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론리하트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이종인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짧지만 강하고, 1930년대에 씌어진 작품이란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 심리극을 본 듯한 느낌이다.  

주인공은 신문사에서 미스 론리하트라는 필명으로 독자들의 고민 상담을 해 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도 그리스도 콤플렉스에 빠진 신경증 환자이며 종종 무의식과 꿈을 오가는 환상을 경험한다. 특히 그가 체험하는 이런 환상(꿈)들이 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신을 사랑하는 애인을, 순수해서 오히려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밀어내고, 상관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며 독자에게 준(?)강간을 당하기도 하고 술집에서 노인을 괴롭히는 등 뒤틀린 인관 관계속에서 외로운 그는 독자들의 고민을 진정 해결해 줄 수 없는 자신과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농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무기력과 위선을 느끼며 방황한다.  

문제 덩어리인 주인공이 타인의 고민을 상담해 준다는 상황 자체와, 쉬라이크와의 컬트적인 대화, 하나님과 하나가 되었다는 환상을 통해 일종의 정신적 절름발이였던 자신이 온전하게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육체적 절름발이에 의해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결말이 주는 블랙 유머, 그리고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1930년대의 미스 론리하트와 그의 독자들의 풀 수 없는 고민에 대한 찐한 공감이 이 작품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남게 하는 힘이 아닌가 싶다.  

덧붙인다면, 미스 론리하트를 자극하고 끊임없이 깐죽거리는 쉬라이크라는 인물에게 가장 끌렸는데, 그의 도피처에 대한 명쾌한 분류에 퍽 공감했다는. 그러나 신만이 유일한 도피처라는 그의 결론엔 동의할 수 없었다는.  

도피 또한 인간의 본능일까? 흙과 남태평양, 예술,쾌락, 자살, 마약, 신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당연 남태평양이닷. 남태평양까진 아니더라도 제주도라도 감지덕지다. 비록 고갱과 몇 몇 깨이신 분들이 이미 써 먹은 한물간 카드라 할지라도.   

마지막으로 매끄럽지 못한 번역이 좀 아쉬웠다는...  

*책 접기 

"인간은 늘 꿈을 가지고 자신의 비참함과 싸워왔다. 과거에 꿈은 아주 막강한 것이었지만 그 꿈은 이제 영화, 라디오, 신문 때문에 유치한 것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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