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디 어디 추천, 무슨 무슨 상 수상, 누구 누구 리뷰 같은 것들에 혹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책을 고르기 전에 아무래도 '어떻다 카드라~~'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 사실이다. 때론 그런 추천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은 작품을 건지기도 하고, 또 그 짜릿함을 나누고자 추천도 하고, 선물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나. 이 책 같은 경우엔 알라디너들의 대체로 높은 별점과 화려한 수상 경력에 거의 전적으로 기대어 고른 책이라 그런지 읽은 후, 허탈감과 아주 약간의 배신감도 상대적으로 더 큰 것 같다. 

 

살짝 '환상특급' 분위기 비스무리한 게 풍기긴 하는데, 책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라는 주관적 매력 요소를 뺀다면, 도저히 상상키 힘든 기발함이나, 스토리 자체의 흡입력, '환상특급'이 주었던 기괴한 으스스함, 아니면 아예 동화같은 달콤한 아름다움같은 뭔가 이 작품만의 주특기가 없다. 구지 <위대한 도서관>처럼 맛과 관련해 비유 하자면 xx동 xx 설렁탕 맛이다. 소문난 맛집이라길래 가봤다. 손님도 많고 다들 맛있다고 한다. 소금치고 깍두기랑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고 생각하며 먹을 수도 있지만, 국물은 어딘지 모르게 밍밍하고 깊은 맛이 없다. 맛집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손님은 내가 생각하는 맛에 비해선 많다. 뭐 '제눈에 안경, 제혀에 입맛'의 문제겠지.   

 

<야간 도서관>과 <지옥 도서관>의 발상이 좋았는데, 실제로 저 너머 어딘가 그 누군가는 - 그게 외계인이든, 조물주든, 하느님이든간에- 모든 인간 삶의 기록이 담긴 책들을 보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들을 정리, 분석, 실험, 데이터 베이스화 해서 인류의 발전 방향을 예측할 법함직도 하지 않은가. 그의 입장에선 그것이 하나의 진지한 작업 같은 것일지 혹은 일종의 놀이 같은 것일지는 모르지만.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그런 식으로 관찰, 기록, 저장된다면 그리고 그 거대한 프로젝트에 나의 삶이 어떤 식으로든 - 자료의 정확도 증진, 오류의 수정 보완, 혹은 엔터테인먼트의 다양성 확보 등등등 - 기여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내가 만약 주인공이었다면 내꺼만 달랑 읽고 뛰쳐나오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세상엔 누구나 정말로 알고 싶은 사람, 이해하고 싶은 사람, 정신세계가 궁금한 사람이 한 두명 쯤은 있지 않나. 타인의 인생 리포트를 읽는다는 것. 무섭고도 매력적인 일이다. 그리고 정말 지옥이 있다면, <지옥 도서관> 방식의 지옥. 난 완전 공감에 대찬성이다. 물론 누구에겐 지옥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천국이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덧붙임

읽을 땐 그저 그랬는데, 가끔 책 속 장면 장면들이 영화처럼 문득 떠오르곤 한다. 시각적 이미지가 강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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