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0
볼테르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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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을 읽을 때 볼테르와 샤틀레 부인과의 사랑이야기가 흥미로웠고, 평소에도 볼테르의 작품을 읽어 보리라 벼르던 차에 겸사겸사 읽게 되었다. 여자라는 핸디캡과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의 호기심과 흥미에 따라 과학계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샤틀레 부인이나, 평생 이리저리 쫒겨다니는 정치적 망명자로서의 고달픈 삶을 감수하며, 정치와 종교라는 절대 권력에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볼테르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존 권위에 도전하고 그들 스스로 하나의 답이 됨으로써 동시대를  더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든 정말 멋진 커플이다.  

 

1700년대에 쓰여진 소설임을 감안할 때 - 전개방식, 문체등 전반적으로 <유토피아>와 비슷한 분위기- 소설의 완성도 보다는 시대적 의의와 주제 측면에서 이 작품을 보아야 하지 않겠나. 다 읽은 느낌은, 소설의 형식을 빌린 철학 혹은 사회과학 서적이랄까.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지구와 인간의 존재는 무엇인지, 조물주의 관점에서 바라 본 우주의 다양성과 상대성은 어떤건지, 이 세상은 과연 최선의 상태에 있는 것이며 악과 고통은 왜 존재하는지, 종교의 광기와 독단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와 같은 근원적 질문들을 두 편의 짧은 분량 속에 응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 소설 속 사건이나, 해설이 너무 직설이란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 역시 18세기 작품이란 걸 감안해야겠지- 

 

개인적으로는 미크로메가스가 더 좋았는데 좀 뜬금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 철학자들이 비슷한 명제들에 대해 사유한 결과물들이 -작품들- 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몰라서 모르는 건지, 아님 국가의 통치 원리와 도덕 덕목에 대한 탐구 일색 풍조 속에서, 인간의 기원을 고민한 철학자들의 저작물이 있는지 말이다.

 

'원인없는 결과란 없다.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연결되고 최선을 위해 조합되어 있다'라는 기독교적 혹은 모든 종교적 세계관 속의 대책없는 낙관주의에 대한 비꼼과 풍자가 돋보이는 한 방이었지만, 뭔가 혹 할만한 가르침(?) 한 수 없이, '인간은 휴식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으니 이러쿵 저러쿵 따지지 말고 일이나 하자, 즉 우리의 정원이나 가꾸자'는 뻔한 결말로 끝나는 마무리를 보며 뭔가 아쉽고 허전하긴 하다. 하긴 진리는 항상 뻔하지 않은가, 파랑새를 곁에 두고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습관이 항상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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