들이 느껴진다. 계층 간의 차별의식, 기득권의 보수적 성향 문제, 데이트 폭력(강간), 인종차별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이야기 속에 버무린 느낌이다. 중산층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결혼으로 상류층의 삶을 살게 된 니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느끼지만 별 문제의식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인물인데 아들 핀치와 라일라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계기로 정신이 번쩍 든다.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아들, 역시나 중요한 건 제쳐두고 지위와 돈을 이용하려는 남편,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어린 시절 니나에게 일어났던 사건의 기억과 함께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냥 그렇게 순응하면서 살던 니나가 문제를 의식하고 제대로 살기 위해 행동하는 이야기다. 내가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좀 더 복잡한 심경으로 읽었을 것 같다. 어떤 상태에선 아주 명확해 보이던 일들도 어떤 상황에선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감정 문제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는 편이지만 분명 재미가 있다.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늘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들을 한 권에 모아 둔 책이라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저자를 검색해봤는데 변호사의 이력이 있었다. 그런 이력이 다양한 문제를 스토리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소개에 '칙릿'소설 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생소해서 검색해봤다. 칙릿이란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영어 속어 ‘chick’과 문학을 의미하는 영어 ‘literature’의 줄임말인 ‘lit’을 합쳐 만든 신조어이고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시작, 미국을 거쳐 2000년대 국내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20대 싱글 직장(주로 광고·잡지·패션 등의 업종) 여성의 성공과 사랑을 다루는 소설이며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칙릿의 시작이라고 본다고 한다. (출처 : 나무위키)

그렇구나, 난 이제 알았다.


*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입니다.

(집을 나간지 5년이 지나 딸의 생일날 갑자기 돌아온 엄마) 타이밍이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나는 전국의 무책임한 부모들에게 갑자기 찾아오려면 아이의 생일 전이나 후에 오라는 권고안을 공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 생일과 같이 특정한 기념일에 다시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자기도취적이며 파괴적인 행위다. 특히 영영 돌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 P69

아빠로서 딸에게 이보다는 더 나은 것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지키고 정의를 수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 P81

핀치 같은 놈들은 언제나 빠져나갈 방도를 찾는다. 그렇게 평생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지 않고 사는 인간들이 있어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란 말이다. - P113

"브라질 사람도 어떤 인종일 수도 있는거요. 커크."나는 바보를 대하듯 천천히 말했다. 나는 실제로 바보와 대화 중이었다. "어느 인종이든 미국인인 것 처럼요." - P152

결혼 생활에서도 관계를 중요시 두었던 우리의 우선순위가 정확히 언제부터 흐트러진 건지 궁금해졌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작고 사소해 보이는 선택들,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누적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런 것들이 잠재적으로라도 핀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 P184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렇지만 더는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 P198

언제까지나 아들 곁을 지켜주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아들이 죄를 자백하고 진심으로 회개하고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되길, 그리고 용서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 P221

그렇지만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가장 가까운 데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 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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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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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_ 사만타 슈웨블린(조혜진 옮김)


읽고 나서 생각이 너무 복잡했다. 생각하게 되는 건 많지만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없고 정리할 수 없어서 읽고 나서 바로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생각은 더 복잡해졌다.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저런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어,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 머릿속이 복잡했다. 먼저 올라온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아도 뜬구름만 잡는 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바로 이런 게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했다.


다비드와 아만다의 무슨 말인지 모를 대화로 시작하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어떻게 되는 건가? 생각하게 하면서 불친절하게 내 머리끄덩이를 잡고 질질 끌고 간다. 뭔가 명확하게 결론을 말하지 않으면서 대략적으로 소개를 하기엔 너무 무모한 일이며 흥미를 유발하기도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얘기해보자면 사만다와 니나 모녀는 남편의 일 때문에 잠깐 어느 마을에 내려와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있다. 거기서 카를라를 알게 되고 그의 아들 다비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런데 이야기는 사만다와 다비드의 대화로 진행되니 궁금할 수밖에. 둘의 내용도 끝도 모를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사만다의 시선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사만다는 다비드에게 자꾸만 니나는 어디 있는지 묻고 다비드는 자꾸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란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며 이들은 무엇을 알려고 하는 것일까.


/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


/ 아무것도 하지 않으실 건가요?

- 응, 다비드. 난 아무것도 안 할 거야. /


/ 독은 항상 있었죠.

통증은 사라졌다 다시 오죠. /


결국 다비드와 아만다가 대화 속에서 계속 찾으려는 그것은 유독 물질에 중독이 되는 그 순간이다. 더 이상 못 본 척하고 넘길 수 없는 그 지점. 즉 사람들이 방관해왔던 사실 자체를 일깨워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지 않은 척하는 게 더 쉬운 문제들 말이다.


이 책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마도 환경문제이다. 환경을 생각지 않은 유독물질의 폐기 등으로 땅과 물이 오염되고 가축과 야생동물 모두 남아나는 것이 없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도 피할 수 없는 일로, 태어나는 대부분의 아이가 기형아일 정도로 심각하다. 멀쩡한 사람도 중독되어 살아갈 수 없는 이야기. 그것을 이체(移體)라는 영적인 소재와 함께 버무려 전체적으로 으스스 한 궁금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대 디스토피아 미스터리 스릴러 중편 소설이랄까.


분량이 길지 않다. 150페이지 조금 넘는 중편인데 미스터리한 느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것도 대단한데, 아,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거구나, 이체는 그저 장치일 뿐이야, 하고 마무리를 내려 할 때쯤 다시 한번 이게 다가 아니야! 하고 머리끄덩이를 잡아채는 느낌이 대단하다. 왜 2021년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될 예정인지 알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서 서평단 신청을 해보았는데 기대한 것보다 더, 굉장히 빨려 들었던 책이다.

그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 P108

아무것도 하지 않으실 건가요?
응. 다비드. 난 아무것도 안할거야.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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