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
로알드 달 지음, 퀀틴 블레이크 그림, 정회성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로알드 달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궁금해 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그래 맞어! 이렇게 아이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작가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그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장을 열어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부모님, 할아버지, 그리고 형제들, 유치원과 학교에 입학 하면서 시작된 기숙사 생활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로알드 달 자신의 이야기를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로알드 달은 이 책을 자서전이라 말하지 않는다. 시시콜콜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런 자서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학창 시절과 그 후, 평생 동안 잊지 못할 일들을 경험했고, 오래도록 기억속에 머물러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생생한 기억들을 재미있게 써내려가고 싶었던 것 같다. 

 로알드 달은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고향은 노르웨이이다. 식구들과 함께 여름방학을 이용해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맛있는 음식, 식탁에서의 그들만의 엄숙한 의식(?) 등이 소개되는 장면이 무척 흥미롭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그들이 여행할 때마다 머무는 호텔의 화장실 이야기이다.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호텔의 화장실을 상상하면 큰 오산이라는거~ㅋ 나무로 얼기설기 지어서 금방 무너질 것 같은 화장실, 쪼그려 앉아 일을 치르면 3미터 아래에서 '퐁당!'소리가 나고, 구멍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둠 속에서 허둥지둥 달려가는 쥐들이 여러 마리 보이기도 하는... 말하자면 우리나라 시골의 재래식 화장실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신기하기도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섬과 바다를 탐험하고 여행을 많이 했던 경험이 지금의 로알드 달의 작가적 상상력의 원천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은 시종일관 이런 식이다.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가혹한 체벌을 받기도,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해 9살 아이의 생활이 정말 이럴 수 있을까? 읽다보니 어느새 난 엄마의 마음으로 글을 읽고 있었고 한없이 안쓰럽고 가슴이 아파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지만 그런 아픈 기억조차도 로알드 달은 유쾌한 유머로 승화시키고 있으니 이것이 그만의 재능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자라 사립학교에 다니면서도 힘든 나날은 계속 되었지만 여전히 글 속엔 위트가 살아있으니 말이다.

 
의사의 실수로 한쪽 팔을 잃었지만 비관하지 않았고 조금 불편할 뿐이라 말하던 아빠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남편을 잃고 홀로 이국땅에서 아이들과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매 년 대식구와 고향인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나곤 했던 엄마의 용기와 근성을 보면서 다시한 번 부모의 역할,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 시절의 하루하루가 로알드 달에게는 훗날 돌아보았을 때 좋은 추억이자 많은 이야기의 소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갖게 하는 발칙하고 유쾌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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