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데이미언 톰슨 지음, 정주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미적 감각도 별로고 딱히 인테리어에도 관심 없지만 그게 또 책이라면 혹하지 않을 수 없지. 이것 저것 다 제껴두고라도, 책으로 가득찬 서재 이미지를 포식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눈 호강이니 마다할 이유가 있겠나. 

 

거실, 복도, 주방, 침실, 어린이 방등으로 집의 공간을 분할하고, 각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서재들의 사진, 인테리어 포인트, 앤 패디먼이나 조지 오웰 등 익숙한 작가들의 책 관련 코멘트 등을 간간이 섞어, 글도 사진도 휘릭 휘릭 부담없이 눈요기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서재들이 '물건너' 것들이라 좀 비현실적이었다는 것. 외국 잡지에 실린 인테리어 사진 마냥 존나 럭셔리하고 우아하고 모던한데, 막상 우리 집에 적용해서 꾸며볼 수 있을꺼란 엄두는 나지 않는 그런 느낌 말이다. 구지 잘 꾸며진 아름다운 서재가 아니라도 한국의 좀 더 현실감 있는 서재를 훔쳐보고 싶은 욕구가 상대적으로 더 강해졌다. 예전에 알라딘 서재 주최 책자랑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 때 올라왔던 책장 사진들이 개인적으론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왜? 현실적 선에서 비교 가능하니까. 과연 나처럼 보통 사람들은 얼만큼의 책이 있는지, 어떻게 쟁여놓고 있는지 은근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름모를 잡지와 낯선 원서들의 진열을 봐도, 책 주인의 취향도 파악안되는 그저 이쁘기만 한 물건너 서재들은 별로 궁금치가 않다.   

 

신랑과도 잠시 얘기했지만, 한국 작가들의 서재만을 모아놓은 사진집이 있어도 재밌을 것 같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를 보면 가끔 서재 사진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 신경숙 작가의 서재라면, 규모만으로 따진다 쳐도, 이 책 어느 외국 서재에도 꿀리지 않겠지.-  글로 먹고 사는 프로들의 서재는 과연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예전엔, 남에게 보여주기 그럴듯한 서재 만들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딘지 비웃어 주고 싶고, 그저 지적 허영심의 상징으로서 한 번 읽히지도 못한 책들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었는데, - 사실 나도 책을 좋아하니까, 당장 못 읽더라도 일단 갖고 싶은 욕심에 들여만 놓고 못 읽은 책도 아직 많다 - 독서를 싫어하더라도 책 자체를 하나의 오브제로 사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요즘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이와 관련 그럴듯한 말이 이 책에 있다.  

 

'미국 성직자 토머스 웬트워스 하긴슨은 <읽지 않은 책들> 에서 책꽂이가 부족해 목수를 불렀을 때의 일을 이야기한다. 목수가 그에게 "정말 이 책들을 다 읽으셨어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은 도구 상자에 있는 도구들을 다 쓰시오?" 물론 아니다. 도구란 나중에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재는 읽은 책을 보관해두는 곳이 아니라 필요할 때를 대비하는 공구상자에 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