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5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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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2년 6월 14일 일기장의 이름인 키티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안네의 일기는 1944년 8월 1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씌여지지 않았다. 그 끝을 알면서도 마지막 장이 가까워 올수록 '아... 안네의 일기를 계속 볼 수 있다면... 자유의 기쁨을 만끽하고 행복에 겨워하는 안네의 종알거림을 더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지막 일기를 기록한 날로 부터 불과 두 달 전 "오늘은 디데이입니다." 라는 영국 방송의 발표에 드디어 자유를 얻는가 하는 기대 속에 흥분하던 안네의 모습이 그려져 안타까움을 금할수가 없었다.

 몇 해 전 아들녀석과 보았던 '디파이언스'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세계 2차대전을 배경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강인한 리더쉽으로 피난민들을 이끌어 냈던 영웅을 그린 영화였다. 영화의 도입부 부터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라는 듯 생생한 장면으로 장식되었던 것이 기억된다. 절망 뿐이고 희망의 한 자락도 발견할 수 없는 지옥같은 곳에서도 뱃속의 아이가, 새로운 생명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대사가 참으로 감동적으로 다가왔었는데 안네의 일기 속에서도 그러한 희망은 살아있었다. 어쩌면 흑암속에서 고개를 드는 희망이라는 불빛이었기에 더 밝고, 또 안타깝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도 잃지 않았던 발랄함과 유쾌함, 흔히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똑소리 나는 야무짐 어느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는 안네의 재치넘치는 글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이제 뒤로 하고...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어린 아이들까지 총을 들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당화 될 수 없고,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무참히 죽어가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안네와 같이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천사같은 아이들의 날개를 꺾는 일은 더더구나 없어져야 한다.
 
 아직 전쟁을 겪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위태위태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안네의 일기를 보면서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아슬아슬한 평화마저 얼마나 감사한지 절감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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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의 아버지 푸른도서관 43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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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부터 엄마보다 아빠를 유난히 더 따랐고 지금도 아빠의 그 목소리, 온화한 표정, 따뜻한 품이 많이 그립다. 언제부터인가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나면 늘 아빠를 떠올리며 왜그렇게 일찍 우리 곁을 떠나셔서 그립게만 하시느냐고 원망도 해보고 사무치게 그리워도 해본다. 지금도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금 내 옆에 계시다면 이까짓 것! 괜찮아! 하며 툭툭 털어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 속 주인공 연우가 아버지를 찾는 이유는 나와 같은 그리움이 아니다. 자신이 왜 버려져 위탁가정에 맡겨져야 했는지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서류상으로도 완전한 가정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시작된 걸음이었다. 16살,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관심 속에 있다고 해도 힘들 시기에 연우는 자신을 둘러싼 답답하고 비참한 껍데기를 벗어버리려 몸부림을 치고 있다. 따뜻한 성품의 양부모님들과 지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비참한 자신의 모습이 견디기 힘든 연우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불행하다고 생각되지만, 막상 마주한 친 아버지의 모습에서 연우는 무너져 내렸다. 환자복을 입고 초췌한 모습으로 아들의 모습도 알아보지 못한채 어린 시절 손수 만들어 준 장난감 새를 간직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내 마음 역시 무너져 내렸다. 모든 것이 망가져버려도, 기억마저 암흑천지를 헤매고 있다 할지라도 무의식속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이것이 부모인것을... 

 혼자만 아프고 불행하다 생각했던 연우의 눈에 자신보다 더 힘들고 외로웠을 아버지의 모습이 들어오는 순간 비로소 연우는 자신의 정체성과 마주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린시절 기억 속 따뜻한 아버지, 그리고 처음엔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늙고 초라한 모습의 지금의 아버지... 하지만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는 아버지라는 것을, 이 세상에서 나를 있게 한 나의 뿌리, 나의 껍데기라는 것을...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상처받고 아픔이 큰 아이들 또한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뉴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것을 보면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개인의 관심 사회적인 관심이 모두 동반되어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건 어른들도 힘들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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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따먹기 법칙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4학년 1학년 국어교과서 국어 4-1(가) 수록도서 작은도서관 33
유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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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교실안은 같은 나이 비슷한 키에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것 같지만 살펴보면 참 각양각색의 재능을 가진 아이들의 집합소이다. 내 어린시절을 회상하자면 왼손으로 공기놀이를 기가막히게 했던 친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편을 나누어 공기놀이를 하곤 했는데 그 친구가 공기를 잡으면 쉬는 시간이 다가도록 끝나지 않아 다른 아이들은 공깃돌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수업시간 종이 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고물줄 놀이 딱지 놀이는 또 어떻고^^ 잘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웠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공기놀이, 고무줄 놀이에서 우리가 아는 법칙은 이랬다. 손에서 공기알이 떨어지거나 다른 공기알을 건드리면 끝이고, 고무줄에 다리가 걸리거나 놓치면 놀이는 끝이었다. 꼬질꼬질한 우리의 주인공 지우개 따먹기 대장 김상보에게는 조금 거창하지만 정말 그럴듯한 법칙이 있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 (차례순)

법칙5- 납작한 지우개는 피한다

법칙2- 가벼운 지우개를 사용할 것

법칙4-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켜라

법칙6- 지우개 따먹기는 둘이 해야 한다

법칙1- 꼭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릴 것

법칙7-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 것

법칙8- 집중하기

법칙3- 지우개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더라도 미리 겁먹지 말 것

법칙9- 지우개 크기는 비슷해야 한다

법칙10- 지우개 따먹기를 할 때 상대는 나의 친구이다

 
처음 차례를 읽으면서 '너무 거창한 거 아니야?' 했던 생각은 아주 잠깐! '오 너무 근사한걸~ 정말 그럴듯해~ 꼭 맞는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며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하면서 친구들과 겪게 되는 웃음 빵빵 터지는 에피소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법칙들이 지우개 따먹기 뿐 아니라 어느것에도 통용될만한 법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놀이를 통해 기쁨과 좌절을 맛보고,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달콤 쌉싸름한 경험들을 쌓아가다보면 어느새 인간관계에서 꼭 지켜져야 하는 법칙을 깨우친 성인이 되어가는 것일텐데 지금의 아이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라 참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의 법칙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가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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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찾아서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6
박재형 지음, 이정규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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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자신의 간 70%를 아버지에게 이식수술 한 아들의 사연을 보았다. 자식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지 못해 아들의 간을 받기는 했으나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가슴 아파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왜 미안해하느냐며 아버지를 위로하는 아들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자식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방송을 보면서 옆지기가 아직은 어린 아이들에게 너희도 같은 상황이면 그럴 수 있겠느냐 슬쩍 물으니 한참 뜸을 들인다. 그도 그럴것이 배를 사선으로 가로질러 선명하게 남아있는 수술자국의 크기가 어른이 보기에도 놀라운데 아이들의 눈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그 아들도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왜 없었을까... 수술 부위에 손이 가는 것이 아직은 겁이 나서 수술 후 한동안 목욕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 대단한 일을 해낸 장한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참 반가운 책이었다. 멋스럽지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듯한 책 표지부터 책장을 넘길수록 어디선가 본듯하고 들은 듯한 이야기와 등장인물, 그 외 이야기의 중심에 선 모든 것들이 너무나 따스하게 다가왔다. 눈도 귀도 더불어 정신까지 혹사당하며 사는 시대에 옛이야기 한 편이 이리도 비타민같은 역할을 해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에 지금의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꽃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버지. 어쩜 아내보다 자식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느껴질만큼 꽃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다. 볼품없는 꽃 한 송이라도 귀한 생명이라 여기며 가꾸던 아버지가 하늘나라 꽃밭지기로 가버리자 아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아버지가 정성스럽게 꽃을 가꾼건 말그대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님의 행차를 앞두고 휑한 길가에 아버지가 가꾸는 꽃들로 꽃길을 만들어주길 바랬던 마을 사람들은 정작 꽃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들의 마을을 방문한 임금에게 잘보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아버지는 길가에 심겨 뜨거운 햇볕에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으니 이것이 마을 사람들과 아버지의 차이이다. 이렇게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에까지 닿아 하늘나라 꽃밭지기로까지 불려가지 않았겠는가. 

 아버지가 하늘나라 꽃밭지기로 간 것이 보기에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것이다. 꽃을 대하는 아버지의 그 마음이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보다 꽃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 약간의 서운함을 가졌던 어머니였지만 아버지 없는 자리를 대신해 정성으로 꽃을 가꾸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의 고운 심성을 닮아 하늘나라로 가는 위험천만한 길을 택한 아들의 용기로 결국 아버지를 만났고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꽃도 얻어올 수 있었다. 죽은 생명도 살릴 수 있는 꽃의 강력한 힘도 결국 꽃을 향한, 아니 살아있는 생명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꽃향기가 진동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니 요즘 아이들이 열광하는 환타지가 우리 옛이야기에도 많이 있었구나 싶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리 이야기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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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강 문제아 - 푸른문학상 수상작가 동화집 미래의 고전 24
신지영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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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딸아이와 마주보며 동시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더랬다. 서로 생각이 같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주 최강 문제아] 뒤에 세글자가 빠졌어! [우주 최강 문제아 김하은!!] 다섯 살 터울의 오빠가 있고 하나 밖에 없는 우리집 공주가 바로 자타가 공인하는 문제아라는거~ 또 조금의 부정도 않고 자신이 문제아라는 걸 순순히 인정하던 모습이 떠올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탁니콜라스, 소설을 쓰다] 탁니콜라스는 주인공 이름이다. "니 꼴났어? 니 꼴났지? 니 꼴났잖아." 이렇게 놀림을 당하는 외국인이 아닌 토종 한국인 초등학생 주인공은 옆집에 살던 미국인 여행작가 니콜라스를 부러워하던 아빠가 넓은 세상을 마음껏 누비며 살라고 니콜라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탁니콜라스! 전학 간 학교에서 특이한 이름 때문에 본의아니게 시작 된 거짓말이 자꾸 커지면서 진땀을 빼는 주인공이 귀엽기도 한 편 가엾기도 하다. 이름의 숨을 뜻을 알면서도 어른인 나도 웃음이 나고 고개가 갸웃거려 지는데 하물며 어린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것이 어쩜 당연하지 않을까 싶어 아무리 좋은 의미로 지었다곤 하나 어른들의 욕심을 다시한 번 꼬집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우주 최강 문제아] 세계최고 우주 최강으로 삐뚤어지겠다고 필승을 다지며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책표지의 우리의 주인공이 그렇다고 무턱대고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 삐뚤어질 결심을 한 건 아니다. 다른 집과는 조금 다른 집안 사정을 가진 친구를 향한 엄마의 편견어린 말과 행동으로 상처 입은 친구, 또 그 친구에 대한 죄책감과 엄마에 대한 실망감으로 아파하는 준우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준우 엄마처럼 대놓고 그리하진 못한다해도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아니 나부터도 내새끼만 금쪽같이 여기며 속물근성을 보이며 살고 있는지 조근조근 따져대는 우리의 주인공 앞에 부끄럽기 짝이없다. 내 아이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문제아로만 보이는 세상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부모들에 누군가가 정작 당신 아이가 문제아였다고 말한다면 어떨지 몹시 궁금해진다. 우주 최강 문제아 *** 뒤에 빠진 세글자는 알아서들 채워야하지 않을까...^^ 

 가슴 뭉클한 부정을 이야기 한 [떴다, 슈퍼맨],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 [그 고래, 번개], 동자상과 돌탑, 꺽정불을 의인화 시켜 일깨움을 주는 [꺽정불의 비밀], 무섭고 겁나는 호랑이는 저리 가라! 유쾌한 옛이야기 [보리밥 잔치],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통해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 등 푸른문학상을 수상했던 일곱 작가의 색깔이 잘 드러난 짧지만 착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알차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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