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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어린이판)
김현태 지음, 장윤정 그림, 권비영 원작 / 다산어린이 / 2010년 5월
평점 :
읽어보고 싶었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어린이 동화로 먼저 읽게 되었다. 아직도 가슴이 시리고 아려오는 것이 한동안 덕혜옹주를 향한 연민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귀하디 귀한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나 고종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옹주가 한 순간 아버지와의 이별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감당 못할 충격이었을 것이며, 그 뒤로 겪은 수난의 세월이 얼마나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었을지...
단순히 한 사람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힘 없는 나라가 겪어야만 했던 치욕의 세월이 덕혜옹주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부터 북받쳐 올라왔다. 일본으로의 강제 유학, 사랑하는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과 더불어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었던 처지의 옹주, 일본인과의 강제 결혼, 그리고 분신과도 같았기에 간절히 조선인이라는 긍지를 심어주고 싶었던 딸과의 갈등... 어느 것 하나도 자신의 뜻대로 해볼 수 없었고 할수도 없었기에 허울뿐인 옹주의 신분이 더 비참해질 뿐이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자신을 키워 준 유모를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몸도 마음도 쇠약해진 옹주, 조선으로 돌아와 낙선재에 머물며 한 자 한 자 직접 써내려간 글이다. 힘 없는 나라의 옹주로 태어나 그리도 모진 세월을 견뎌냈건만 가물가물해지는 기억속에서 조차 사랑하는 조국을 잊지 못했다. 이것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너무나 슬프고 고통스럽고 또 지독히도 외로웠던 그녀의 삶이 나의 가슴을 치고 들어와 앉아 복받쳐 오는 분노와 슬픔에 그만 책장을 덮고 싶었지만 끝내 다 읽고 말았다. 그녀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고 그리워했던 그것들을 우리는, 아니 나는 얼마나 소중히 여기며 또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지...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던 그녀를 미처 잘 알지 못했다고, 이제야 알게되어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