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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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세계에 살았던 스트릭랜드의 예술가로서의 삶 뿐 아니라, 6펜스의 세상에 살고 있는 나같은, 우리같은 세속적인 인간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전형적인 스트릭랜드의 이야기 보다는, 오히려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더 흥미로웠다고 할까. 등장 인물들을 통해 그려지는 인간 본성에 대한, 작가의 탁월한 분석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정말 전혀 상관않는 사내. 

천재적 화가라 아무리 한 수 접어준다 하더라도, 이처럼 이기적이고 몰염치햐며 인정머리 없는 한 남자를, 결국엔 이해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작가의 글재주가 놀랍다. 

 

<책 접기>

 

"동정심을 발휘한다는 것은 하나의 미덕이긴 하나 그것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미덕을 남용하는 수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친구의 불행을 보면 제 장기를 발휘할 셈으로 사정없이 덤벼드는데 그 탐욕스러움에는 어쩐지 아귀같은 데가 있다. 동정심을 유정의 석유처럼 분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정심을 마구 쏟아내어 상대방이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우유가 맛있기야 하지요. 특히 브랜디 한 방울을 타면 말에요. 하지만 소로 봐서는 누가 젖을 짜주면 그것처럼 고마운 일이 없지 않아요? 젖통이 불면 갑갑할 테니까요.' "

 

" 그 때만 해도 세상의 평판이 여자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몰랐기 때문이다. 세상 평판은 여성의 가장 내밀한 감정에도 위선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법이다."

 

"그 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 투성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 몰랐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자신을 속이는 말이다. 그 말은 아무도 자신의 기벽을 모르리라 생각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또한 기껏해야 자기가 이웃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과는 반대로 행동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낼 뿐이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경향이 탈인습적이라면 세상 사람의 눈에 자신도 쉽사리 탈인습적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터무니 없는 자존심을 가지게 된다. 위험 부담 없이 용기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기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문명인의 가장 뿌리 깊은 본능일 것이다. 여자가 인습을 넘어서려다가 성난 도덕심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게 되면 기겁을 하고 재빨리 체통이라는 방패를 찾는다. 나는 남들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허세이다. 그것은 남들이 자신의 조그만 잘못들을 비난할 때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들은 아무도 그 잘못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나는 양심이란 인간 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고 본다. 양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법을 깨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경찰관이다. 그것은 자아의 성채 한가운데 숨어 있는 스파이다. 남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고,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여 우리는 스스로 적을 문안에 들여놓은 셈이다.........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 강요한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 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왕이 매로 어깨를 때릴 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무력할 수 밖에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나로서는 도덕적인 문제로 분개하는 일이 어쩐지 쑥스럽게 여겨진다. 그런 일은 어쩐지 자기 만족을 위한 일 같아서, 유머 감각을 가진 이에게는 어색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성질이 여간 팔팔하지 않고서는 제 어리석음을 모르고 남의 잘못에 분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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