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ㅣ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정말 얼마나 싫으면 시험 괴물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럴만도 하다. 요즘 아이들 보면 입시 때가 아니어도, 학기 중간에 아님 학기 말에 보는 시험이 아니어도, 무언가로 늘 꽉 채워져 무거운 머리를 겨우 가누며 하루하루를 지탱해 가는 모습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얼마 전 중간평가시험을 마친 딸아이 반 선생님이 시험지를 보시며 아이들 앞에서 혀를 끌끌 차시는가 하면, 백 점을 받은 아이에겐 과자를, 그 아래 점수 아이에게 사탕을 상으로 주는 것으로 굳이 구별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자를 먹었다고 신나라 이야기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던 건, 이제 1학년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기준이 성적순이라는 걸 너무나 적날하게 보여주신 게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아주 오래 전 보았던 영화가 떠오른다. 지금은 이 말이 조금은 촌스럽고 식상한 말로 들리기도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의식있는 기업에서는 이미 학벌에 상관없이 인재를 발굴해내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좋은 성적, 명문 학교출신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롤모델들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임없이 생각 저편에서 그래도... 이왕이면... 쉬지않고 채찍질을 해댄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글쎄, 우리 서현이는요. 어려서부터 책도 많이 보고, 제가 공부도 많이 시켜서 그런가 좀 남다르긴 하더라구요. 유치원 때 한번은 눈이 좀 나빠진 것 같아 시력 검사를 하려고 안과에 대려갔거든요. 근데 제가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서현이가 시력 감사표에 나와 있는 것들을 막 외우고 있었다지 뭐예요. 아, 글쎄 이거 틀리면 울 엄마한테 혼나요 하면서 그걸 몽땅 외워 버리려고 기를 쓰더래요. 의사 선생님이 그 녀석 크면 공부 참 잘하겠다고 혀를 내둘렀다지 뭐예요. 그래서 그날 결국 시력 검사도 못하고 그냥 왔다니까요." - 본문 중에서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저리 둔한 엄마가 있을꼬~~~ 내가 그 의사라도 그리 말하겠구만.. 속으론 뭐라 했을지... 기가 막히지만 이렇게 기막힌 일이 정말 현실에 없는 것이 아니니 씁쓸할 뿐...
아이가 책상에 앉아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딴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쉬지 않고 감시하고 의심만 하지 정작 믿어주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시집살이도 해 본 사람이 더 시킨다는 말이 있듯이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공부하라는 말을 들으면 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곤 했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준석이처럼... 내가 부모가 되면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성적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테야 다짐을 했건만 어느새 준석이 엄마와 다를바 없는 모습으로 내 아이 앞에 서 있다.
이 책을 쓰신 문선이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글쓰기를 강요당한적은 없었다고 고백한다. 공부에 치여 상상의 나래도 못 펴고 맘껏 뛰놀지 못했다면, 판타지 동화작가가 되지 못했을거라고... 준석이와 친구들이 모여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는 장면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이렇게만 하면 공부 문제없다!! 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데.. 무엇이든 즐겨야 최상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 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흔히들 공부는 평생 해야한다고들 말한다. 정말 평생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집에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우리의 아이들을 격려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