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찾아서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6
박재형 지음, 이정규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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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자신의 간 70%를 아버지에게 이식수술 한 아들의 사연을 보았다. 자식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지 못해 아들의 간을 받기는 했으나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가슴 아파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왜 미안해하느냐며 아버지를 위로하는 아들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자식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방송을 보면서 옆지기가 아직은 어린 아이들에게 너희도 같은 상황이면 그럴 수 있겠느냐 슬쩍 물으니 한참 뜸을 들인다. 그도 그럴것이 배를 사선으로 가로질러 선명하게 남아있는 수술자국의 크기가 어른이 보기에도 놀라운데 아이들의 눈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그 아들도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왜 없었을까... 수술 부위에 손이 가는 것이 아직은 겁이 나서 수술 후 한동안 목욕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 대단한 일을 해낸 장한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참 반가운 책이었다. 멋스럽지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듯한 책 표지부터 책장을 넘길수록 어디선가 본듯하고 들은 듯한 이야기와 등장인물, 그 외 이야기의 중심에 선 모든 것들이 너무나 따스하게 다가왔다. 눈도 귀도 더불어 정신까지 혹사당하며 사는 시대에 옛이야기 한 편이 이리도 비타민같은 역할을 해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에 지금의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꽃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버지. 어쩜 아내보다 자식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느껴질만큼 꽃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다. 볼품없는 꽃 한 송이라도 귀한 생명이라 여기며 가꾸던 아버지가 하늘나라 꽃밭지기로 가버리자 아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아버지가 정성스럽게 꽃을 가꾼건 말그대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님의 행차를 앞두고 휑한 길가에 아버지가 가꾸는 꽃들로 꽃길을 만들어주길 바랬던 마을 사람들은 정작 꽃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들의 마을을 방문한 임금에게 잘보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아버지는 길가에 심겨 뜨거운 햇볕에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으니 이것이 마을 사람들과 아버지의 차이이다. 이렇게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에까지 닿아 하늘나라 꽃밭지기로까지 불려가지 않았겠는가. 

 아버지가 하늘나라 꽃밭지기로 간 것이 보기에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것이다. 꽃을 대하는 아버지의 그 마음이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보다 꽃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 약간의 서운함을 가졌던 어머니였지만 아버지 없는 자리를 대신해 정성으로 꽃을 가꾸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의 고운 심성을 닮아 하늘나라로 가는 위험천만한 길을 택한 아들의 용기로 결국 아버지를 만났고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꽃도 얻어올 수 있었다. 죽은 생명도 살릴 수 있는 꽃의 강력한 힘도 결국 꽃을 향한, 아니 살아있는 생명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꽃향기가 진동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니 요즘 아이들이 열광하는 환타지가 우리 옛이야기에도 많이 있었구나 싶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리 이야기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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