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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 미국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허먼 멜빌 외 지음, 한기욱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검은 고양이>
시체 머리 위에서, 시뻘건 입을 크게 벌리고 불타는 외눈으로 검은 고양이가 바라본 것은 바로 인간의 비뚤어짐과 허영심 아니었을까?
* 인간의 비뚤어짐 - "다른 이유가 아니라 오로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쁜 짓이나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인간 심리, 영혼이 스스로를 괴롭히려는, 즉 영혼이 그 자신의 본성에 폭력을 가하려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갈망"
* 인간의 허영심 - "내 마음속의 기쁨이 너무 벅차서 누를 수가 없었다. 나는 승리의 표시로 딱 한마디라도 하고 싶거니와 내 무죄에 대한 경찰들의 확신을 한층 더 굳혀주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필경사 바틀비>
수록된 단편들 중 최고였다. 책을 읽은 지 꽤 지난, 지금도 가끔 묻곤 한다. 도대체 바틀비는 어떤 인간이었을까? 바틀비는 왜 그랬을까? 수동적 인간이었지만, 또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자기 삶을 살았던 묘한 인간, 바틀비. 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하염없이 막다른 벽돌벽을 바라보던 그의 마음속엔 어떤 생각들이 있었을까? 이해하기 힘든 인간, 바틀비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나는 그 필경사가 선천적인 불치병의 희생자라는 것을 납득하게 되었다. 내가 그의 육신에 자선을 베풀 수는 있다. 그러나 그를 아프게 하는 것은 그의 육신이 아니다. 아픔을 겪는 것은 그의 영혼인데, 그 영혼에는 내 손이 미치지 않는다."
<진품>
진짜보다 더 진짜같아 보이는 가짜와, 생계를 위해 가짜라도 되고 싶은 진짜가 보여주는 의외성과, 아이러니.
<에밀리에게 장미를>
윌리엄 포크너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역시 느껴진다. 에밀리의 사랑 방식이 훗날 다른 소설에서도 차용된 듯 하다. <바람의 그림자>나 <슬픈 짐승>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왠지 비슷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