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이체르 소나타 (반양장) 펭귄클래식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기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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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작품은 처음인데, 작품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할 만한 내 역량 부족인지, 아님 단편들이라 그런지, 솔직히 '와, 이것이 바로 거장의 솜씨구나' 하는 것 같은 강렬함은 없었다.

 

수록된 작품 전체에 걸쳐, 아름다움을 무기로 남자의 사랑(관심)을 받는 것이 최고 목표인 수동적 여성, 성욕 해소와 자녀 양육의 역할로만 아내를 취급하면서도 순결한 몸과 마음을 소유하려는 이중 잣대를 지닌 가부장적 남성, 출신 성분을 딛고 어떻게든 계급의 사다리 위쪽으로 올라 가려는 잘생기고 능력있는 출세욕의 남자 등 전형적 타입의 인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사랑과 가정, 명예, 종교라는 표면적 허울 아래 감춰진 이들의 진정한 욕망들 - 소유욕, 성욕, 명예욕 - 이 위선, 혹은 자기 기만의 형태로 잠재되 있다, 유혹이라는 외부 자극에 노출됬을 때 어떻게 서로 갈등을 빚으며 배출되는지, 또 어떤 다양한 형태의 결과 - 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식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부부만의 관계에서 부모로서의 관계로 나아가는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고, 자기 연민이 바탕이 된 광기 어린 분노로 살인을 할 수도 있으며, 자기 반성과 성찰 끝에 성자의 경지에 다다를 수도 있다.- 로 귀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가정의 행복>은 실제로 톨스토이가 17살 연하인 소피아 부인과 결혼하기 전에 쓴 작품이라고 하니, 그 두 사람의 연애사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보너스가 있는 작품이며 실제로 과수원 안에서의 두 사람의 감정 확인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설레고 아름다웠다. <크로이체르 소나타>에서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남성의 여성관과 여성 자신의 여성관에 대한 당시 톨스토이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비판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왜 톨스토이 톨스토이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고, 다른 작품들도 더 읽어 봐야겠다. 

 

* 책 접기

 

'잘못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기만할 수 있다는 데에 인간의 구원도 있고 또한 벌도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여성 교육은 언제나 남성의 여성관과 일치하는 거요......애초에 기사들이 여자를 신격화한다고 주장했고, 요즘은 숫제 여자를 존경한다고 주장한다 말이오. 자리를 양보하거나 손수건을 집어주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여성이 모든 직무를 맡아 볼 권리나 참정권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소. 그런 것은 모두 실행하면서도 중요한 여성관만은 모두 그대로란 말이오. 여자는 어디까지나 쾌락의 도구란 말이오. 그리고 여자의 몸은 그 쾌락의 방법이라는 거요. 여자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소. 말하자면 이것은 노예 제도와 조금도 다름없는 것이오.......하기야 현재 여성을 해방하고 남자와 대등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자를 쾌락의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데는 변함이 없고, 어린 시절부터 사회 여론에 의하여 여자들은 그렇게 교육되어 있지요. 그러니 여자는 언제까지나 천하고 음탕한 노예이고, 남자는 여전히 음탕한 노예의 소유자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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