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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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지 않았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

그러나 역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류의 '주사 한 방 맞고'의 효과는 즉각적이고 확실하다. 평소답지 않게 시무룩해 있던 요즘의 나에게 환기의 기능은 톡톡히 했으니까. 

많지 않은 내 경험에 의하면 유명 국내외 맛집 음식일지라도, 오밤중에 끓여 먹는 신라면의 강력함에 못미치는 것처럼, 이래 저래 에둘러 어렵게 쓴 책 보다 인스턴트 냄새는 좀 나더라도, 읽는데 들인 노력 대비 결과물의 만족도는 좋다. 

쉽게 쉽게 결론 내서 정리 팍팍해 주고, 잊지 말도록 중간 중간 복습까지 시켜 주는이 친절함.

근데 이 소설의 장르는 도대체 뭘까? 소설인 듯 소설 아닌... 에세이인 듯 에세이 아닌.... 픽션인 듯 픽션 아닌...참고서인듯 참고서 아닌... 요즘엔 장르도 썸타나? 

 

암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래 두 가지.

 

1.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 꾸뻬의 해석은, 행복은 달성해야 할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닌 지금 바로 내가 행복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의 문제다 이런 것인데, 난 처음에 이 문장 봤을 때 이렇게 해석했다. 그래 인생이 꼭 행복해야만 한다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고 행불행을 오갈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그 무엇인가일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사람들은 왜 꼭 행복이 인생의 지상 과제인 양 모두들 행복하려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인생의 가치에 대한 이런 출발 전제에 이미 불행의 씨앗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 혹은 고정 관념에 대한 의외의 질문을 툭 하고 받은 기분이었다. 

 

2. 최상의 진리라 해도 모든 사람들에게 다 적용될 수는 없다.

- 가뜩이나 진리의 존재 자체가 헷갈리는 요즘.. 그 어떤 구절보다도 번쩍했다. "니가 듣는 북소리에 맞춰 걸어가라"는 월든의 구절도 다시 생각났고. 그래 꾸뻬 아니라 꾸뻬 할배의 깨달음이라도, 그것이 항상 나에게 다 맞는 이야긴 아니란 거지. 

 

+ 빅토리아 피크의 한적한 오솔길을 그와 함께 다시 걷고픈 충동과, 맥주와 운동화와 무역금지 조치의 키워드가 딱 들어맞는 아프리카의 그 어디메가 도대체 어디일까하는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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