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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쓰레기의 비밀 - 바다 쓰레기에서 배우는 과학과 환경 ㅣ 지식 보물창고 1
로리 그리핀 번스 지음, 정현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9월
평점 :
무수히 많이 들어는 보았고, 혹은 아주 조금의 관심은 있지만... 모른 척 외면하기도 선뜻 실천하기도 힘든 것이 환경문제가 아닌가싶다. 나역시 여러 매체를 통해 환경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으로만 그친 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주부랍시고 겨우 분리수거 하나 하고 있다고 말하기 참으로 미안해지는 시간이었다. 인간이 살기에는 점점 편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만,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치뤄야 할 댓가도 분명히 있음을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누군가 해야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하수 배출 파이프(하수처리 공장에서 '나름대로 깨끗해진' 하수를 버리는 파이프)를 최적의 장소에 설치할 수 있도록 상담해주는 일을 했던 에비스메이어 박사는, 어머니가 보여 준 지방신문에 수백 켤레의 운동화가 워싱턴 주 시애틀 근처 해변에 도착했다는 기사를 보게된다. 어머니는 해양학자인 아들이 이 운동화들이 어디서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 알아낼것이라 믿었고, 단지 어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단서를 찾다가... 그렇게 에비스메이어 박사의 바다 쓰레기 추적이 시작되었다.
화물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 사진과, 바다에서 건져올린 운동화의 모습이다. 이 사진이 왜 실려있는것일까? 답은 저 컨테이너 에 실린 화물 속 내용물이 바로 운동화일수도, 혹은 장난감일수도, 아님 다른 그 무엇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컨테이너들은 서로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고정 상태지만, 갑판에 실린 컨테이너가 운송 중에 바다에 빠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고 한다. 그렇게 바다를 떠돌아 다니면서 배와 선원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간혹 컨테이너 속 내용물들이 나오게 되면 그 내용물의 종류에 따라 그대로 물에 가라앉기도, 떠오르기도 한다.
워싱턴 인근 바닷가에서 발견된 풀머 물새의 위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물질들(좌). 하와이 열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산호초섬 쿠어리환초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섬이지만 해변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널려있는 모습..(우). 오랜시간 바람, 파도에 작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스펀지처럼 바다에 떠다니면서 기름 덩어리들을 빨아들이고, 바다거북은 물고기알로 착각하고, 해파리 같은 생명체는 물에서 입자들을 걸러 내 먹는다고 한다. 그 해파리를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리를 어부가 잡고...식탁으로...끔찍하다 정말...
흥미로운 것들을 찾기 위해 바닷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생소한 이름의 비치코머(아마추어 해변 관찰자)들의 도움으로 운동화와 장난감 등 바다에 표류하는 것들이 해류의 흐름에 따라 이동하는 것을 연구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름답게만 보이는 바다가 어떤 몸살을 앓고 있으며, 생태계에(물론 인간을 포함한^^;) 미치는 무서운 영향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와 바다간의 재미있고 흥미로운 관계를 이야기 하면서, 과학, 지리, 해양, 생태학에 이르기까지... 지식주머니를 알차게 채울수도 있다. 에비스메이어 박사가 하는 일을 가치없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의 연구 결과들은 바다를 이해하고 보호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에비스메이어 박사는 쓰레기섬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일일이 청소하는 일은 불가능 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플라스틱이 바다로 가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자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분해 가능한 물질 발명의 필요성이 그것이다. 무어 선장역시, 3R- 줄이고(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바다를 구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곳에서 고개만 살짝 돌려도 어렵지 않게 플라스틱을 발견할 수 있고, 생활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새삼스레 놀란척해본다^^;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해 찾아가는 바닷가는 매년 인산인해를 이룬다. 엄청난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있는 바닷가의 모습을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뭐..힘들게 그곳까지 찾아가서 버리고 오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로로 버려진 쓰레기들로 인해 지금 이 시간도 바다는... 자연은 신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비스메이어 박사는 해양 상담가로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매주 50시간 이상을 바다 쓰레기를 추적하는 일에 쓰고 있다고 한다. 지구를, 바다를 보호하려고 이 시간에도 애쓰고 있는 에비스메이어 박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도 얇았고, 처음엔 뭐 부담없이 책장을 넘겼지만... 결국 처음부터 다시! 그렇게 두번을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얇지만 결코 쉽지 않은... 하지만 어른도 아이도 모두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는 생각이다.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자연으로부터 받은 많은 것들을 이제는 돌려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깊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우리 세대를 마지막으로 이 아름다운 세상이 끝나버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