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랜서핑의 비밀 - 성공을 선택하는 테크닉
바딤 젤란드 지음, 박인수 옮김 / 정신세계사 / 2010년 3월
평점 :
사람들이 자기 계발서 및 <시크릿>류의 책을 읽는 이유가 뭘까? 답은, 더 잘 살기 위해서 아닐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이지만 또 너무나 기본적인 질문은 접어 두고라도, 돈도 더 많이 벌고 싶고, 더 건강하고 싶고, 짜증나는 인간들한테 받는 스트레스로 부터 좀 자유롭고 싶고... 세부적으로야 각자의 행복 잣대가 있겠지만 일단 뭐, 건강의 풍요, 물질의 풍요, 인간 관계의 풍요 이 세가지는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겠지. 이런 책들을 열심히 보면, 건강해지고, 부자가 되고, 인간 관계에서 자유로워지는 황금률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나처럼 이 책 저 책을 방황하는 것이고.
뭐 얼마 전 방송된 <힐링 캠프> 김영하편을 보니, 행복도 서양의 개념이지, 동양에서는 그냥 맘이 평화로운 상태를 추구했다고. 작가 자신도 좋은 사람들과 서로를 괴롭히지 않으면서 잘 살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라 생각 한다던데. 그래 행복이 뭐 별거냐. 큰 걱정없이 평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지. 날마다 래프팅을 하고, 놀이기구를 타고, 클럽에서 춤추고, 쇼핑하고, 재밌는 책만 보고, 웃겨 죽는 예능 프로만 걸리고, 소문난 맛집에서 산해 진미를 먹는, 온 몸이 짜릿짜릿한 끝내주는 재미를 날마다 느끼는 건 쉽지 않을테니까.
호오포노포노와 비교해서, 트랜서핑이 더 맘에 드는 점이라면, 일단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을 내가 갖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골치 아픈 인간관계에 대처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그저 무조건적으로 내가 용서하고 , 미안해하고, 사랑하고, 고마워하라는 것과 달리, 그냥 미운 인간에 대한 내 관심의 스위치를 꺼버리라는 것. 쉽게 말해 웬 개가 짖나,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 피하지, 고마 무시때리라... 정도로 이해하면 맞을라나...
좀 더 그럴 듯 하게 책에 쓰인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은 자기 자신으로, 다른 이들은 그들 자신으로 존재하도록 놓아두라' . 캬..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타인에 대한 인정, 배려, 그들에게 투사한 자신의 기대를 벗겨냄, - 그것이 안 되면 그냥 주의를 딴 데로 돌리면 (무시?) 된다- 과,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 주체성, 독립성,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강인함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한 사랑 이 모두를 한꺼번에 포함하고 있는 말 아닌가.
요즘 이상하게 내 눈과 귀에 볼드 이탤릭 밑줄 쫙으로 박히는 메세지가, '너 자신이 되어 오늘을 살라'다. 책을 봐도, 티비를 봐도 그런 부분들이 부각되어 다가온다. 시대에 따라 자기 계발 산업계의 캐치 프레이즈도 유행을 타는 건지, 내 안의 무엇이, 아니 나와 연결된 신성이 내게 내려주는 메시지인지, 혹은 내가 그냥 마구마구 끌어당겼는지 모르겠다만.
하긴 내도록 지겹게 반복되어 온 뻔한 메세지 아닌가... 너 자신을 알라, 카르페 디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 것이 참 요상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면적인 현실의 현상 속에서 절대적인 진리를 찾아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것은 진리임에 틀림없다는 내 생각과 달리, 모든 시크릿류의 개념도 바딤 젤란드 식으로 말하자면 결국은 사람들의 에너지 수확을 목표로 하는 또 다른 펜듈럼일 뿐.
무언가를 알기 위한 이 모든 시간과 에너지의 사용 조차도 쓸데 없다는 말인가. 결국 불교의 공인가. 내가 존재하는 이 세상은 결국 매트릭스 같은 환영에 불과한 가짜. 어차피 가짜 게임이라면,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 얻어도 그만 잃어도 그만. 그러면 중요성이 낮아지고, 중요성이 낮아지면 내 의도대로 실현 된다. 나의 분노, 나의 슬픔, 나의 행복, 나의 기쁨. 이 모든 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정말 주입된 기억의 재생이거나, 생리 화학적 작용에 불과한 거라면, 나의 진짜 세계는 어디며, 그 세상에서 진짜 나는 뭘하고 있을까? 그 곳이 결국 아무 것도 없는 제로 상태의 공이란 건가?
처음 트랜서핑을 접하는 독자라면 시리즈를 먼저 읽어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고, 되새김질의 목적이라면 좋다.
<책 접기>
'관찰자의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라. 당신은 연극의 연출자인 동시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간파하면 초연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다. 누가 당신에게 무엇을 제안해 오면 성급하게 거절하지 말라. 조언을 받는다면 그것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라......변화를 받아들여보라. 무엇을 하든간에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을 가지고 움직이라.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서는 얻기가 가장 쉬운 가능태를 고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